KOREA

권윤수

기자, 대구mbc 보도국

대구, 봄

2월 29일, 대구시청의 브리핑 룸에서는 어김없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발표되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일 대비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741명 증가했다고 발표했고, 이날을 기점으로 대구의 총 확진자 수가 2천 명을 넘어섰다. 대구 MBC 보도국 권윤수 기자는 대구에서 첫 확진 환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대구시청 브리핑 룸에서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전했다.

” 확진 환자가 급격히 늘면서 의료진도 부족했는데
가족들의 만류와 두려움을 무릅쓰고 달려와준
타 지역 의료진을 봤을 때 희망을 보았다. “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어떤 일을 맡았는가? 대구 MBC 보도국에서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를 담당하고 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대구 시내 환자 발생 현황과 추이, 역학조사 결과, 방역 대책, 방역의 문제점 등을 취재했다. 대구시가 매일 환자 발생 현황과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했고 매일 브리핑 룸에 들어가 궁금한 점을 질의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확진 환자가 집중된 2월 말과 3월 초에는 생중계도 많았다. 전국에 방송되는 <MBC뉴스데스크>에서 대구를 연결하면 코로 나19 관련 대구 소식을 전하는 일을 했다.

매일 코로나19 관련 보도를 위한 업무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 매일 오전 대구시청으로 출근한다. 출입 기자실에 가서 조간을 빠르게 훑어보며 놓친 부분이 없는지 살핀 후 오전 10시에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하는 전국 코로나19 확진 환자 현황을 확인한다. 그 자료를 통해 대구와 경북 지역 환자 수의 증가 추이를 본다. 오전 10시 30분에 브리핑이 시작되면 내 업무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브리핑을 바탕으로 당일 뉴스의 내용과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 내용을 빠르게 받아 기록한다. 보도국의 다른 기자들과 내용을 공유하고 중요한 내용을 선별한 후 리포트를 작성해 뉴스 시간에 방송한다.

얼마 전 대구 MBC에서 코로나19 발병 이후 대구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 터리 <대구, 봄>을 방영했다. 관련 소식을 빠르게 접하는 입장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순간은 언제였나? 집에서 진료받기를 기다리다 숨진 환자가 생겼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다.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대구에서 확진 환자가 하루에도 수백 명씩 나왔다. 연수원이나 기숙사 등을 활용한 생활치료센터가 생기기 전에는 모든 환자를 병원으로 보내야 했기 때문에 병상이 턱없이 부족해 2천 명이 넘는 확진 환자들이 집에서 병상이 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바이러스는 폐를 급격하게 빨리 손상 시키기도 한다. 확진 판정을 받고 이틀 정도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던 한 환자가 갑자기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현실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도 써보지 못하고 의사도 한 번 만나지 못한 채 돌아가신 거니 비현실적인 현실이었다.

다큐멘터리 <대구, 봄>에서 내레이션을 맡았다. 보도한 일련의 일들이 스쳐 지났을 것 같다. <대구, 봄>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대구를 본다’ 그리고 ‘대구의 봄’. ‘대구시민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대구를 지켜 보며 봄을 맞이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에서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한 달 정도 지난 뒤에 코로나19 특집 내레이션 녹음을 했다. 한 달 동안 일어난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영상에 아름답게 담겼던 봄꽃을 보니 올해에는 봄꽃을 가까이에서 보지 못한채 영상으로나마 만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놓치고 있던 일상이 그리웠다. 이 시간이 지난 후 마스크 끼지 않고, 또 2미터 거리를 두지 않고서도 서로 마주 보며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는 매일 만났던 사람들의 코와 입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 속에서 지워진 것 같다. (웃음) 마트나 시장에도 마음껏 가고 싶다. 온 가족이 장 보러 나가서 먹을 음식을 함께 장만하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취재를 준비하며 절망을 느꼈을 때와 반면에 희망이 보였을 때가 궁금하다. 선명히 기억난다. 2월 29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전일 대비 741명이 증가했다는 발표를 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탄식이 튀어나왔다. 대구에서 코로나 19 환자가 2천 명을 넘긴 순간이기도 하다. 대구 시내 병원에는 더 이상 병상이 없어 아주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에서 흔쾌히 병상을 내어주는 것을 보고 희망을 보았다. 확진 환자가 급격히 늘면서 의료진도 부족했는데 가족들의 만류와 두려움을 무릅쓰고 달려와준 타 지역 의료진을 봤을 때도 희망을 보았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언론의 몇몇 보도가 비판을 받았다. 언론인으로서 이런 보도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언론인이기에 앞서 대구시민이기에 ‘대구 코로나’라는 기사 제목을 뽑는 언론사들을 보고 화가 났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대구시민에게 상처가 되는 행위였다. 또한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이 과열되면서 방역 당국에게 많은 질문을 하고 자료도 많이 요구했는데, 이런 행동이 방역에 힘써야 하는 당국을 오히려 더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기도 했다.

재해와 재난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것 같다. 언론인으로서 가진 고민이 있다면?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숨기지 않고 신속하게 공개해 좋아진 취재 환경을 실감했다. 중앙 정부와 대구시에서 매일 브리핑을 하는 건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기자 들이 브리핑 룸에서 질문을 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정보 공개 요구가 한꺼번에 몰리면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큰 틀에서는 정부와 방역 당국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즉각 공개해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방역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취재나 과열 경쟁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의 현장에서 매일 취재할 때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사실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다 보니 대구를 막연히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구시민과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 간에 온도 차가 있는 것 같다. 대구 전체 인구는 2백43만 명 정도 된다. 그중 확진 환자는 7천명 정도. 비율로 따지자면 0.28%다. 게다가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내 가족 혹은 직장 동료가 신천지 교인이 아니라면 내가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바로 앞에서 생중계할 때는 잠시 약간의 두려움이 엄습했다. 방송하는 동안에도 기침하는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업혀 선별진료소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변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삶의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겠다. 다른 사람들처럼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인해 ‘만남’이 많이 줄었다. 친구, 동료와의 만남은 물론이고, 취재 활동에 필요한 사회적 교류도 많이 줄었다. 코로나 19 취재를 시작하면서 업무가 많아졌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초기에는 야간 취재나 새벽 취재도 잦았다. 뉴스 시간에 생방송 연결을 하루에 네다섯 번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업무 형태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와서 정상 리듬을 찾았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지만 반면에 많은 사람이 힘을 보태고 있다. 그중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개인적인 얘기인데, 친정어머니를 응원하고 싶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춰져 내 두 아이를 돌보느라 고생이 많으시다. 요즘에는 바깥 활동도 하지 못하니 집에서 온종일 손주들과 씨름하시는 어머니께 죄송하다.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고생 많으시다고, 힘내시라고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