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는 4월 중순까지 이동 제한을 명령했다. 이런 조치에도 확진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감염 속도까지 빨라 아마 4월 말까지 이동 제한이 연장될 것 같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규칙을 잘 따르지 않는 편인데 지금 동네의 거리는 텅 비었고 문을연 슈퍼마켓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좀처럼 정치인을 신뢰하지 않는 우리는 매일 총리의 기자회견에 귀 기울인다. 믿기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두려워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적응해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개를 데리고 산책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세계인의 일상을 바꿔버렸다. 자유롭게 외출할 수 없게 되었고 친구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할 수도 없고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갈 수도 없다. 이탈리아의 외곽 도시 포를리(Forli)에 사는 필리포 벤투리 (Filippo Venturi)는 지난가을 중국에서 작업을 준비하던 중에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듣고 프로젝트를 연기한 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시간 내에 다시 사진 작업을 할 수 있을지 확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탈리아도 한국처럼 확진자의 동선을 빠르게 추적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검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외출할 수 없게 된 이후 집에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낸 다. 나의 아들 율리스는 집 안의 모든 물건을 들여다보고 탐험한다. 물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이 든다. 앞으로 오랫동안 사진 작업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우리가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다독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많은 생각을 한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필리포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이창>의 주인공처럼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이웃을 바라보 았다. 빨래나 말리던 작은 공간인 정원과 테라스는 이제 사람들이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하고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내가 사는 도시 포를리를 사랑한다. 집근처에 큰 공원이 있고 대체로 날씨도 좋다. 가까운 곳에 친구와 친척이 살아 종종 그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곤 했다. 내게는 이 도시가 작은 천국 이었다. 쉽지 않겠지만 언젠가 이 천국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가보지 않은 나라에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