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핸드메이드 제품의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핸드메이드 작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이 열리고, 작가들의 수공예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도 생겼다. 짧은 시간 내에 노하우를 배워 자신만의 작품을 뚝딱 완성할 수 있 는 공방 클래스에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공자가 아닌데도, 혹은 다른 일을 하다가 핸드메이드의 매력에 빠져 이젠 공방지기가 된 이들은 핸드메이드가 누구나 만끽할 수 있는 힐링 테라피라고 말한다.

전은영 프랑스 자수와 재봉틀 수업을 하며 작품도 만드는 중. 성산동에 위치한 그녀의 공방 ‘자수하는 으녕씨’는 색색의 털실과 다양한 자수 작품으로 채워져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자수를 하기 전에는 에디터였다고 들었어요. 문화 콘텐츠를 전공한 뒤 프리랜스 에디터로 일했어요. 새로운 것을 찾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제게 딱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맛집 취재나 작가 인터뷰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칼럼을 주로 썼는데, 인터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인터뷰이의 삶을 동경하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그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시간이 날 때마다 베이킹이나 캘리그래피, 그림 등을 배웠죠. 자수에도 관심이 많던 차에 우연히 정통 자수를 하는 분을 인터뷰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더 끌리더라고요. 인터뷰가 끝난 뒤부터 자수를 공부했고 스쳐가는 취미였던 다른 일들에 비해 하면 할수록 매력을 느껴 본격적으로 자수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플리마켓에서 제 작품을 본 분들이 강의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셔서 공방까지 오픈하게 되었고요.

프랑스 자수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십자수가 일정한 모양을 반복해서 채워가는 것이 특징이라면, 프랑스 자수는 원하는 선과 면을 자유롭게 만들어가는 점이 매력이에요. 기법이 4백여 가지에 달할 만큼 다양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채우는 기쁨이 있죠. 손뜨개나 퀼트처럼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금방 작은 작품 하나를 완성할 수 있는 점도 좋아요. 물론 복잡한 그림 도안 작업은 시간이 좀 걸리지만요. 손으로 하는 자수와 기계 자수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기계 자수는 원단에 글자나 그림을 단단하게 고정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양감이 느껴지는 손자수와 보기부터 달라요. 또 기계 자수는 얇은 실로 정교하게 작업하는 반면, 손자수는 작가의 기호에 맞춰 다양한 두께의 실로 다채로운 느낌을 표현할 수 있죠.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나요? 자수 클래스는 대부분 강사의 자수를 따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제 커리큘럼은 좀 특별해요. 정규반은 정해진 도안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수놓는 방식으로 진행하거든요. 처음에는 자신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는 수강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제 수업에 참여하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최근에 하고 있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제가 직접 만든 원피스에 자수를 놓고있어요. 자수에 다양한 분야를 접목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거든요. 원단에 그림을 그리고 자수로 포인트를 주던가 비즈나 펠트지로 자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처럼요.

 

한수진 5년째 다소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을 운영하며 누구나 거울, 조명 등 유리공예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돕고 있다.

유리공예를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스테인드글라스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테리어를 전공했어요. 졸업 후에는 관련 회사에 다녔고요. 직업의 특성상 해외 디자인 잡지를 많이 봤는데, 어느 날 식물을 심을 수 있는 테라리엄이 눈에 띄더라고요.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든 테라리엄이 무척 예뻐서 사고 싶었는데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었어요. 그게 갖고 싶어 ‘직접 만들어보자’ 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공방이 많이 늘어났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멀리까지 가서 수업을 들은 기억이 나요. 유리를 자르고 납땜하는 작업을 집에서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공방을 열었고, 이후 작품을 구매하는 분들이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어떻게 만드나요? 기본은 색색의 유리를 잘라서 그 사이를 납땜해서 만드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초보자를 위한 수업 역시 유리를 직선과 곡선 형태로 자르는 것부터 시작하죠. 거울 등 평면적인 것부터 조명 등 입체적인 것으로 갈수록 난도가 높아지고, 아주 간단한 평면 작품을 만드는 데 최소 3시간 정도 걸려요. 고난도 작업에 속하는 조명은 하나 제작하는 데 이틀 정도 소요되고요.

스테인드글라스를 직접 만드는 것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스테인드글라스는 기계로 만들 수 없어요. 오로지 수작업만 가능하죠.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리를 자르고 붙이는 단순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데 체력이 꽤 많이 소모돼요. 수업을 듣는 분들이 ‘생각보다 더 힘들다’고 할 만큼 쉽지 않은 작업인데, 그만큼 성취감이 높죠. 작업을 할 때는 오롯이 여기에 집중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지금 하는 일에 많이 지친 사람들, 잠깐이라도 고민을 잊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작품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제가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거요. 예를 들면 액티비티를 잘하지 못하면서도 늘 관심을 갖고 있는 패들보드와 서핑을 주제로 한 최근 작품처럼요. 앞으로는 빈티지 보석함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얼마 전까지는 선캐처가 인기가 많았는데, 빈티지가 유행하면서 더 다양한 소품이 인기를 끌 것 같아요.

 

함초롬 한국예술마크라메협회 본원 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 가득해 들어가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매력적인 마크라메 공방 ‘손재주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마크라메가 무엇인가요? 끈이나 천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묶는 서양 매듭을 말합니다. 30여 가지에 달하는 기본 매듭을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접목해 조그마한 플랜트 행어부터 가방이나 커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원래 다른 일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치위생사로 15년 정도 근무하며 정신없이 일만 했어요. 그러다 직장을 관두고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는데, 슬프게도 임신 6개월 만에 떠나보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죠. 우울이 극에 달했을 때 외국에서 우연히 마크라메 플랜트 행어를 보고 첫눈에 반했어요. 이름도 제대로 몰랐던 마크라메에 빠져서 무작정 실을 샀는데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더라고요. 당시에는 책이나 유튜브 강의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냥 집에서 이리저리 매듭을 지어보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어요. 작품을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남편이 칭찬해준 덕분에 자존감과 성취감도 높아졌고요. 그렇게 하나하나 늘어나는 작품을 보며 남편이 핸드메이드 페어에 나가보라고 권하더라고요. 페어에서 만난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공방을 오픈했고, 처음에는 ‘1년만 해보자’ 했던 이곳을 벌써 3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마크라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단 보기에 예쁜 거죠. 짧은 시간에 번듯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스피드와 누구나 언제든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대형 작품을 만들 때는 물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플랜트 행어나 가방 등은 두세 시간이면 완성할 수 있거든요. 기본 매듭을 만드는 스킬을 익혀두면 클래스가 끝난 뒤 혼자 작품을 만들 수도 있고요. 누구나 취미로 즐길 수 있는 거죠. 이 때문인지 최근에는 취미로 배우는 분만큼이나 창업 또는 강의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수강생도 많아졌습니다. 전문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 얼마 전 중급자 이상의 사람들을 위한 책도 썼어요. 곧 출간될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일산 가로수길 ‘리저브’ 매장에 설치한 대형 월 행잉 작품이요. 홍콩의 유명 디자이너가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마크라메 작가를 찾았고, 최종적으로 저를 포함해 3명 정도가 물망에 올랐대요. 근데 작품의 규모가 가로 6m에 이를 만큼 크고 염색도 해야 하는데 작업 기간이 너무 짧아 다른 분들이 꺼렸나 봐요. 전 워낙 큰 작품을 좋아하는 데다 어머니가 치자나 쑥 등으로 천연 염색 작업을 하시는 터라 최종적으로 제가 맡게 되었어요. 홍콩 디자이너가 그려준 시안을 보고 며칠 밤을 새워 작업했죠. 이후 일부러 찾아가 커피를 마시며 제 작품을 보곤 해요.

마크라메에도 트렌드가 있나요? 마크라메 자체가 트렌드인 것 같아요. 다른 공예에 비해 일상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이 많거든요. 찻잔을 받치는 코스터에서부터 소화기를 걸어두는 바구니, 가방, 선반 등 어떤 것이든 만들 수 있어요. 저희 집처럼 커튼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전 요즘 국내에서는 드물게 우드 프레임 안에 작품처럼 마크라메로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여느 미술 작품처럼 벽에 걸어둘 수 있어 좋아하는 분이 많아요.

 

조효진 라이프 스타일리스트이자 라탄 공예 디자이너. 인테리어 숍 못지않게 예쁜 소품이 가득해 한번 발을 들이면 떠나고 싶지 않은 공방 ‘사랑방 J’를 운영하고 있다.

여느 공방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인테리어 숍이나 카페 같기도 하고요. 사랑방 J는 사실 공방을 운영하기 위해 만든 곳은 아니에요. 좋아하고 제가 아는 것을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그리고 힐링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죠. 공간을 먼저 마련한 뒤에 여기서 무엇을 할까 고민해봤는데, 많은 준비 없이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는 라탄 클래스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의도가 통했는지, 수업이 끝난 뒤에도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가는 분이 많아요. 카페에서 친구랑 수다 떠는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라탄 공예를 개인이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도 그랬어요. 디자인 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니거든요.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늘 예쁜 소품에 관심이 많아서 잡지를 많이 보고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졸업 후에는 가방과 신발 만드는 일을 했고요. 평소 집 꾸미는 걸 워낙 좋아해서 SNS에 집꾸민 사진을 올려뒀는데, 그걸 보고 많은 분이 연락하셔서 자연스럽게 라이프 스타일리스트가 되었죠. 공간을 채우려다 보니 아무래도 소품을 많이 찾게 되는데 비전공자라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여러 디자이너와 작업하다 보니 수정하기도 쉽지 않았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플라워나 가드닝 등 인테리어와 관련 있는 분야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중 하나가 라탄 공예였고요.

라탄은 여름에 적합한 소재 아닌가요? 라탄은 원하는 색으로 염색할 수 있기 때문에 어두운 색을 입혀 만들면 사시사철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요. 실제로 다크 브라운 컬러 바구니를 객실 내 타월 바구니로 1년 내내 활용하는 호텔도 많거든요. 다만 계절별로 많이 찾는 작품은 명확하게 달라요. 봄에는 꽃바구니, 여름에는 패션 소품인 모자나 가방, 가을에는 과일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나 채반, 겨울에는 캠핑에 활용하는 전등갓이나 이소가스 워머가 인기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이 많은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서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죠.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개인적인 취향을 담아 와인바구니를 만들었어요. 제가 와인을 좋아하거든요. 혼자 구상하고 작업하는 데 꼬박 이틀이 걸렸는데, 보는 사람마다 탐낼 정도로 인기가 좋아요.

앞으로 계획을 알려주세요. 라탄 공예 책을 만들었는데, 곧 발간될 예정이에요. 여유가 생기면 라탄 가구도 만들고 싶어요. 라탄 공예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것이 가구거든요. 몇 주에 걸쳐 만들어야 의자나 장식장 문 같은 것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작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