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UEMURA

두세 달만 참으면 금세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느덧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사이 마스크는 벗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다. 언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지 모르는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열렸다. 이제는 마스크를 끼고 지내는 생활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처음 마스크를 착용하던 코로나19 초기에는 마스크에 묻지 않는 파운데이션이나 메이크업을 한 듯 안 한 듯 피부 톤을 보정하는 톤 업 크림, CC 크림 등이 인기를 얻었다. 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덧바르던 립스틱은 이미 내려놓은 지 오래다. 장시간 마스크를 끼는 생활이 이어지면서 마스크에 가려지지도 않고, 마스크에 묻지도 않는 부분이 있으니 다름 아닌 마스크 위로 드러난 우리의 두 눈이다. 전보다 눈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 많아지고, 상대방과 서로 눈을 지그시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자연스럽게 눈에 신경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렸지만 두 눈은 활짝 드러나 있으니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팻 맥그래스, 샬롯 틸버리, 펜티 뷰티의 헥터 에스피날 등 내로라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화려한 아이 메이크업을 선보이며, 지금이야 말로 눈에 집중할 때라고 말한다. “코로나19가 막 유행하던 무렵에는 화장을 하고 외출하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사람들의 얼굴이 점점 변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요. 마스카라를 하거나 아이라인을 그리거나 속눈썹을 풍성하게 붙이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뉴욕에서 활동 중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케이타 무어(Keita Moore)의 설명이다. 이처럼 해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아이 메이크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금처럼 마스크를 오래 착용하기 전만 해도 뷰티업계는 립 제품의 호황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브랜드에서 앞다퉈 다양한 립 제품을 선보였죠. 하지만 마스크를 끼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 메이크업으로 자신의 개성을 살리고 매력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톰 포드 뷰티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신관홍 차장의 말이다. 나스의 아티스트리팀 리드 메이크업 아티스트 여형석 과장 역시 비슷한 의견을 피력한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 메이크업에 힘을 쏟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몰라요. 특히 아이 메이크업은 저마다 눈매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컬러를 레이어링하거나 속눈썹, 아이라인으로 포인트를 살리는 등 무한한 매력을 가지고 있죠.”

이렇듯 아이 메이크업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아이 메이크업 제품 판매율이 상승하고 있다. 색조 전문 브랜드 클리오 역시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된 1~3월에 비교해 4~6월에 아이 메이크업 관련 제품의 판매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에스쁘아 역시 올해 상반기 동안 아이 메이크업 부문이 크게 성장했으며 특히 H&B 스토어에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가운데 새롭게 아이 메이크업을 시도하는 분이 크게 늘었어요. 아이 메이크업 제품을 찾거나 매장에서 아이 메이크업 시연을 원하는 분도 많아졌고요.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실제 아이 메이크업 제품 판매가 전보다 많이 증가했죠.” 맥 내셔널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혜림의 말이다. 이러한 트렌드의 흐름을 메이크업포에버 교육부 이선희 부장이 콕 찍어 설명했다. “아이 메이크업은 코로나19로 지루해진 일상에서 새로운 돌파구 같은 존재가 된 것 같아요.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메이크업이 가능한 곳이 눈이니까요.” 정체된 일상 속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탈출구로 아이 메이크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다채로운 컬러와 화려한 테크닉을 겸비한 멋진 아이 메이크업에 도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인 셈이다. 그러니 선의 굵기나 모양에 따라서도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는 무궁무진한 아이 메이크업의 세계로 지금 바로 발을 들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