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올 때만 해도 국내에 코로나19의 감염 확진자는 불과 30명 정도였다. 밀라노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었다. 하지만 밀라노 패션위크가 진행되는 닷새 사이 세상이 변했다. 한국엔 하루에 1백 명 단위로 확진자가 증가했고 이탈리아는 이를 매일 속보로 다뤘다. 일정 마지막 날, 밀라노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속보를 전달받았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결국 게스트 없이 쇼를 진행했다. 쇼의 후반부엔 중국에서 영감을 받은 아카이브 피스 12벌을 선보였다. 2009년과 2019년 봄 시즌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었다. 그 누구보다 큰 아픔을 이겨내고 있을 조국에 보내는 작은 응원이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평상시처럼 조용히 걸어 나와 손님들 자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새로운 평범함(New Normal)'이라 불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삶의 예고편을 보는 기분이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쇼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때도, 지금도, 간절하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