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blue_hour_
패션 매거진 피처 에디터 출신의 위빙 태피스트리 아티스트. 취미로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어,
지금은 블루아워라는 공방을 운영 중이다.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미국 패션 브랜드 어반 아웃피터스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브루클린에 있는 위빙 스튜디오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보았어요. 그들의 작품은 한눈에 사로잡힐 만큼 예쁘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어요. 공방을 찾아다니며 기초를 배우고 회사도 그만뒀죠. 작품을 만들어 인스타그램 계정에 종종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어요. 직접 배워보고 싶다는 사람도 많았고요. 하나둘씩집에 초대해 가르쳐주고 클래스도 운영하다 작업실을 열게 됐죠. 좋아하던 취미가 결국 지금의 저를 있게 했어요.

다양한 색감이 어우러진 작품이많아요. 제가 영화광이에요. 색감이 아름다운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이타미 주조 감독의 영화나 장이머우 감독의 <홍등>, 뮤지컬 영화 <코러스 라인> 같은 작품이요.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영화의전체적인 색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런 색들을 조합해 작업할 때 응용하는 편이고요.

최근에는 터프팅 작업을 많이 했어요. 터프팅을 시작한 지는 1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실을 엮어서 짜는위빙과 달리 터프팅은 쉽게 말하면실을 소재에 박아 넣는 거예요. 벨기에에서 처음 터프팅 기법을 접하고 작업을 시작했어요. 새로운 것을배우며 작업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고,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쌓은 추억 때문인지 가장 기억에남아요.

코로나19로 작품 활동에도 영향을 받고 있나요?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전시를 두 차례 진행했어요.사람들이 전시를 즐기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고, 클래스를 진행하는 횟수도 대폭 줄였죠. 하지만 저는 다른 방식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조금 더 긍정적으로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다음 작품을 구상하거나 시간을 못 내 미뤄뒀던 작업을 하는 식이죠.

점점 디지털화되고 있는 예술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소개할 때면 만드는 일련의 과정에 비해 소비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가끔은 초조하죠. 하지만 다양하고 즉각적인 피드백 같은 장점 또한 있어요. 오프라인 전시보다 SNS에 공유했을 때 많은 분이 제 작품을 보고, 생각하지못한 피드백을 주기도 해 제 작품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김은지 @eunji.briller
동시대의 뉴스, 기술 문화와 관련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자 유물화를 만드는 미술가. 도자를 비롯해여러 재료를 활용해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많은 재료 중 도자를 활용해 작업하는 이유가 있나요? 미대를 졸업하고 도예를 사사했어요. 대학 학부 때부터 도자 기술에 관심이 있어 배우고 싶었거든요. 사사하면서 그릇처럼 쓰임새가 있는 물건을 만들었는데 그건 영재미가 없더라고요. 도자는 ‘썩지 않는’ 어마어마한 물성을 가진 재료인데, 도자로 그릇을 만들려니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도자의가장 큰 특성인 ‘영원성’에 집중해 설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이런 내용으로도자를 처음 접하거나 깊이 탐구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워크숍 ‘도자로 다른 것 만들기’도 진행하고 있어요.

주로 어떤 작품을 만들어요? 제작품은 대부분 뉴스에서 영향을 받아요. 시대상을 반영하다보니 다소 무거운 주제도 포함하죠. 지난해엔 제4차 산업혁명과관련한 미래 유물을 만들었고,올해는 n번방,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작업했어요. 도자로 데이터를 박제해 유물을 만드는 작업으로 ‘최신 유물’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2020년은 애프터 코로나 시대라고 해요. 코로나19가 개인적인 작품 활동이나 영감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올해는 온라인 전시나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거나 택배를 활용하는 등 비대면으로 대체해 진행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비대면 방식인 영상보다 다른방식으로 소통하고 싶어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해 워크숍 작업을 했죠.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인지는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알 수 있을 테지만 애프터 코로나시대는 작가들에게 더욱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에 관해서요.

예를 들면 어떤 건가요?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한 상징적인 물건이랄 수 있는 토템 만드는 워크숍을 열었어요. 서울문화재단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오디오 가이드, 웹사이트,SNS 등을 활용해 진행했고, 워크숍 관련 재료는 상자에 포장해 참가자가 있는 곳으로 배송했죠. 참가 신청은 마감했지만, 참가자들이 만든 토템은 인스타그램(@2020candycarbon)에서 볼 수 있어요.

본인의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즐기는 비결이 있다면? 내가 만드는 ‘최신 유물’이 과연 진정한 유물이 될 수 있을까? 1백 년 뒤, 2백 년 뒤에 남겨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중심에 두고 작업을 합니다. 관객이 이런 관점을 공유하며 함께 바라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집에서 하는 취미 활동이 급격하게 늘었고, 디지털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죠. 집콕 아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집콕 아트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최근에는 미술관, 박물관 등이 휴관하며 온라인 전시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죠. 직접 가서 보면 좋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니 온라인 전시로 작품과 부대 행사를 관람하는 방법을 추천해요. 대안 공간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행사도 많습니다. 대안 공간은 미술관에 비해 접근하기 쉽진 않죠. 그래도 요즘은 관객들이 미술 공간에 대해 많이 알더라고요. 각 공간의 SNS를 팔로 하고 온라인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재밌는 취미라고 생각해요.

 

오은아 @ohanaya_official
패션 홍보 대행사와 마케팅 회사를 다니다가 취미로 접한 꽃에 마음을 뺏겨 ‘오하나야’의 플로리스트로 변신해 6년째 꽃을 주제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플라워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계기라면 패션 관련 일을 하면서 접한헤어피스예요. 머리핀 따위를 생화로 장식한 제니퍼 베어의 헤어피스를 보고‘아, 꽃이 패션과 이렇게 만날 수 있구나.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막연하게 꽃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죠.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일본 나고야에 가서 한 달 정도 무작정 살았어요. 여행도 하면서 꼭 배우고 싶은 스승을 만났고 그분 밑에서 많은 작업을 했어요. 앉아서 꽃을 꽂는 일뿐 아니라 다양한 공간 스타일링도 접했죠. 그때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일본 정통 꽃꽂이인 ‘이케바나’ 스타일을 결합한 작업을 많이 해요.

코로나19가 개인적인 작품 활동이나 영감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많은 사람이 꽃을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 사치품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경제적 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들 테지만, 한편으로 꽃 사진을 보며 힐링을 하는사람도 많죠.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꽃과 풀 등 식물을 집에 들이고, 식물로 집을 꾸미는 플랜테리어를 궁금해하고 배우길 원하는 사람도 많아요.

디지털로 모든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세상이에요. 실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론저도 고민이 많아요. 온라인으로 재료 구입부터 클래스 수강까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저는 제 작품이 디지털화되는데 거부감은 없어요. 오히려 많은 공감을 얻고 소통한다면 작업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거든요. 그래서 최근 색다른 작업을 시도하고 있어요. 그 일환으로 림 킴이라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영상 플랜테리어 작업을 진행했죠.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큰 작업이었죠. 분위기도 색다르고요. 꽃과 나무로 엄청나게 넓은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이었어요. 림 킴의 음악과 제 작품의 분위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화성의 한 수목원 온실에서 진행했는데 사실 무척 힘들었어요. 원래 수목원의 정리된 공간에 나무와 들풀, 잔디를 무성하게 채웠어요. 일정한 형태가 없는 괴목들도 배치하고요. 림 킴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죠.

‘꽃알못’들을 위해 집에서 꽃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요? 꽃을 한두송이 사서 화병에 꽂아보세요. 그 꽃을 집에서 본인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곳, 예를 들어 잠자리 옆이나 화장대, 식탁 같은 곳에 두는 거예요. 꽃 한 송이가 만드는 분위기에 먼저 익숙해지고 편해지면 그다음은 쉬워요. 본인의 스타일을 찾으면 되니까요. 요즘에는 온라인 클래스나 유튜브 등 여러 매체를 통해 꽃과 관련한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으니 참고하면 더 좋고요.

 

권은진 @saki_svn
‘Saki’라는 이름으로 드로잉과 디자인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일상에서 발견하는 따듯하고 알록달록한 색감과 쓱쓱 그린 듯한 드로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을 주로 만든다. 개인 작업과 더불어 다양한 브랜드의 상업적인 비주얼을 만드는 일도 하고 있다.

작품은 어떤 식으로 만드나요? 작업의 영감을 받는 곳은 일상이에요. 눈으로직접 본 것, 들은 것, 만져본 것 등 오감으로 느낀 것에 대한 감상을 표현하는 과정은 제 작업의 중요한 첫 단계예요. 그래서 가까운 주변에서 항상 접하는 것 들에 관심이 많죠. 매일 거의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고 있지만 전체를 놓고 인생을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했을 때, 그리고 익숙한 일상의 장면이 다르게 보일 때를 포착하고 그 스틸 컷들을 모아두고 있어요.

개인 작업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평소에 포착한 인상적인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해두었다가 그림이나 디지털 페인팅,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해요. 이 외에 제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다양한 클래식 패턴을 재해석하고 이것 들을 활용해 콜라주 하는 것도 주요 작업 중 하나예요.

캔버스뿐 아니라 패브릭, 사진, 세라믹 등 다양한 텍스처 위에 작업하는데 이런 방식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나요? 디자인을 전공했고 패션 회사에 다닌 경력도 있는 터라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것을 만드는 일에 친숙하고 즐거움을 느껴요. 그래서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해요. 작품 자체로 가치 있는 작업과 이런 실용적인 상품으로 제작 가능한 작업을 병행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사키만의 컬러 팔레트가 궁금해요. 보면 마음이 따듯해지더라고요. 색을 쓸 때 중점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은 뭔가요? 컬러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인데, 전에는 색을 사용하는 저만의 특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크게 보면 어두운 계열은 거의 쓰지 않고, 개인적으로나 작업할때 선택하는 컬러는 제 머릿속 팔레트에 속한 것들이에요. 패션이나 뷰티 브랜드에서 한 시즌의 무드 보드를 만들 때 컬러 맵 같은걸 만들잖아요. 시즌 컬렉션을 관통하는 키 컬러를 선택하고, 이와 어울리는 컬러 칩들을 찾아내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늘 머릿속으로 컬러 팔레트를 만들고 틈틈이 업데이트해요. 늘 가장 예쁘고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고 하고요. 영향을 받은 대상을 꼽으라면 영화죠. 컬러 영화가 대중화된 직후인 1950~60년대의 프랑스 영화와 일본 영화를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보고 무척 좋아했어요. 누벨바그 감독들의 그 시대를 보여주는 미장센이나 색감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지금처럼 아무도 바로 다음 달 상황조차 예측할 수 없는 때는 이전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일상이나 작품에 대한 생각이 변한 부분이 있나요? 집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도 외출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올해는 특히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었어요. 여행을 적어도 1년에 한두번은 다녔는데 지금은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 여행도 조심스러운 시점이라 일상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이 이전보다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집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나 먹거리 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재밌는 일들을 찾고 있죠. 제 작품의 영감이나 주제는 항상 제 일상에 관한 것이라 코로나 19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제 작품을 감상하는 분들도 개인적인 삶에 대한 고민이 전보다 더 많아지는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공감대를 작품으로 표현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