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수 옐로 니트 스웨터, 베이지 팬츠 모두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최연청 플라워 패턴 드레스 블리다(Vleeda), 화이트 재킷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장의수 베이지 수트 코스(COS),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연청 베이지 셔츠, 스커트 모두 제이더블유 앤더슨 바이 육스(JW Anderson by YOOX).

장의수 화이트 셔츠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버건디 팬츠 하이더 아커만 바이 무이(Haider Ackermann by MUE), 어깨에 걸친 핑크 니트 스웨터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연청 멀티컬러 니트 스웨터 바네사 브루노(Vanessa Bruno), 샤 스커트 쟈니 헤잇 재즈(Johnny Hates Jazz).

웹 드라마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재탄생한 작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의 이야기는 명확하다. 동성 간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일부러 그 말만은 하지 않으려 애쓰거나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주인공 국(장의수)과 태주(한기찬)는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가지는 순간, 사랑한다고 말한 다. 국을 짝사랑하는 해미(최연청) 역시 마찬가지다. 편견의 여지가 없는 당연하고 명확한 사랑의 고백, 이제 더 많은 이들이 누려야 할 사랑의 자유다.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가 국내 최초의 BL(‘Boys Love’의 준말)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재에 부담은 없었나? 장의수 부담을 가지거나 불편하다고 느낀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배우로서 어떤 장르든 안해본 것을 시도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퀴어물도, 학원물도 해본 적이 없어서 부담보다는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맡은 역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나? 장의수 국은 나이는 열여덟인데, 말이나 행동이 어른스럽고 진중하다. 생각이 많아서 말을 쉽게 내뱉지도 않는다.그래서 극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늦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이런 국의 생각이나 태도를 말이 아닌 눈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했다. 작품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거의 ‘눈으로 말해요’ 수준이다. 감독님도 눈빛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셔서 눈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최연청 해미는 국과 태주 사이에 낀 유일한 여자인데다 국을 짝사랑하는 인물이다. 감정 표현에 망설임이 없고 굉장히 솔직하다. 매력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국과 태주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인물이라 미움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세 사람이 잘 어울려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국과 해미라는 인물을 가장 잘 설명하는 대사를 떠올려본다면? 최연청 “나 번호 좀.” 국에게 한눈에 반한 해미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 해미의 솔직한 성격을 잘 드러내는 말인 것 같다. 참고로 해미는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오로지 국에게 직진한다. 장의수 가장 강국다운 말이라고 하면, “맞아. 꼬붕이었던 것 같아”다. 태주 부모님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받는 대신 태주를 지키는 보디가드가 되어 하는 국이 자신의 위치를 되짚어보며 하는 말이다. 국은 늘 태주에 대한 마음을 감추고 선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마지막에는 참았던 마음을 터뜨리지만.

대사의 톤이나 말투가 만화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최연청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부분이 있긴하다. 실제로 해미는 원작만화가 있는 일본드라마 <고쿠센> 시리즈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웹 드라마로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고,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직후엔 톱10 콘텐츠에 이름을 올렸다. 최연청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농담 삼아 우리 넷플릭스 가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말하면서도 꿈을 너무 크게 가지는 건 아닌가 싶었다.  진짜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장의수 확신한  건 아닌데,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묘하게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촬영 중반부터 태주역을 맡은 기찬이한테 계속 이런 얘기를 했다. 심지어 엄마한테도 처음으로 이번에 진짜 잘될 것 같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도 했다. 근거는 없지만 왠지 모를 믿음이 있었다.

인기의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최연청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 하는 BL물이라 보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주인공으로 나오는 두 사람이 잘생겼으니까.(웃음)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장의수 부끄럽지 않은 작품. 처음으로 긴장감을 내려놓고 즐긴 작품.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해 준 작품. 그리고 앞으로 내가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작품. 최연청 중국에서 활동하다 돌아와 찍은 첫 작품이다. 내게는 한국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줬다.

두 사람 모두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어떤 시간을 거쳐 배우에 이르게 된 건가? 최연청 국악고를 나와서 대학에서도 가야금 연주를 전공했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국악을 하길 바라셨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쉽지 않았다. 솔직히 어릴 땐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해서 배우보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막상 오디션장에 가보니 지원자 모두 예쁜데다 연기도 잘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전에는 ‘예쁘니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도 안했는데, 오디션을 보러 다니면서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준비하다 제안이 들어와 수년간 중국에서 활동했고,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국내에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장의수 모델 활동을 꽤 활발하게 했었다. 그러다 군대에 갔는데, 돌아오니까 같이 일했던 모델 친구들이 다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연기로 영역을 옮기게 됐다. 배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건 3년 전부터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하려니 연기가 안 됐다. 어려웠다. 연기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 건 정말 많이 혼났을 때다. 크게 혼나고 데어보면서 배우는 지점들이 생겼다.

연기하면서 어떤 점이 그렇게 어려웠나? 장의수 주변을 많이 의식했다. 연기하고 있는데 한쪽에서 피식 웃기만해도 나 때문에 웃나 싶었다. 내 연기를 못 믿었고, 누군가에게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연기한 때가 있었다. 지금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시기는 지난 것 같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는 사실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나? 장의수 빨리 시작했으면 물론 좋았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늦더라도 천천히 단계를 밟아 나가고 싶다. 최연청 어릴 때 많은 기회가 한꺼번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걸 감당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저런 경험을 쌓으며 나름 밀도를 높여 놓은 지금이 더 좋다.

연기하면서 이전의 경험이 도움이 될 때가 있나? 최연청 그동안 많은 걸 해봤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도 해보고, 극단 조연출도 맡아보고, 대기업에서 일한 적도 있다. 별 걸 다 해봤는데, 사실 이 일들을 하고 싶어서 했다기보다 연기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과 작품을 기다리는 동안 지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했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해서 좋은 건, 이제 내게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안다는거다.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 내공을 쌓은 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장의수 맞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조심해야 할 시기다. 솔직히 무섭기도 하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이건 잠깐일 수 있으니까. 내 작품을 봐준 사람들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나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최연청 지금이 다음을 위한 디딤판이 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걸 딛고 가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고, 잘 딛지 못하면 그대로 정체될 테니. 다행히 어릴 때와 달리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점인지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잘 딛고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럴 때 뭘 해야 할까? 최연청 당연한 말이지만 준비를 해야 한다. 연기는 물론이고,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놓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장의수 빨리 다음 작품을 만나는 것.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연기 수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역할이라도 현장에 있으면 보고 배우는 게 많다. 그래서 계속 현장에 있고 싶다. 연락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