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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와 파리, LA와 런던 등지에서 사모은 주방 세간살이.

 

1. 코펜하겐 in The Row
LA 멜로즈 거리에 있는 ‘더 로우’ 플래그십 스토어는 편집숍에 가깝다. 수영장이 딸린 1층짜리 저택을 숍으로 개조한 공간은 넋을 놓을 정도로 아름답고 고상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더 로우 컬렉션 의상뿐만 아니라, 올슨 자매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예술 서적과 가구, 작은 소품들을 함께 전시 판매하는데, 각국에서 모인 이 크고 작은 물건들을 보는 재미가 꽤 즐겁다. 이곳에서 150달러에 데려온 코펜하겐 태생의 화병이자 촛대는 절대 떨어 질 수 없다는 듯이 한 세트로만 팔았다. 매끈한 붉은 주둥이와 다르게, 거칠고 투박한 몸뚱이가 귀엽다.

2. 아카시아 나무 쟁반 in Found MUJI
도쿄에 가면, 일본 곳곳에서 채집한 생활 제품들을 소개하고 파는 파운드 무지에 꼭 들른다. 여기엔 장인들이 만든 곱디 고운 백자 도자기도 있고 시골 소상인들이 만든 지푸라기 수세미도 판다. 처음 갔을 땐, 마음에 쏙 드는 나무 쟁반을 찾겠다고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서서 나무의 색과 결을 찬찬히 살폈다. 당최 이게 뭐라고! 그렇게 고른 카라멜색 아카시아 나무 쟁반 하나, 그리고 길다란 나무 식기 세척 솔 하나가 주방에 있다.

3. 자기 절구와 도자기 병 in Labour & Wait
런던에서 가장 좋아하는 숍을 꼽으라면, 쇼디치에 위치한 노동과 기다림(Labor & Wait)을 빼놓을 수 없다. 노동과 기다림의 산물쯤 될까? 끼 부리지 않은 유용하고 담백한 물건들은 일상에 가까이 맞닿아 있다. 잡다한 주방 도구들을 마구마구 꽂을 수 있는 묵직한 도자기 병 두 개, 마늘이나 잎을 으깨거나 빻을 수 있는 작은 자기 절구도 그 곳에서 고른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