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를 해볼까 싶어 방법을 검색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샵밥(Shopbop)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1천여 개가 넘는 브랜드의 패션 아이템을 갖춘 이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은 알렉산더 왕이나 베르사체 같은 럭셔리 브랜드부터 클럽모나코, 컨버스 등 꽤 친숙한 브랜드까지 방대한 셀렉션을 갖추었으며,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으로 상품을 직배송하고 있다. 원래 2000년 미국 위스콘신 주의 도시 매디슨(Madison)에서 대학가 주변에 매장을 열고 사업을 시작한 샵밥은, 하이엔드 디자인을 추구하되 가격은 좀 더 합리적인 컨템퍼러리 패션을 좇기 시작한 시장의 변화를 기민하게 포착했다. 곧 온라인으로 패셔너블하고 품질 좋은 브랜드를 다양하게 선보이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2006년 아마존의 자회사로 인수되며 온라인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며 지금의 샵밥의 신화를 일구어냈다.

샵밥이 인기를 얻은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콘텐츠. 샵밥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상품을 활용한 스타일링 화보와 다양한 패션 트렌드를 제시하는 기획 카테고리를 매일 업데이트한다. 스타일리시하되 일상에서 해봄 직한 패션을 선보이는 샵밥의 행보 뒤에는 CEO 다르시 페닉(Darcy Penick)이 있다. 백화점 체인 니만 마커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녀는 다양한 패션 리테일 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2009년 샵밥의 총괄 바이어가 되었다. 승진을 거듭하며 제너럴 머천다이징 매니저와 최고상품책임자를 거쳐 마침내 2015년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그녀는 열정적으로 일하고 쿨하게 멋을 내는 여성을 나타내는 샵밥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한다.

 

샵밥의 성공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일단 초기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사이트로 판매 경로를 바꾼 타이밍이 좋았다. 또 다른 패션 회사들이 웹사이트를 카탈로그를 보여주는 정도로만 활용한 데 반해 샵밥은 화보성 콘텐츠를 보여주고 판매도 함께 했다. 그게 당시 막 시작된 온라인 쇼핑붐의 얼리 어답터 격이던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였다. 상품 면에서도 패스트 패션은 물론 런웨이에 오르는 트렌디한 옷도 두루 취급해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저가부터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바이어들의 안목을 믿는다. 그들은 무척 열심히 일할뿐더러 유명 리테일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라 바이어들의 직감을 따르는 편이다. 둘째는 샵밥의 철학을 떠올리는 거다. ‘Effortlessly Cool’, 말 그대로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쿨해 보이는 스타일에 집중하는 게 우리의 모토다. 가격대는 상관없다. 샵밥은 스트리트 패션이 머지않아 주류 트렌드를 이끌 것을 일찌감치 알아차렸고, 그래서 정형화된 스타일보다는 다양한 취향이 결합된 패션을 추구해왔다. 물론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이 우리의 어떤 상품에 반응하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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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다른 시장과 비교했을 때 한국 시장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인가? 한국 시장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이를테면 한류 스타가 착용한 브랜드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도 엄청난 반응을 일으킨다. 사실 시장 규모로 따지면 중국이 우리의 더 큰 잠재 고객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영향력 면에서는 한국 시장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또한 바잉하는 입장에서 한국의 패션 브랜드도 또 다른 매력이다. MCM과 젠틀몬스터, SJYP와 오즈세컨이 샵밥에서 판매되고 있고, 2월 중고엔제이(GOEN.J)도 론칭한다.

샵밥은 뉴욕에 사무실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분위기에서 일하는지 궁금하다. 건물이 타임스스퀘어 바로 앞에 있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전체가 탁트여 있고, 루프톱에는 야외 공간도 있다. 회사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공간이 모자라 사무실을 한 층씩 늘려나가다 보니 어느새 4개 층을 쓰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엄격하지는 않다. 직원들이 각자 시간을 유연하게 쓰는 편이다. 우리 직원들은 샵밥을 자신의 회사로 여긴다. 끔찍한 말로 들리겠지만 사실이다.(웃음) 어떤 부서건 단순한 업무 이상의 재미를 찾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바이어는 20명 정도가 일하고 있는데, 그들이 관리하는 브랜드의 수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우리는 작은 규모로 신속하고 스마트하게 일하는 조직을 추구한다. 이 부분은 모회사인 아마존과 비슷하다. 업무 시간 동안 바이어들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바쁘게 일한다. 하지만 모두들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며 영감 받는 일을 워낙 좋아하기에 즐겁게 일한다. 아, 물류나 기술 지원 등을 담당하는 오퍼레이션팀은 위스콘신에 사무실이 있다.

 

3. Retouch Complete

당신은 대학 시절 매사추세츠 주의 웰슬리 칼리지(Wellesley College)에서 평화 정의학을 전공하고 인문학 학사와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지금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의외다. 맞다. 내 커리어는 대학 전공과 전혀 상관없다. 대학교에 갈 때만 해도 학문적인 욕심이 컸다. 그러면서도 항상 창의적인 교양 수업을 듣거나 학교 밖에서 액티비티를 즐기곤 했다. 그런데 4학년을 앞둔 여름, 오로지 학술 연구만 해야 하는 때가 있었다. 아주 불행한 여름이었다. 그때 느꼈다. 내가 졸업하고 하고 싶은 건 무언가 나를 자극하는 아이디어 전략을 짜는 일이었다. 패션은 늘 내 취미처럼 친숙했고, 그래서 4학년 때는 패션 회사들에만 이력서를 냈다. 첫 직장인 니만 마커스는 직업훈련 교육과정이 있어서 패션 쪽엔 전혀 경험이 없었던 내게 엄청난 기회로 다가왔다.

 

이후 자매회사인 버드도프 굿맨으로 옮겼다가 삭스 피프스 애비뉴로 이직하며 바이어로서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2009년에 샵밥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일단 나 자신이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는 게 첫째 이유였다. 나 역시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리테일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왔음에도 라이프스타일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기 시작하니까 자연스레 전자상거래 분야에도 관심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2001년부터 샵밥을 이용해왔기 때문에 제의가 들어왔을 때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실 일의 목표 자체는 별반 다르지 않다.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거다. 하지만 온라인은 업무의 흐름이 훨씬 다이내믹하다.

주말에는 무엇을 하며 보내나? 주중에는 뉴욕 도심의 집에서 지내고, 주말이면 한 시간 거리의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전원주택에 간다. 정원이 있고 동물도 많고, 완전히 다른 두 가지 라이프스타일을 오가는 셈이다. 그곳에서는 도시에서는 누리기 어려운 차분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삶의 밸런스를 찾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지난여름에는 뉴욕 사무실 직원들을 모두 데려와 피크닉을 즐겼다.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당신의 커리어 목표는 무엇인가? 난 항상 무언가를 배우는 데 빠져 있었다. 지금은 CEO로서 사업 전반에 관여하면서, 그동안 바잉 업무에만 전문화되었던 커리어에 새로운 배움의 시간이 찾아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