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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문은 처음인가? 이번이 두 번째다. 20여 년 전 패브릭을 보러 온 적이 있다. 서울은 그때에 비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바뀐 듯하다. 다음에는 비즈니스가 아닌 휴가를 즐기기 위해 서울에 오고 싶다.

직접 스타일링 클래스를 진행했다. 종종 소비자와 소통하는 편인가?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파리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파리에는 제라르 다렐 멤버십 클럽이 있는데, 오늘 열린 스타일링 클래스 같은 이벤트를 종종 마련한다. 고객들을 만나려고 매장에 들르기도 한다.

스타일링 클래스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2015 F/W 컬렉션의 아이템을 활용한 스타일링 방법을 소개했다. 내가 즐기는 스타일링 방법 중 하나가 ‘트위스트’다. 하나하나의 아이템으로 전체적인 스타일을 완성할 때, 어떻게 트위스트하면 세련돼 보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단조로운 올 블랙 룩에 컬러풀한 퍼를 매치한다거나, 포멀한 스트레이트 스커트에 주름 양말과 모카신을 더하는 등의 연출 방법 말이다. 중간중간 상반된 요소나 캐주얼한 요소를 가미해 룩을 조금 비틀면 좀 더 모던하고 컨템퍼러리해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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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15 F/W 컬렉션에서 중점을 둔 컨셉트는? 자신이 가진 습관에서 벗어나는 것. 그리고 다른 종류의 자유를 누리는 것. 즉,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이 이번 컬렉션의 지향점이다. 제라르 다렐의 ‘그녀’는 일본의 기모노에서 영감을 받고, 몽골 초원의 퍼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파리로 돌아온 ‘그녀’에게서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애티튜드가 자연스럽게 묻어날 것이다. 물론 ‘그녀’는 가상의 인물이다.

이번 시즌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하는 아이템은? 블랙 더블페이스 울 코트, 베이식한 화이트 셔츠, 그리고 제라르 다렐에서만 볼 수 있는 이카 프린트 아이템. 매우 가볍고 따뜻한 울 코트와 남성적이면서도 섹시한 여성미가 느껴지는 화이트 셔츠는 여성이라면 옷장에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아이템이다. 여기에 강렬한 프린트 아이템 하나만 더하면, 얼마든지 패셔너블한 포인트를 줄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제라르 다렐은 어떤 브랜드인가? 제라르 다렐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은 유행에 휩쓸리는 패션 빅팀이 아니다. 자부심이 있고, 자신이 지닌 스타일을 믿는 여자들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뚜렷한 소신이 있고, 좋은 소재를 알아보는 안목 있으며, 이 옷이 왜 좋은지 아는 여자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서른이든 쉰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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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르 다렐은 프렌치 시크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당신이 생각하는 프렌치 시크의 정의가 궁금하다. 프렌치 시크란 파리지앵에게서 묻어나는 애티튜드다. 누군가를 흉내 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기 안의 우아함이 묻어나는 것. 프렌치 시크 스타일은 패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방식이 묻어나는 그들만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벌써 제라르 다렐에서 네 번째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당신이 맡은 후 제라르 다렐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컬렉션을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전의 제라르 다렐은 상당히 포멀하고 단조로운 분위기였다. 나는 여기에 ‘패션’이라는 요소를 가미했다. 컬러, 페미니니티, 판타지 같은 강력한 요소 말이다. 여기서 판타지란 클래식하거나 보수적이지 않은 것을 이른다. 그것은 실루엣이 될 수도 있고 컬러나 디테일일 수도 있다. 어쩌면 가벼움 같은 것도 판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자들이 옷을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입을 수 있도록 상상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앞으로 제라르 다렐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생각인가? 컬렉션에 판타지적 요소를 계속 담아내고 싶다. 그리고 옷의 퀄리티를 더욱 높이고자 한다. 제라르 다렐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소재다. 다른 브랜드에서 소홀히 하는 소재나 프린트 개발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다. 좋은 소재를 사용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니 관심 있게 지켜봐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