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티에 드 빌라트(Astier de Villatte)의 우유빛 도자기를 보고 있자면 이내 마음이 곱고 차분해진다. 프랑스 남부의 화산재가 섞인 회색 흙에 흰색 유약을 곱게 발라 완성한 도자기들은 어느 것 하나 똑같이 생긴 게 없다. 크기도 미세하게 제 각각이고, 빚고 바르고 구우면서 생긴 들쭉날쭉한 기포들, 또 손으로 그린듯한 그림들도 조금씩 그 빛과 색을 달리 지닌다. 파리에 갈 때 마다 꼭 들리는 생토노레에 위치한 본점에서는 가장 많은 종류의 도자기와 향초, 인센트 제품 등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건 파랑새가 지저귀는 손바닥 만한 접시. 누군 가에겐 전부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 눈엔 새의 깃털과 나무의 매달린 열매 색 하나까지 어찌나 다 다르게 보이던지. 가장 마음에 드는 색과 모양을 고르는데 꽤 오랜 시간을 진중하게 할애했다. 그렇게 심혈을 기우려 고른 마음에 쏙 드는 도자기들은 볼 때 마다 참 흐뭇하고 애틋하다. 주말이 되면 접시 위에 앉은 먼지를 살며시 털어내는 것 만으로도 조용한 위안을 얻는달까. 그건 아는 사람만 아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매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