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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은 근래 DJ 경연 프로그램 <헤드라이너>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10년도 훌쩍 넘게 디제잉을 해온 베테랑이다. DJ, VJ, 포토그래퍼 등이 모인 비엔에스크루(BNSKREW)로도 활동하며 국내는 물론 일본, 유럽의 레이블을 통해서 앨범을 내는 글로벌 뮤지션이기도 하다. 테크노 장르에 주로 머무는 그의 디제잉에는 우주적인 기운이 있다.

테크노의 매력은 무엇인가? 난 테크노 음악의 반복성을 좋아한다. MC스퀘어 같은 거다. 그 기계에서 또또또또, 동일한 음이 나오는데도 사람의 뇌파가 그걸 서로 다르게 해석해서 효과가 있는 거라고 들었다. 테크노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른 음악보다 훨씬 가지각색이다. 거기서 오는 무한한 상상력에 빠져들었다.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이라는 이름의 조합이 독특하다. 어떻게 지은 건가? 본명이 박한진인데, 5살 때부터 바가지로 불렀다. 2009년 ‘압구정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행사가 열릴 뻔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페스티벌 기획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포스터 디자인도 했는데, 기획사 대표가 내 이름이 너무 ‘나이트 웨이터’ 같다며 새 이름을 짓자고 했다. V로 시작하는 게 멋있을 것 같아서 적고, 바가지의 B는 13으로 바꾸어 끝에 썼다. 그리고 당시 좋아하던 차 닷지 바이퍼(Dodge Viper)와 뮤지션 아펙스 트윈(Aphex Twin)에서 중간 글자를 따와서 완성했다. 바가지란 이름은 버릴 수 없어 그냥 둘을 붙여 쓰기로 결심했다. 주변에서는 요샛말로 ‘괴랄하다’고 평하더라.(웃음)

비엔에스크루가 만드는 파티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들었다. 원래는 크루 이름이 ‘북방 노스페이스’였다. 멤버들이 죄다 동그란 얼굴에 작은 외꺼풀 눈, 두꺼운 입술 등 북방계 얼굴이라서다. 지금은 멤버가 바뀌면서 얼굴도 달라지고 해서 그냥 BNS크루라고 한다. 재작년 핼러윈데이 때는 명작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를 컨셉트로 게임 캐릭터로 변신해 파티 포스터와 영상을 만들었다. 이번 핼러윈 때는 ‘짬뽕’이 컨셉트였다. 파티에서 중식 요리사 복장을 한 사람만 10명은 본 것 같다. 평소에 매일 하루 1시간씩 꼭 인터넷 사이트를 돌면서 유머 트렌드를 공부한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의 소스를 건지기 위해서다.

당신의 DJ로서 모토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파티는 신나게, 음악은 딥(deep)하게.

My Favorite Playlist

Rhythm Is Rhythm – Strings of Life 어떤 분야든 그에 대해 공부하려면 먼저 역사를 알아야 하듯, 테크노 음악을 알려면 현대 댄스 뮤직의 탄생을 알린 이 곡을 들어보아야 한다.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선구자 데릭 메이가 ‘리듬 이즈 리듬’이라는 이름으로 1987년 발표한 트랙이다.

Saint Binary – Shadows 국내에서는 최근에야 EDM 장르가 대유행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이전에도 수많은 전자음악 뮤지션이 존재했고, 몇몇은 기념비적인 음반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1999년 세인트 바이너리의 앨범 은 시대를 앞선 명반으로 꼽힌다. 이 곡의 목소리 주인은 무려 박혜경이다.

The Chemical Brothers – Star Guitar 올해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에도 내한했던 케미컬 브라더스의 2002년도 불세출 히트곡. 특히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들 하는 바로 그 뮤직비디오는 꼭 찾아보길 바란다. 음악과 완벽한 일체를 이루는 아름다운 영상이다. 미셸 공드리가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