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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끌레르는 정확히 4년 전, 2011년 12월호에 그를 인터뷰했다. 그때도 그는 음악 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DJ였고, 그에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겸손했다. 그동안 그는 데드엔드 무브먼트 크루의 멤버이자 큼직한 페스티벌과 유명 클럽의 디렉터로 활동했고, 디스코 익스피리언스라는 또 다른 크루도 결성했다. 여전히 그는 국내에서 제일 바쁜 DJ다.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공연을 하면서 크루 활동도 하고 이태원의 몇몇 클럽의 음악 디렉터로도 일했다. ‘화합’이라는 작은 술집도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이태원 지구촌 축제도 3년째 내가 기획하고 있다. 구청에서 추산하길 100만 명이 왔다고 하더라.

디스코 익스피리언스(Disco Experience) 크루는 어떻게 뭉치게 되었나? 원래는 2년 전쯤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이름이었다. DJ를 하면서 디스코 음악을 제대로 즐길 만한 공연이 너무 없다는 걸 느꼈다. 누구나 ‘디스코 파티에 가면 이런 음악이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뻔한 음악만 나오는 파티가 전부였다. 그래서 좀 다양한 디스코 무드를 살려보고 싶어서 몇 번 공연을 기획했고, 그러다 올해 초 아예 마음 맞는 사람들을 모아 크루를 만들었다. 디구루(Dguru), DJ환(Ffan), DJ그리드(Grid), DJ와우(Wow), 포토그래퍼 스틸엠45(Stillm45)까지 6명이다.

국내에서는 클럽 음악이나 DJ 음악이라 하면 EDM 장르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런 와중에 당신은 꾸준히 힙합, 디스코 음악을 플레이하고 있다. 어려움이나 아쉬움은 없나? 물론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의 활동에 만족한다. 나는 대학교에 강의를 5년째 나가고 있는데,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 디제잉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처음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어떤 장르인지 물어보면 80% 정도가 EDM을 꼽는다. 근데 강의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 경로,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다시 마지막 수업 때 좋아하는 음악을 발표하라고 하면 다들 처음과 완전히 다른 음악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느낀 게 사람들이 EDM을 정말 좋아해서 그걸 찾는 게 아니고, 그 장르의 노래만 계속 들리니까 다른 음악을 들을 기회가 적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람들이 내 공연을 통해서 더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문화를 접했으면 좋겠다.

DJ로 활동한 지 13년쯤 되었다. 매너리즘을 겪은 적은 없나? 한 번도 없다. 내가 원래 흥이 아주 많은 ‘흥부자’다. 디제잉을 일로 생각한 적이 없다. 원래 취미로 시작한 것이 직업이 된 터라 늘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틀었다. 크루 멤버들과도 잘 맞고, 스트레스도 별로 받지 않는다. 다른 DJ들 플레이를 보고 서로 얘기를 나누면 내가 안 해본 음악이 아직도 너무나 많다. 이 모든 게 그냥 내가 재미있게 놀려고 하는 거다.

My Favorite Playlist

PETE HERBERT & DICKY TRISCO – LEGS & CO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두 아티스트 피트 허버트와 딕키 트리스코의 합작 트랙이다. 감미로운 전자피아노 음이 가미된 인트로 부분에 이어서 어느 틈에 훅 터지는 펑키한 메인 비트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Lafayette Afro Rock Band – Ozan Koukle 가끔 새벽에 깨어 있을 때 듣는 곡이다. 남성미 있고 세련된 펑크(funk) 음악이 쏟아져 나온 1970년대 초반의 오래된 곡이다.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애절하고, 왠지 모를 장엄함마저 느껴지는 마성적인 곡이다. 진지하게 무언가를 계획할 때 들으면 좋을 듯하다.

TIM ISMAG – CLICK CLACK (ORIGINAL MIX) 러시아 출신의 DJ이자 프로듀서인 팀 이스맥의 곡이다. 트랩 장르에 속한 뉴스쿨 사운드와 구성을 따르지만, 그러면서도 1980년대를 주름잡은 올드스쿨 장르의 스윙 리듬이 어우러져 있어, 악기 구성이 상당히 단출한데도 굉장히 흥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