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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수트와 서핑 팬츠 모두 헐리 바이 911 스포츠(Hurley by 911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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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수트와 서핑 팬츠 모두 헐리 바이 911 스포츠(Hurley by 911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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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수트와 서핑 팬츠 모두 헐리 바이 911 스포츠(Hurley by 911Sports).

나와 지창욱은 거친 파도 소리가 그대로 들려오는 발리의 평화로운 리조트에서 한가롭게 앉아 인터뷰를 했다. 드라마 <힐러>가 끝나고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다. 치열했던 드라마 촬영 일정이 모두 끝나고 나서도 그는 그간 미뤄두었던 인터뷰를 하느라 또 바쁜 한 주를 보내고, 그러곤 몇몇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외에서 열린 어느 행사는 팬이 너무 많이 몰리는 바람에 안전상의 이유로 취소가 되기도 했다. 틈틈이 작품을 위한 미팅도 했고, 뮤지컬 <그날들> 지방 공연도 했다. 그간 만나지 못한 친한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친한 형과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던 와중에 그는 우기가 지나고 점점 뜨거운 열기가 가득해지는 발리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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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 슬리브리스 티셔츠 올세인츠(All Saints), 데님 팬츠 디스퀘어드2(Dsquared 2), 슬리퍼 버켄스탁(Birkenstock), 선글라스 칼 라거펠트 바이 룩옵틱스(Karl Lagerfeld by Look Op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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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늘색 셔츠와 반바지 모두 데님앤서플라이 랄프 로렌(Denim & Supply Ralph Lauren), 스니커즈 스터즈워(Studs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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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늘색 셔츠와 반바지 모두 데님앤서플라이 랄프 로렌(Denim & Supply Ralph Lauren), 스니커즈 스터즈워(Studs War).

발리에서 보낸 그의 일상은 아주 단조로웠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수영을 조금 하다가 낮잠을 자고, 한국에서부터 싸들고 온 만화책을 들춰 보다가 다시 낮잠을 자고, 그렇게 작정하고 게으르게 보낸 일상. 어쩌면 모든 것을 떠나보내고 난 뒤라 더 작정하고 마음을 놓았는지도 모른다. <힐러>가 끝난 후 지창욱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발리의 공항에도 그를 잠시라도 보기 위해 몇 시간이고 기꺼이 기다리는 많은 팬들이 모여 있었고, 공항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진 리조트 안에서도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며 말을 걸어왔다.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시청률이 대단히 높게 나온 게 아닌데도 사랑을 많이 받았죠. 그런데 이제 그 작품은 끝나버렸어요. 작품은 지나갔고, 저는 더 이상 힐러가 아니죠. 다만 현장에서의 즐거웠던 기억만 남았어요. 작가님, 감독님과 소통하는 것도 즐거웠고 현장 스태프들과도 모두 동네 형, 누나, 동생처럼 재미있게 지냈어요. 그게 전부예요. 달라진 건 없어요. 단지 예전보다 이런저런 제안이 많아진 정도? 예전에는 작품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 들어오면 일단 하고 보거나 두 작품 중에 하나를 고르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여러 작품 가운데 고를 수 있게 된 거죠.” 촬영 현장에서 그는 유쾌한 청년이다. 일부러 많이 웃고 장난도 치고 농담도 건넨다. 그런데 사실 그건 노력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현장은 늘 바쁘잖아요. 그런 와중에 연기만 하려다 보면 더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애써 더 웃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런 제 모습이 실제 제 성격이 되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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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슬리브리스 톱 에이치앤엠(H&M), 시계 티쏘(Tissot), 선글라스 칼 라거펠트 바이 룩옵틱스(Karl Lagerfeld by Look Optics).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격의 없이 어울리는 편은 아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스태프들은 기꺼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어머니가 차려준 음식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 작품이 끝나면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느라 일주일에 5일은 취해 있을 만큼 웃고 떠들며 즐기지만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풀어진 모습을 보이는 법이 없다. 보충수업을 막아보려고 전기 콘센트에 젓가락을 꽂아 정전을 시켰다는 학창 시절 무용담 속 지창욱을,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그의 모습에서는 도무지 떠올릴 수가 없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지금은 함께 일하는 매니저는 10대의 지창욱을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놈’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놈이 울며불며 어머니를 설득한 끝에 연극영화과에 지원하고 그렇게 진짜 배우가 되었다. “신인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배우 생활이라는 게 연기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연예계라는 곳에 들어와서 선배들 붙잡고 많이 울기도 했어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서 더 힘들었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적응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인터뷰를 할 때면 단답형으로 대답하곤 했어요. ‘좋아하는 게 뭐예요?, 물으면 ‘축구요’ 이런 식이었죠. 그때는 이상하게 제 입으로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참 어색했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이제는 오히려 한 작품을 끝내고 인터뷰를 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면서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잘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죠. 연기라는 내 일을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도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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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그러데이션 카디건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안에 입은 화이트 티셔츠와 블루 팬츠 모두 에이치앤엠(H&M).

BEAUTY NOTE

여행을 떠난 지창욱의 화장대 위에 놓인 헤라 옴므(Hera Homme)의 매직 스킨 크림과 퓨리파잉 클렌징 폼. 매직 스킨 크림은 바르는 즉시 피부 보호막을 만들어 유해 환경과 스트레스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는 안티에이징 크림으로 여행에 지친 피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퓨리파잉 클렌징 폼은 세안과 면도를 한번에 해결하는 듀얼 클렌징 폼으로 피부 깊은 곳까지 클렌징해주는 것은 물론 면도할 때 피부를 매끄럽게 유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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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트레이닝 후드 집업 셔츠와 팬츠 모두 일레븐 파리(Eleven Paris).

BEAUTY NOTE

뜨거운 태양 아래 지창욱의 피부를 지켜준 헤라 옴므(Hera Homme)의 CC 크림. 완벽한 커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으며 자외선 차단 효과와 주름 개선, 미백 효과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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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메시 소재 니트 톱 올세인츠(All Saints), 반바지 일레븐파리(Eleven Paris).

BEAUTY NOTE

지창욱의 촉촉한 피부를 책임진 헤라 옴므(Hera Homme)의 에센스 인 스킨은 고보습 안티에이징 성분이 피부 탄력을 높이고 끈적임 없이 풍부한 보습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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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건디 카디건과 팬츠 모두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우리는 화보 촬영을 위해 뜨거운 발리의 이곳저곳을 아침부터 해질 녘까지 돌아다녔다. 서프보드를 들고 바닷가를 걷기도 했고 오토바이를 타고 내달리기도 했다. 그건 그의 여행에 대한 로망쯤 된다. “원래 여행을 가면 많이 안 돌아다녀요. 그냥 많이 자고 먹고 좋은 경치 보고. 그런 게 좋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배낭여행도 해보고 싶고, 오토바이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녀보고 싶기도 해요. 한 서너 달 떠나는 자유로운 여행 말이에요. 서른이 되기 전에는 할리 데이비슨 같은 오토바이를 타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시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서른이 되기까지 그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내년이면 아마도 군대에 갈 것이다. 군대 가기 전까지 돈도 많이 벌어놓고 싶고 오토바이 면허를 따서 할리 데이비슨도 한번 타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그냥 어느 날 불현듯 때 되면 훌쩍 다녀올 것이다. “갈 때 되니까 가는 거잖아요. 다녀오면 오히려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길 거라는 막연한 희망도 있고, 그냥 그렇게 다녀올 거예요.” 지창욱은 지금까지 자신이 천천히 잘 걸어왔다고 말한다.

주말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과 일일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는 시청률도 꽤 잘 나왔고, 여전히 아주머니 팬들은 그를 ‘동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미니시리즈 <무사 백동수>를 찍었고 장편 사극인 <기황후>에서는 왕을 연기했으며, 미니시리즈 <힐러>를 끝낸 지금은 한국이 아닌 곳에서도 그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사실 지창욱의 원래 꿈은 벼락 스타였다. “처음 배우가 되었을 때 갑자기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아서 ‘벼락 스타’가 되고 싶었어요. 그렇게 되지 못했지만요.(웃음) 그래도 천천히 제 길을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주말 드라마와 일일 드라마, 미니시리즈와 사극 등을 거친 건 의도한 게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 된 거예요. 제가 데뷔를 하고 초반에 했던 작품들은 시청률이 정말 잘 나왔어요. 그런데 그러니까 오히려 무섭더라고요. 다음 작품에서 시청률이 낮으면 어쩌나, 걱정이 됐죠. 캐스팅 제안이 들어와도 선뜻 응할 수가 없었어요. 그때 한 선배가 시청률 때문에 작품을 못 고르면 배우가 아니라고 말해줬어요. 겨우 용기를 내 작품을 골랐는데, 그게 <총각네 야채가게>예요. 그런데 그 드라마가 시청률이 1%도 안 나왔어요. 그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제야 깨달았거든요. 시청률이 나오지 않더라도 연기를 대충 할 수는 없고 끝까지 책임져야 하며, 또 그 작품에서도 내가 배우는 게 있다는 걸요. 그리고 작품이 끝난 후에도 지창욱이라는 배우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이제 그는 벼락 스타 대신 새로운 꿈을 가졌다. “벼락 스타가 되지 못했으니 벼락부자라도 되어야죠.(웃음) 그런데 안 될 거예요. 남들은 로또를 사도 천원, 2천원이라도 당첨되던데 저는 1원도 안 되거든요.” 그는 농담을 접고 다시 대답을 이어갔다. “이제는 행복한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연기하는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으면 좋겠어요. 작품이 잘 되고 안 되고는 제 욕심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하다 보면 잘 되는 날도 있을 테고 아쉽지만 안 되는 날도 있겠죠. 모든 작품은 끝나기 마련이고 작품 하나로 인생이 바뀌는 것도 아니에요. 남는 건 함께한 사람이고 추억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나이가 들고 할아버지가 되어 지금처럼 멋있는 주인공을 하진 못하더라도 맡은 역할을 즐겁게 연기하며, 하고 싶은 연기를 하는 멋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마음먹은 대로 연기가 되지 않았을 때는 방송을 일부러 보지 않은 적도 있고, 지금껏 살아온 세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연예계가 낯설어 울던 시간도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전에는 자세한 사연은 알 수 없지만, 집안 환경 혹은 친구끼리의 문제들로 평안하지만은 않은 학창 시절도 있었다. “지나고 나니 친구들과 만나 추억거리 삼을 만한 이야깃거리도 있고, 지금 생각해도 진짜 힘들었던 순간도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점점 즐거움의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힘든 일이 오더라도 잘 흘려보낼 수 있는 기술이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힘든 일이 닥치면 걱정부터 했는데 지금은 잘 넘길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깨친 것 같아요. 아마도 여유가 생겼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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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메시 소재 니트 톱 산드로(Sandro), 팬츠 노앙(Nohant), 시계 티쏘(Tissot).

발리에서 보낸 게으른 5일이 지나고 그는 다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눈치다. 아주 가끔씩 그의 SNS가 업데이트되고 나면 그의 이름은 여지없이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그를 향한 환호도 여전히 뜨거워 보인다. 발리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작품 준비도 하며 보낼 계획이라고 했으니, 지금쯤이면 차기작을 정하고 작품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의 또 다른 시간이 채워지고, 또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