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슈만, 토미 톤, 필 오, 이반 로딕, 아담 카츠 신딩, 가랑스 도레, 캔디스 레이크. 이들 보다 훨씬 먼저 스트리트사진을 찍어온 대부가 있다. 바로 빌 커닝햄이다. 그는 78년부터 <뉴욕타임스>에 길거리에서 찍은 사람들의 사진과 그들의 공통적인 유행 코드에 대해 이야기했다. “돈이 가장 싼 것이다. 자유가 가장 값진 것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했다.

하버드 대학을 중퇴한 그는 모자 디자이너와 광고업자로 일하다가 군 제대후, 뉴욕에서 시카고 트리뷴에 패션기사를 기고한 것이 패션 기자의 시작. 그러다 우연히 촬영한 그레타 가르보의 스트리트 사진으로 뉴욕 타임즈에서 패션 전문 사진기자로 수십 년 동안 일해왔다. 그만의 작업복인 파란 재킷을 입고 허리에 작은 카메라 백을 묶은 채 자전거를 타고 거리 곳곳을 누비며 낡은 카메라로 거리의 패션을 그의 시선으로 렌즈에 담았다.

38년 동안 뉴욕 거리패션의 역사를 탐색해 온 그가 어제 세상을 떠났다. 이제 뉴욕 곳곳의 패션 씬에서 그의 파란 재킷은 볼 수 없겠지만, 또 누군가 렌즈를 통해 그의 자유로운 영혼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