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시한 나라도, 백엔의 사랑 

포스터처럼 경쾌한 일본 영화를 기대한다면 잔인하리만치 펼쳐지는 리얼한 현실에 눈살이 찌푸려질 지 모른다. 서른 둘, 직업은 커녕 집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고 연애 한 번 못 해본  여자가 있다. 가족과의 사이도 좋을 리 없다.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은 인생, 이치코는 쫓겨나다시피 독립을 하고 근처 천원샵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새로운 곳에서 그녀에게 펼쳐지는 일들은 특별하지도, 행복하거나 건강하지도 않다.  반복되는 상처 속에서 이치코는 생존본능처럼 복싱을 배우기 시작한다.  머잖아 이치코에게도 ‘인생2막’이 펼쳐지는 걸까?  이치코의 인생은 아프고 짠함의 연속이다.  하지만 ‘곧 있으면 이 영화도 끝이 나요 이런 나 따위는 잊어버려요  이제부터 시작될 하루하루는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평범한 날들일테니 ‘로 시작하는 사운드트랙이 끝날 때까지, 자막이 모두 올라간 후까지 앉아있다 일어날 땐 어째선지 이런 나라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비참하고 처절한 이치코를 분신처럼 소화해 낸 안도 사쿠라는 앞으로 더욱 눈여겨 보아야 할 배우다.

 

미련하면 좀 어때, 델타 보이즈 

요약하면 미련하고 순진한 네 남자의 중창단 도전기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삶에 대한 요령 하나 없이 되는대로 주먹구구식 인생을 살아온 네 남자가 중창단 모집 공고에 혹 해 연습을 시작한다. 비교적 긴 러닝타임 중반부가 넘어서야 그들이 가진 재능이 드러나는데 이 도전을 위해 감수하는 많은 갈등과 대화들이 터무니 없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된다.  그런데 왜인지 응원하고 싶어진다. 이제 술 좀 그만 마시고 연습을 하라고 등짝을 때려주고 싶다. 세상은 여태 그들이 마주해왔듯 여전히 만만치않지만 눈을 반짝이며 가장 풍부한 표정과 몸짓으로 노래를 하는 엔딩장면에 어딘지 뭉클해진다. 적은 수의 등장 인물, 타이트한 앵글, 아름답지 않은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극 중 인물들에게로 마음이 움직이는 건  일관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힘이다.  2016 인디포럼에서 올해의 관객상을 받은 영화이자 올 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경쟁부문 대상을 받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