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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로젝트(Y/Project) 그리고 이 브랜드를 이끄는 당신의 정체가 궁금하다. 와이/프로젝트는 요한 세르파티(Yohan Serfaty)가 2010년 론칭한 브랜드로 그의 뒤를 이어 2013년부터 내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난 복잡한 것을 만들기 좋아하는 꽤 이중적인 사람인데, 서로 다른 것을 모아 하나의 멋지고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이 일이 즐겁다. 궁극적으로 와이/프로젝트의 옷을 통해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고 싶다.

어떻게 패션계에 발을 들였나? 실내건축과를 졸업한 스물한살 때, 직장생활을 바로 시작하기엔 너무 젊다고 느꼈다. 좀 색다른 걸 원했고 패션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앤트워프에 유명한 패션 학교가 있다는 말을 듣고 간 곳이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다. 마틴 마르지엘라나 알렉산더 맥퀸이 누군지도 몰랐을 때 의자와 주택 디자인으로 가득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입학시험을 봤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는지 놀랍다.

와이/프로젝트에 합류하기 전 장 폴 고티에와 브루노 피터스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어땠나? 우리의 인생은 과거의 경험들로 채색되지 않나.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다. 수수께끼 같은 장 폴 고티에에게서는 늘 자신의 일을 최대한 즐기며 일하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나도 그처럼 즐기며 일하고 싶다. 브루노 피터스에서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해 고민하는, 정직하고 투명한 패션에 대해 배웠다. 내가 무엇을 만들고 선택하는지, 또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앞서 선보인 봄·여름 컬렉션과 가을·겨울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다.우린 진짜로 이렇다 할 컨셉트가 없다. 단지 좀 재미있는 걸 하고 싶었다. 거리에서 사람들을 응시하며 그들이 입는 옷이 어떻게 그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고, 또 그들의 옷을 직접 입고 해체해보면서 작업했다.이렇게 하다 보면 매우 당혹스러운(?) 지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여기서 컬렉션의 영감이 되는 중요한 소스를 얻는다.

그렇다면 컬렉션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룩은 어떤 것인가? 우리 쇼룸엔 나일론 보머와 해리스 트위드 블레이저, 그리고 그 옆에 표백된 데님과 새틴 뷔스티에 드레스가 나란히 걸려 있다. 나는 이것들을 한꺼번에 조합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 브랜드를 찾는 고객들 역시 바로 이러한 부분에 매료된다고 한다. 할머니와 어머니, 어린 시절 친구들과 소녀들이 지난 주말 와이/프로젝트의 옷을 입고 클럽에 가는 걸 봤다. 내가 사랑하는 건 바로 이런 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반영하면서, 각각의 스타일과 방향성을 가지고 선택하고 만드는 것. 그건 우리로 하여금 무엇이든 가능하게 만드는 행복한 힘을 지녔다.

 

지난 2월, 여성복 컬렉션의 첫 런웨이 무대를 선보였다. 앞서 선보인 남성 컬렉션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브랜드에 합류하면서 첫선을 보인 여성복은 계속 룩북 형태로만 소개되다가, 2016 가을·겨울 컬렉션에야 비로소첫 컬렉션 무대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 전에도 소년과 소녀를 위한 옷을 기반으로 옷을 만들었기 때문에 크게 다른 점은 없다. 실제로 컬렉션의 반 이상이 남녀 모두 입을 수 있는 유니섹스 룩이고, 디자인할 때 역시 남성복과 여성복을 하나의 컬렉션으로 오버랩시킨다. 같은 재킷을 입어도 성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옷처럼 느껴지는 게 흥미롭다.

핸드 우븐 트위드와 나일론, 홀로그램, 리본 등 크고 작은 섬세한 디테일을 돋보이게 하는 패브릭과 테일러링이 눈에 띈다. 소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개인적인 성향을 말하자면 난 꽤 구식인 사람이다. 히스토리에 집착하는 편이라 클래식하거나 내추럴한 소재를 좋아한다. 고상한 반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 어렵고 도전정신이 솟는다.

 

최근 들어 브랜드가 다시금 주목받으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어떤 프레스들은 와이/프로젝트가 베트멍을 이을 차세대 주자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베트멍 덕분에 젊은 파리 디자이너들이 관심을 많이 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과 우리는 매우 다른 선상에 있고 접근법 또한 다르다. 그들이 이미 존재했던 세컨드 핸즈 아이템을 바탕으로 하고 거칠고 강한 면을 내포한다면, 우린 좀 더 오늘날 현대사회 것들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낭만적이고 재미있으며 밝은 면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젊고 새로운 동시에 클래식한 테일러링과 혼재된 현대적인 아방가르드 터치! 내가 느낀 와이/프로젝트에 대한 복잡한 감상이다. 당신만의 미학은 무엇인가? 바로 이 질문에 정확한 답이 들어 있다. 스트리트 요소와 변덕스러운 면이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고전적이고 우아한 것과 충돌하는 것.

서울에서 와이/프로젝트를 만나고 싶으면 어디로 가야 할까? 10 꼬르소꼬모와 레어마켓, 애딕티드로 향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