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니페네거 <심야 이동도서관>

소설 <시간 여행자의 아내>로 주목 받기도 했던 미국 출신의 화가 겸 작가 오드리 니페네거(Audrey Niffenegger)가 선보이는 그래픽 노블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읽은 모든 글이 순서대로 가지런히 꽂혀있는 묘한 분위기의 심야 이동도서관의 사서가 된 주인공 알렉산드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잠들기 전 읽던 동화책부터 학교에서 수업하던 교과서, 짝사랑하는 남자를 생각하며 고른 시집, 엄마가 물려준 요리책까지. 수많은 활자로 촘촘히 채워진 책 속에는 가지각색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소한 순간들이 모두 담겨있다. 서정적인 그림체와 잔잔한 작품 속 장면들이 따뜻하게 어우러진다. 두고 몇 번씩 다시 읽어봐도 질리지 않는 작품이다.

 

이대미 <비우>

대기업에서 시각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활동하게 된 이대미의 첫 책이다. 작품은 악몽의 한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우성치고 울부짖는 사람들이 가득한 섬뜩한 순간, 주인공 ‘비우’는 잠에서 깬다. 하지만 돌아온 현실 속에서도 그녀의 악몽은 끝나지 않는다. 끝없는 환각증세와 심리적 고통, 슬픔과 죄의식에 휩싸여 있다.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겉 보기엔 멀쩡하지만 모두들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외로이 살아간다. 작가 이대미는 실제로 자신이 느낀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비우’라는 인물을 통해 작품 곳곳에 고스란히 배치한다. 어딘가 기묘하고 어두운 그림 속 분위기가 스토리에 한층 더 깊이 몰입시킨다.

 

이사벨 그린버그 <지구별 사랑 이야기: 초기 지구 백과사전>

영국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인 신예 작가 이사벨 그린버그(Isabel Greenberg)의 작품이다. 이 그래픽 노블 속 시간과 공간적 배경은 인류 역사가 시작되기 전에 존재했던 ‘초기 지구’. 비현실적인 풍경이 그려지는 스토리의 흐름에 함께 등장하는 젊은 주인공이 북극에서 카누를 타고 남극까지 가는 긴 여정을 떠나 온갖 모험을 겪은 끝에 운명적인 짝을 만난다. 구약성서의 일화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부터, 신비로운 제식과 풍습들, 세계 곳곳의 신화와 판타지가 뒤섞인 작품 속 일화들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치밀하게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책 한 권에 이토록 진기한 세계를 그려낸 젊은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