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mcmalimh09_thum

알몸의 버블버블

살짝 술에 취해 남자친구와 함께 집에 돌아온 어느 날. 평소처럼 샤워를 하려는데 그가 불쑥 욕실로 들어왔다. 따뜻한 물을 틀어두고 몇 분이 지나자 취기가 돌았다. 남자친구는 샤워기를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고, 웃음이 터진 나는 장단에 맞춰 손에 묻은 샴푸를 그의 온몸에 칠했다. 장난기가 발동한 우리는 온갖 보디 워시와 폼 클렌저 등 비누란 비누를 다 꺼내서 뿌려대며 장난을 쳤다. 순식간에 물과 거품으로 난장판이 된 욕실. 미끄러질까봐 서로를 부둥켜안던 그 순간, 단단해진 그의 페니스가 내 손에 잡혔다. 미끈둥한 피부 때문인지 그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애무하는데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흥분됐다. 보드라운 거품과 함께 미끄러지는 손길에 금세 달아올랐고, 세면대를 부여잡은 채 허리를 숙이자 남자친구가 삽입을 시작했다. 습기 찬 욕실에서 메아리처럼 울리는 숨소리, 미끌미끌한 거품, 둘의 모습이 비치는 욕실 거울까지. 화장실이 이렇게 야한 공간이었나. 그날 밤 이후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둘만의 버블 파티를 즐긴다. S, 학원 강사(30세/여)

 

8.5층에서 벌어진 일

나는 A아파트 105동 12층에 혼자 사는 남자다. 지난 주말에는 6개월째 만난 여자친구와 함께 심야 영화를 보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새벽 2시 반에 들어선 아파트 건물 입구. 왜 하필 이렇게 더운 날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났단 말인가. 여자친구 손을 잡고 성큼성큼 비상구 계단을 올랐다. 헉헉, 헉헉. 호흡이 가빠진 여자친구의 허리를 부축해 그녀가 계단 오르는 걸 도왔다. 이상했다. 나는 분명 덥고 지쳤는데, 한 층 한 층 오를 때마다 탁탁 켜지는 센서등 불빛에 여자친구의 땀 흘리는 얼굴이 비칠 때마다 흥분됐다. 참지 않았다. 허리에 있던 손을 성큼 내려 여자친구의 치마 속을더듬었다. 우리의 위치는 8층과 9층 사이. 그녀에게 잠깐 쉬었다 가자 했다. 그리고 우린 금세 불이 붙었다. 아무도 없는 아파트 계단 사이에서 속닥거리며 사랑을 나눴다. 우리 둘의 움직임에 따라 깜빡대는 센서등 불빛이 짜릿했다. “소리 내지마, 아랫집에서 내다보면 어떻게 해!” 내 귀에 다급히 속삭이던 여자친구의 목소리를 떠올리니 또 불끈거린다. M, 아트 디렉터(31세/남)

 

2박 3일 방콕 휴가

휴가철이 되니 작년 이맘때쯤 남자친구와 함께 보낸 휴가가 떠오른다. 둘 다 직장생활을 하는 터라 긴 여행을 계획하기 어려웠다. 겨우 맞춘 기간은 고작 2박 3일. 부산이며 강원도며 전국 팔도를 다 뒤졌지만 어엿한 곳은 모두 예약이 꽉 차 있었고, 그렇다고 애매한 데 가서 고생하긴 싫어 그냥 내 원룸에서 에어컨이나 빵빵하게 틀어두고 쉬기로 했다. 3일 치 짐을 들고 남자친구가 왔다. 그가 도착하자마자 우린 섹스를 했다.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또 섹스를 했다. 이후 <무한도전>을 한 편 봤고, 세 번째 섹스를 했다. 우리의 섹스는 이후로도 멈추지 않았다. 2박 3일 동안 딱 한 번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들른 것 빼곤, 10평 남짓한 좁은 원룸 구석구석을 훑으며 떠오르는 모든 체위를 마스터했다. 좁은 신발장 앞에 서서 하다가, 창틀에 기대는가 하면 침대로 다시 뛰어들기도 하고. 방에 콕 박혀 한 거라곤 오로지 서로의 몸을 물고 빠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3일 동안 적어도 스무 번은 한 것 같다. 다음 주에 3박 4일 휴가가 잡혀 있다. 우리는 휴양지 예약 사이트에 접속조차 하지 않았다. 주말이 되면 4일 치 식량을 마련하러 마트부터 들를 참이다. P, 회사원(28세/여)

 

아찔한 쿠킹 클래스

우리는 결혼한 지 막 6개월 차에 접어든 신혼부부다. 지난 3월의 한 주말. 남편이 콩나물국을 끓이겠다며 주방으로 갔다. 뭐가 그리 복잡한지 잠옷 차림으로 이것저것 꺼내 드는 그의 뒷모습이 귀여웠다. 가까이 다가갔다. 조선간장과 마늘을 꺼내며 주방 여기저기 뭐가 있는지 설명해줬다. 그 와중에 남편이 대뜸 내 양쪽 겨드랑이 아래 손을 넣고 나를 들어 올려 비좁은 아일랜드 식탁에 앉혔다. 그러곤 곧장 내 바지를 벗긴 후 허벅지 사이를 혀로 천천히 자극했다. 느낌이 강렬했다. 가슴까지 올라와 한참을 애무하던 그가 뒤돌아 냉동실 문을 열어 얼음을 꺼냈다. 얼음을 어깨에 대나 싶었는데 점점 내려가더니 클리토리스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잔뜩 달아오른 나는 식탁에서 내려가 그가 내게 한 것처럼 입으로 자극하기를 반복했다. 싱크대 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세를 고쳐 잡고 피스톤 운동에 돌입했다. 얼음과 콩나물이 사방에 떨어져 치우느라 애를 먹긴 했지만, 그 뜨거웠던 주말을 계기로 우리는 종종 부엌에서 섹스를 즐긴다. 둘만의 규칙이 있다면 칼 같은 위험한 도구는 치워두고, 생크림이나 탄산수처럼 야릇한 상상을 자극하는 것들을 준비해두는 거다. Y, 마케터(33세/여)

 

새로 이사 왔습니다

부모님 댁에서 지내다 얼마 전 독립했다. 낡고 허름하며 방은 딱 하나뿐이지만 처음 생긴 내 집. 따로 이사업체를 부르지 않고 여자친구와 둘이서 이사를 해보기로 했다. 가구는 대부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이제 하나 둘씩 도착하는 족족 조립만 하면 된다. 어제는 처음으로 가구가 배송됐다. 탱탱한 퀸 사이즈 매트리스. 포장 비닐도 뜯지 않은 채 방 한가운데 매트리스를 펼쳐놓고 그 위에 여자친구와 앉아 마주 봤다. 슬며시 키스를 했다. 의자 하나 없이 텅 빈 집에서 몸을 맞대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가슴과 허리를 움켜쥐었다. 조금씩 움직이니 매트리스 비닐에서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났다. 왠지 야했다. 분위기는 금세 무르익었고, 우리는 방 안 여기저기에 옷가지를 벗어 던졌다. 여자친구를 눕히고 삽입을 시도했다. 아래위로 움직일 때마다 포장 비닐이 부스럭거렸다. 새 매트리스의 탱탱한 탄력이 제 몫을 해내는 것 같았다. 모텔을 전전하며 섹스를 할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절정에, 그것도 둘이 동시에 다다랐다. 최고였던 어제에 이어 오늘도 기분이 좋다. 초저녁쯤 2인용 소파와 테이블이 도착한다고 한다. K, 뮤지션(30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