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버터플라이

김남윤 재킷과 니트터틀넥,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yong Homme), 슈즈 조지 콕스(George Cox)
남상아 드레스 에스카다(Escada), 부츠 메노드모쏘(Meno de Mosso), 반지, 귀고리 모두 핫듀(Hotdew)
서현정 블레이저와 팬츠 모두 쿠메(Kume), 부츠 살롱드쥬 (Salondeju), 선글라스 이나리아이웨어(Inari Eyewear), 귀고리 핫듀(Hotdew)

1999년에 결성된 1세대 인디 밴드의 위엄을 지닌 이들이 3호선 버터플라이다. 각자 커리어가 상당한 멤버들로 구성된 만큼 음악적 기량이 남다르다. 그렇게 천천히, 하지만 끊임없이 차례로 앨범을 내왔고, 8년이라는 긴 공백을 가진만큼 엄청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4집은 이미 전설이 됐다. 그리고 또다시 4년이 지난 지금, 드물게 앨범을 내기로 유명한 그들이 생각보다 빨리 정규 5집 <Divided by Zero> 를 내놓았다.

김남윤 “이전 앨범으로 꽤 오랫동안 활동했어요. 공연과 해외 투어 일정으로 바쁘게 활동하다가, 2016년부터 는 모든 멤버가 하던 일을 접고 새 앨범에 온전히 몰두해서 작업했어요. 그렇게 1년 동안 오로지 3호선 버터플라이의 새 음악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죠.”

 

3호선 버터플라이

3호선 버터플라이 -Divided by Zero

3호선 버터플라이는 당시 많은 인디 밴드가 그랬듯이, 그리고 결코 만만치 않은 이 밴드의 특성 때문인지 구성원이 자주 바뀌었다. 이번에는 원년 멤버이자 오랫동안 3호선 버터플라이의 리더였던 성기완이 빠졌다. 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빠지며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3명의 멤버가 고민 끝에 내놓은 답은 어떤 위태로움도 없이 견고했고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했다.

김남윤 “사실 기완이 형이 빠지고 3명이 만드는 음악이자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니 우리에게는 의미가 컸어요. 기타 멤버의 부재를 어떻게 메울지고민도 많이 해서 록에 가까웠던 이전 앨범에 비해 일렉트로닉 요소를 많이 넣었죠. 그리고 드러머 현정이 본격적으로 작곡하고 참여한 곡들이 들어가서 더욱 신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에 서현정이라는 새로운 피를 수혈하며 이질감 없이 녹여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남상아 “그동안 없었던 감성인데 이걸 우리 음악으로 만드는 것이라 어려웠죠. 지금도 계속 의견을 나누고 연습하면서 점점 ‘3호선화’ 하는 과정이에요. 기존 감성과 새로운 감성을 버무리는 작업이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새로운 스타일이 3호선 버터플라이의 스타일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서현정이 작곡한 타이틀곡 ‘Ex-Life’ 와 ‘Sense Trance Dance’, 남상아가 작곡한 ‘Put Your Needle on the Groove’까지 기존의 앨범에서 접할 수 없던 부류의 곡들이 버젓이 나왔다. ‘3호선 버터플라이가 이걸?’ 하는 주춤거림도 잠시, 듣다 보면 이질감보다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색깔에 자연스럽게 염색된 곡들에 감탄하게 된다.

서현정 “발라드나 그루브가 있는 댄스곡도 있고, 일렉트로닉과 신스팝이 어우러지는 곡까지 색다른 곡이 많아요. 그래서 장르를 규정하기도 힘들죠. 누군가 우리에게 3호선 버터플라이 음악의 장르를 물으면 답하기 힘들어요. 뭔가를 정해놓고 음악을 만들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정해진 게 있으면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텐데 그럼 재미없잖아요.”

사실 그들은 음악적 색채가 뚜렷한 밴드 중 하나다. 특유의 멜랑콜리한 감성, 노이즈를 활용한 낯설고 생경한 사 운드로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그 정체성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남상아의 유니크한 보컬도 큰 몫을 차지한다. 어느 장르에도 유려하게 어우러지며 노래 자체에 개성과 무게를 싣는다. 이 정도 베테랑이라면 매너리즘에 빠질 만도 한데 3호선 버터플라이는 현상 유지보다 변화를 택한다. 언제나 그랬다. 1집부터 지금까지 하나씩 앨범을 내면서 단계적으로 새로워졌다.

김남윤 “항상 신인처럼 초짜의 마인드를 가지고 가려고 해요. 이번 앨범의 ‘호모루덴스’는 그런 의미에서 진지함은 빼고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곡이죠. 있어 보이게 정교하게 작업한 것도 아니고 데모 버전을 녹음한 느낌이 좋아서 그대로 쓴 거예요. ‘노는 인간’이라는 제목도 나이브하고 날것의 느낌이 살아 있어요.”

그 때문일까, 이번 앨범은 근 20년 차가 됐는데도 끊임없이 진화하며 스펙트럼을 넓혀온 3호선 버터플라이의 매력이 확실히 보인다.

서현정 “지금껏 타이틀곡은 대부분 모던록이지만 막상 앨범 전체를 열어보면 사이키델릭하고 어두운 부분이 많아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대중적인 곡을 내세워 사람들을 낚는 거죠.(웃음) 낚여서 공연에 와보면 ‘어, 이 난감한 곡은 뭐지?’ 하게 될 거예요. 그러면서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바뀌면서 흘러가는 밴드. 그래서 다음을 예측할 수 없다. 생각한 대로, 계획한 대로 나오지도 않는다. 어딘가 삐뚤어지고 어긋났지만 재미있다. 특유의 위트와 시니컬함이 나란히 공존한다. 그래서 이 밴드에 빠지게 되는 건 한순간이다. 20주년을 앞둔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가 지금까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악을 해왔는지 궁금했다. 멤버들은 새앨범과 공연으로 지금까지 기울인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며 소통하는 지금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

남상아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접근하려 해요. 좋은 곡도 계속 들으면 질리잖아요. 우리도 늘 색다른 시도를 하고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게 좋아요.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었으면 좋겠어요.”

베테랑의 묵직함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신선함을 동시에 갖추고 다양한 장르와 감성을 아우르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 그리고 이번 앨범 역시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 오래 머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