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

레더 베스트 닐 바렛(Neil Barrett), 블랙 크롭트 팬츠 릭 오웬스(Rick Owens), 실버 메탈 브레이슬릿과 양손에 착용한 링 모두 미네타니 바이 10 꼬르소 꼬모(Minetani by 10 Corso Como), 화이트 슬리브리스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재범

블랙 슬리브리스 톱 크리스반 아쉐 바이 쿤(Kris Van Assche by KOON), 피어싱 형태의 이어링 미네타니 바이 10 꼬르소 꼬모(Minetani by 10 Corso Como).

최근 박재범이 발표한 싱글 ‘JOAH(조아)’와 ‘WELCOME(웰컴)’을 들어보고 뮤직비디오까지 섭렵한 사람이라면 박재범이라는 가수에게 적잖이 놀랐을 거다. 단지 음악이 귀에 착 감긴다는 느낌 때문만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색깔의 곡들을 각기 다르게 소화해내면서도 뭔가 독특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노래와 안무가 훌륭한 가수들이 워낙 많아요. 그래서 예전에 하던대로 얼굴에 힘 팍 주고 안무와 노래만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고 뮤직 비디오도 그에 맞게 찍었죠. 특히 ‘JOAH’는 들으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걸 노렸어요. 뮤직비디오 영상도 설렘과 기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이번 곡은 뮤직비디오가 큰 역할을 해요. 세 곡의 뮤직비디오가 완전히 다른 느낌인데, 다양한 제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른 가수들이 보면 부럽거나 억울한 기분이 들 정도로 박재범에게는 타고난 촉과 근성이 있다. 누구라도 박재범의 노래를 듣고, 공연을 보면 그가 별종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별난 놈’ ‘대단한 녀석’ ‘남다른 유전자’ ‘색다른 별종’ 같은 다양한 수식어가 줄줄 쏟아져 나온다. 재범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특별한 발상, 그리고 그것을 유연하게 풀어가는 능력을 그는 가졌고 과정과 결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도 타고났다. 소속사에서 만들어놓은 이미지와 역할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아이돌로 지내기에는 아까운 면이 분명 있다.

“여태까지 제가 아이돌로 불린 것은 상관없었어요. 아이돌 출신 맞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활동하면서 느꼈어요. 저는 아이돌과 달리 제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직접 다 만들고 제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가수라는 사실을.”

 

박재범

레이어드한 네이비 셔츠 우영미(WooYoungMi), 네오프렌 소재 쇼츠 닐 바렛(Neil Barrett), 펜던트 네크리스 크롬하츠(Chrome Hearts), 윙팁 워커 로크(Loake).

WELCOME’의 뮤직비디오를 보았는가? 뮤직비디오에서 재범은 연기를 하고 있다. 표정으로, 몸짓으로, 혹은 근육으로. 그런데 그런 모습이 어린아이의 흉내나 장난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JOAH’에서 팔랑팔랑 뛰어다니는 풋풋한 소년이던 재범이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는 건가? 그에게서 풍기는 섹시한 수컷의 냄새는 음악과 함께 할 때 비로소 진해진다. 기존 화보에서 언뜻 보여줬던 ‘좀 섹시한 면도 있네’ 정도가 아니다. 곡을 소화하는 보컬의 능력도 그렇지만그것을 표현하는 감성이 표정에 드러나는 것이 결정적이다. ‘WELCOME’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한껏 섹시미를 과시한 후 오초희와의 베드신을 연기한다. 그녀의 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이듯 노래하는 장면, 희한하게 뽀송한 소년의 향기가 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래서 그 모습이 더 섹시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박재범 외에 누구에게서도 느껴지지 않을 독특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저는 귀엽게 봐주시는 것도, 섹시하게 봐주시는 것도 다 좋아요. 그 자체가 제 모습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억지로 귀여워 보이려고 하거나 섹시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건 질색이에요.” 섹시한 남자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아직은 소년이라는 것이 재범이 파놓은 함정이다. 재범이 가진 특별한 매력을 맛본 사람이라면 그 함정이 무엇인지, 왜 빠져도 헤어날 맘이 들지 않는지 잘 안다. 심지어 작정하고 만들어 놓은 이미지도 아니라는 것이 팬들을 중독되게 만드는 거다.

 

박재범

레더 베스트 닐 바렛(Neil Barrett), 블랙 크롭트 팬츠 릭 오웬스(Rick Owens), 블랙 스니커즈 위에스씨(Wesc), 화이트슬리브리스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제 나이를 먹고 소년의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질 때가 된다면, 그는 또 어떤 느낌을 전유물로 갖게 될까. 매일, 매년이 기대되는 남자, 박재범이다. 재범에게서 강하게 풍기는 ‘자유로움’은 괜한 것이 아니다. 그는 또래의 남자에게 흔치 않은 면을 가지고 있다. 재빠르게 털어내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성격, 상처받지 않는 쿨함,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낙천적 성격 덕분에 적지 않은 시련에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다(그룹 탈퇴 후 시애틀로 돌아가 타이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일화는 꽤 유명하다).

그에게 연연함이란 없는 것 같다. 질질 끌거나 질퍽거리는 것 자체가체질에 맞지 않고 재주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물론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답답하고 힘들고 속상하죠. 순간적으로 그런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그 일을 자꾸 생각하고 자책하면 앞이 보이지 않잖아요. 오히려 실수하거나 일이 꼬이면 그걸 최대한 빨리 잊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할 일이 많은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 진행이 더 안 되니까요. 어떨 때는 스트레스를 받을 틈도 없어요.”

 

박재범

지퍼 디테일 슬리브리스 생로랑 파리 바이 쿤(Saint Laurent Paris by KOON), 블랙 포켓 레더팬츠 자라(Zara).

재범이 그렇다고 특별히 자유롭게 지낸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또래의 평범한 아이들처럼 착실하게 학교와 집을 오가고 친구들과 건전한 교제를 지속했을 뿐이다. 게다가 끼를 주체 못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가수가 된 것도 아니다. 우연히 어머니의 권유로 오디션을 보게 됐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룹의 멤버로 서게 됐다. 다들 재범에게는 독특한 미국식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예상외로 그의 생활은 반듯하고 잔잔했다.

“학창 시절 이후 최근까지 술, 담배 전혀 안 했다고 말하면 대부분 안 믿으시더라고요. 담배는 아직도 안 피우지만 술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배웠어요. 제 주변 사람들이 다 음악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놀면서도 음악 만들고 춤추는 게 그냥 일상이고 놀이예요. 멈출 일이 없죠. 마치 나와 하나인 것처럼요. 그리고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라 사람들과 끊임없이 얘기하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박재범

레더 디테일 스웨트셔츠 자라(Zara), 셔츠 디올(Dior), 블랙 쇼츠 크리스 반 아쉐바이 쿤(Kris Van Assche by KOON), 하이톱 스니커즈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바이제레미 스캇(adidas Originals by Jeremy Scott),블랙 캡 크롬하츠(Chrome Hearts), 레이어드한 패턴 양말 삭스어필(Socks Appeal).

어떻게 보면 노래 좀 하고, 춤깨나 출 줄 아는 평범한 학생으로 지내는 게 어울렸을지도 모를 그가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 성장해가는 것은 기적이나 사고일지도 모르겠다. “하면 안 된다는 공식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해요.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WELCOME’만 해도, 단순히 시도해볼 만한 장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방송되지 않을 게 뻔했지만 뮤직비디오도 신경 써서 찍었어요. 이것만으로도 아주 멋진 시도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믿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철저한 노력파로, 무서울 정도의 근성을 발휘하는 그다. 머릿속에 ‘해서는 안 되는 음악’이라는 틀이 없는 가운데 집요하게 파고드는 열정과 시도 덕분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그, 바로 뮤지션 박재범이다.

 

박재범

블랙 슬리브리스 톱 크리스 반 아쉐 바이 쿤(Kris Van Assche by KOON), 블랙 크롭트 팬츠릭 오웬스(Rick Owens), 블랙 스트레이트팁 슈즈 캠퍼(Cam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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