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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거펠트는 2017 봄·여름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앞두고 캉봉가 31번지의 요소를 일일이 복제하지 않으면서도 그 분위기를 그랑 팔레에 그대로 옮기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샤넬 컬렉션은 1930년대와 아르데코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무대를 선보였는데, 이는 마치 샤넬의 오트 쿠튀르 살롱으로 안내하는 상징적인 계단처럼 보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런웨이 중간에 자리 잡은 대형 원통형 기둥은 마치 만화경처럼 그 앞을 지나가는 모델들을 무한대로 보이게 했고, 모델들의 실루엣은 아이코닉한 퀼팅 모티프의 스모키 타일에 거울처럼 비쳐 샤넬 살롱만의 시그니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

 

또 이번 컬렉션은 전반적으로 섬세하고 우아한, 관능적인 여성미를 극대화한 점이 돋보였다. 모델들은 매끈하게 넘긴 머리와 비스듬히 기울여 쓴 납작한 보터 햇, 실버 레더 하이힐 혹은 사이하이 부츠로 한껏 드레스업한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강렬한 여성스러움 그 자체였다고나 할까. 각진 숄더와 하이웨이스트의 잘록한 허리, 강조된 힙 라인 역시 여성미의 정점을 보여주려는 듯 스트레이트 혹은 튜브 형태의 실루엣으로 극대화되었다.

이브닝 룩 역시 이러한 여성미를 강조했는데 그중에서도 피날레에 등장한 샤넬의 앰배서더 릴리 로즈 뎁이 입은 주름으로 장식한 페일 핑크 오간자 웨딩 가운은 관능적인 여성미에 방점을 찍는 듯했다.

 

한편 이번 컬렉션에서는 샤넬의 코리안 뮤즈인 박신혜와 GD가 나란히 프런트로를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컬렉션 내내 환한 미소와 세련된 애티튜드로 그랑 팔레를 빛낸 박신혜의 모습은 6월호 <마리끌레르> 커버로 공개될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