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

디스트로이드 데님 재킷 칩먼데이(Cheap Monday), 골드 네크리스를 장식한 티셔츠 모스키노(Moschino), 볼드한 링 귀고리, 오른팔의 둥근 펜던트 체인 브레이슬릿 모두 먼데이 에디션(Monday Edition), 오른손의 골드 링 모두 베니뮤(Venimeux), 트레이닝팬츠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바이 리타 오라(adidas originals by Rita Ora).

‘여전사’라는 표현은 흔하지만, 그녀보다 이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한껏 추켜올린 눈꼬리와 매서운 눈매, 한 자 한 자 힘주어 내뱉는 플로와 어우러지는 절제된 몸짓. 하지만 꼭 겉모습 때문은 아니다. 그녀는 여고생의 몸으로 부산에서 상경한 이듬해 대형 버스에 치여 코마 상태에 빠졌었다. ‘코마 07’은 의식 저편에서 철저히 혼자였던 그때를 노래한 곡으로 <언프리티 랩스타> 최고의 히트곡이 되었다. 생의 끝에서 극적으로 귀환한 경험은 그녀를 누구보다 단단하게 만들었다.

 

치타

현란한 프린트의 보머 재킷, 옷핀 모티프가 유니크한 네크리스 모두 베르수스(Versus), 십자가 펜던트 롱 네크리스, 링 귀고리모두 먼데이 에디션(Monday Edition), 크롭트 톱 미스치프(Mischief), 언더웨어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Calvin Klein Underwear), 트레이닝팬츠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바이 리타 오라(adidas originals by Rita Ora), 슈즈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촬영 때 보니 스타일링부터 메이크업, 사진까지 상당히 꼼꼼하게 챙기는 것 같다. <언프리티 랩스타>에서의 스타일도 모두 혼자 연출한 건가? 그렇다. 다른 분들이 해주는 게 성에 차지 않아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고, 그냥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무대에 올라도 그게 계속 생각난다. 래퍼마다 방송 무대에서 입을 옷을 협찬 브랜드 쇼룸에서 직접 픽업할 수 있었는데, 매장 오픈 시간에 제일 먼저 가서 아이템을 챙겨 왔었다. 예전에 활동하면서 헤어숍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을 때 는 내 파우치를 조용히 챙겨 갔다. 그리고 끝나면 숍에서 나와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몰래 살짝 다듬곤 했다. 그분들도 프로인데, 자꾸 부탁하는 것도 실례니까. 사실 큰 차이도 없는데.(웃음) 스스로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그냥 성격인 것 같다.

방송에서 치타는 항상 쿨했다. 특별히 누굴 비난하거나 싫어하는 모습도 없고, 무대에서는 늘 의연해 보였다. 코멘트 녹화를 할 때 제작진이 다른 출연진이 어땠느냐고 비난을 부추기는 식으로 많이 물어보는데 난 그런 데 절대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다른 출연진이 그다지 밉거나 나쁘게 생각되지도 않았다. 원래 저 사람 성격이 그런걸 뭐. 내가 싫어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닌데 그냥 받아들이는 게 덜 피곤하지 싶은 거다. 내 할 일에만 집중해야지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시간을 보내기가 아까웠다.

다른 래퍼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도 그렇고, 평상시엔 정 많고 따뜻한 사람 같다. 그럴 땐 무대 위의 날카롭고 강한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음, 일상에서 나는 그냥 자연인 김은영이다. 무대에 설 때만 치타인 거다. 내 음악이 나를 나타낼 수도 있지만 다른 존재가 목소리를 대변하는 장치가 되기도 하니까, 필요한 만큼 최대한의 카리스마를 쏟아낼 수 있어야 프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노래들은 부를 때, 무대 위에 있다기보다 오로지 나 혼자만의 어떤 세계에 있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반응이나 청중의 호응도 중요하지 않고 나 자신과 내가 이 단어들을 뱉는 것, 그것만이 중요하다는 느낌? ‘코마 07’이 그랬다.

치타만의 스왜그(swag)는 무언가? ‘마이 웨이(my way)’ 같다. 내 갈 길을 가는 거다. 음악, 힙합에 대해서는 타협하거나 양보하고 싶지 않다.

 

키썸

숫자가 프린트된 티셔츠 스투시(Stussy), 사자 모티프 골드 메달 네크리스, 브랜드 로고를 장식한 볼드한 골드 링 모두 베르수스(Versus), 레이어드한 체인 네크리스 먼데이 에디션(Monday Edition), 시퀸 소재의 스트라이프 팬츠 페이(Fay), 반다나는 에디터 소장품.

그야말로 개구쟁이 같다. 카메라 앞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는 키썸의 에너지는 방전되는 일이 없을 것 같다. 만 스물한 살의 앳된 나이지만 그녀는 사실 알게 모르게 사람들 앞에 많이 나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기도민이라면 버스 안 스크린에서 다들 한두 번은 봤다는 청기백기 영상의 주인공도 그녀요, <쇼미더머니 3>에서 가사를 통째로 잊어버리는 바람에 스윙스에게 외모 말고 랩 실력에 신경 쓰라는 혹독한 독설을 들은 탈락 영상의 주인공도 그녀다. 그래도 이 씩씩한 래퍼는 또다시 경연 프로그램에 도전해 결국 자신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 노력을 우습게 보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키썸

화이트 스냅백 허프 바이 카시나(Huf by Kasina), 데님 재킷 97만원, 하이톱 스니커즈 72만원 모두 베르수스(Versus), 그레이 후드 티셔츠 스투시(Stussy), 메시 소재 원피스스티브 J 앤 요니 P(Steve J & Yoni P), 안에 입은 블랙 쇼츠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요새 얼마나 바쁜가? 방송 끝나고 인터뷰를 서른 번 가까이 했다. 매 순간이 그야말로 엄청나다, 나에게는. 일을 하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문득 떠오른다. 내가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거야? 대박! 내가 지금 잡지 촬영을 하려고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거야? 이런다.

경연에서 절체절명의 순간도 있었지만 긴장 속에서도 항상 털털해 보였다. 이미 끝났는데 어쩌겠나, 하고 바로 잊어버리는 편이다. 사실 도망치고 싶은 때는 있었지만 실천을 못 했다.(웃음) 무엇보다 <쇼미더머니 3>에서 큰 실수를 하고 탈락했지만,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했더니 긴 머리에 플로피 햇을 쓴 프로필 사진이 뜬다. 지금의 보이시한 모습이랑 정반대더라. 이전에는 ‘경기도의 딸’이라는 친근한 별명으로도 유명했다. 어떤 것이 키썸의 진짜 모습인가? 전부 다 나다. 성격상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솔직히 그냥 지겨우면 바꾸는 식이다. 회사에서 머리 길어야 스타일링하기 좋다고 말렸는데 맘대로 잘라버렸다. 그러면서 패션도 힙합 스타일로 확 바꿔버렸다. 오늘 화보 촬영 때 모습이 딱 요새 내 스타일이다. 심지어 저 티셔츠는 나도 가지고 있는 옷이다. 저 목걸이도 사고 싶었던 건데 비싸서….(웃음) 나이를 더 먹으면 또 바뀔 수도 있다. 모르겠다. 현재는 그냥 지금의 내가 좋다.

스스로 꼽는 내가 쓴 최고의 가사는 무엇인가? 세미파이널에서 불렀던 ‘To. Mom’. 촬영 일정이 늘어지면서 어쩌다 보니 마지막 녹화를 5일 앞두고 제주도로 2박 3일간 가족 여행을 가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계획한 여행이라 빠질 수 없었다. 그렇게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여행을 가다니. 가사를 쓸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근데 거기서 밤에 식구들 잘 때 가사가 술술 써졌다. 어찌 보면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그렇게 완성한 가사다.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키썸만의 스왜그는 무엇인가? 음, ‘레알 스왜그(real swag)’라고 하면 되려나. 난 어디서든 똑같다. 무대 위라고 더 멋 내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 밖이라고 태도가 달라지지도 않는다. 현실에서 보이는 그대로다.

 

육지담

버킷 햇 스투시(Stussy), 양쪽에 지퍼를 장식한 후드 톱 후드바이에어 바이 쿤 신사(Hood by Air by Koon Sinsa), 가죽 트레이닝 팬츠트리플썸 바이 제임스 진스(3SUM by James Jeans), 로고 펜던트 네크리스 베르수스(Versus), 오른손 검지에 낀 링과 중지에 낀 링 모두 베니뮤(Venimeux).

<쇼미더머니 3>의 예선에 참가했을 때 사실 그녀는 음악을 한다고 말하기도 애매할 정도로 힙합을 안 지 채 몇 달 되지 않은 열여섯 살의 여고생이었다. 대중은 아마추어의 무대에 가혹하게 반응했고 인신공격에 근거 없는 루머까지 더해진 비난들이 인터넷 댓글을 도배했다. 하지만 그녀는 힙합을 그만두지도, 뒤로 숨지도 않았다. 안타까운 가십의 희생양이 되어 끝날 뻔한 이야기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만나 일취월장하는 힙합 소녀 성장기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육지담의 극적인 반전은 오로지 그녀 스스로 일구어낸 성취다.

 

육지담

입술 프린트 버킷 햇 허프 바이 카시나(Huf by Kasina), 스포티한 베이스볼 재킷 엔비에이(NBA), 체인 네크리스 엠주(mzuu), 레터링 프린트 티셔츠 필립플레인(Philipp Plein), 오버사이즈 데님 팬츠 스티브 J 앤 요니 P(Steve J & Yoni P), 스니커즈 나이키(Nike).

솔직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데이고도 또 나올 생각을 하다니 말이다. 촬영 직전에 섭외가 들어왔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또 당할 자신이 없었다. 첫 촬영 날 안 가기로 마음먹고 학교에 갔는데 그날 따라 수업시간에 졸리지도 않고 싱숭생숭했다. 1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에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놨더니 친구가 갑자기 화장실에 나를 데려가서 다짜고짜 랩을 해보라는 거다. 그러더니 자기는 지금의 내가 랩을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예전 모습으로만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게 속상하다며 다시 도전해보라고 하더라. 그 방송 이후로 누군가에게 처음 받은 진심 어린 칭찬이었다. 그래서 바로 촬영장에 달려갔다. 내겐 마법과도 같은 10분이자 운명을 바꾼 순간이었다.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서 많이 배웠다고 느끼나? 물론 프로그램에서 엄청난 실력을 지닌 선배들을 많이 만나고 그만큼 나도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연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부분도 있다. 내가 자신 없어 할 이유는 없구나, 내가 비록 완성된 래퍼는 아니지만 이 사람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실력을 겨루러 나온 프로그램인데 배운다는 자세로 임한다는 것도 웃기지 않나. 내 나름대로 진지하게 했다.

요새 관심 갖는 스타일이나 패션 브랜드가 있나? 래퍼는 음악만큼 스타일도 중요하지 않나? 그런가? 난 아직 잘 모르겠다. 난 맨날 방과 후에도 교복만 입어서 집에 교복이 열 벌 있느냐는 소리도 듣는다. 근데 프로그램 찍으면서 한번 꾸며보니 오, 이런 건가? 싶더라. 요새 그래서 아빠 카드 들고 옷 많이 샀다. 한도 초과 안 됐으려나 모르겠다.

학교에서 친구들의 반응은 어떤가? 교내에서 주목 많이 받아서 부담스럽지는 않나? 누나 예뻐요, 이러는 애들도 있고 뒤에서 수군수군대며 놀리는 애들도 있다. 별로 신경은 안 쓴다. 옛날에 먹은 욕을 생각하면 이 정도야 별거 아니다. 가까운 친구들은 특히 좋아한다. 내가 힘들어하는 걸 보며 속상했다더라. 근데 유명해지면서 확실히 친구들이 좀 걸러지는 느낌이 있다. 앞에서 친한 체하고 뒤에서 다른 소리 하는 애들도 있다. 진짜 친구가 누군지 확실히 알게 된다.

육지담만의 스왜그는 무엇인가? ‘무궁한 가능성’. 사람들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육지담이라는 래퍼가 앞으로 어떻게 클지 알 수 없지 않나. 그래서 내 노래를 더 기대하고 좋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