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의 유산

브랜드 설립 이래 1백 년 동안 언제나 건재했고, 지금까지도 가장 핫한 브랜드의 입지를 고수하고 있는 발렌시아가. 이번 컬렉션에서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남긴 유산이 뎀나 바잘리아에 의해 동시대적으로 재탄생한 순간을 목격할 수 있었다. 브랜드 1백 주년을 자축하듯 쇼 후반부에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9벌의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선보였는데, 뎀나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바자 백’과 스판덱스 부츠를 스타일링해 눈길을 끌었다. 발렌시아가의 아카이브에서 채집한 오리지널 피스를 조금 더 가까이서 감상하고 싶다면, 파리의 팔레갈리에라에서 펼쳐진 < L’OEUVRE AU NOIR>展을 눈여겨볼 것. 블랙 드레스에 투영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독보적인 미학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HAPPY 100th SHOW!

드리스 반 노튼이 1백 번째 쇼를 맞아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그간 쌓은 아카이브를 채운 프린트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63가지 룩도 역대급이지만, 하이라이트는 역시 남다른 스케일의 캐스팅이었다. 쇼의 오프닝을 연 모델 크리스티나 드 코닌크를 비롯해 크리스틴 오웬, 앰버 발레타, 나디아 아우어만, 캐롤린 머피, 리야 케베데, 에린 오코너 등 1990년대를 주름잡은 전설의 슈퍼모델들이 포스를 내뿜으며 등장한 것. “드리스 반 노튼의 DNA를 잘 대변해주는 여인들이에요.” 그 심오한 의미는 차치하더라도 세대를 초월해 톱 모델 54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 또 감동이었다. 예상대로 피날레와 동시에 관객이 기립 박수를 치는 장관이 펼쳐졌다.

 

CHANEL GROUND CONTROL

쇼장에 들어서는 순간 심상치 않은 기운을 직감했다. 그랑 팔레 중앙에 실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거대한, 37m 크기의 로켓이 설치되어 있었으니! 예상대로 90명의 모델들은 우주여행을 떠난 매혹적인 미래 인류가 연상되는 퓨처리스틱한 룩으로 캣워크를 펼쳤는데, 쇼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관중은 그랑 팔레를 뚫고(?) 로켓이 발사되는 게 아니냐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행히(!) 그랑 팔레를 뚫고 나가진 않았지만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굉음과 함께 로켓이 공중부양했으니, 샤넬의 무한한 상상력과 남다른 위용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BYE, DEAR

아쉽게도 이번 시즌 브랜드와 작별을 고한 디자이너들이 몇몇 있었다. 6년간 클로에 여인의 로망을 구현해준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만감이 교차한 얼굴로 피날레 무대에 등장해 한참동안 인사했고, 지방시의 황금기를 다시 연 리카르도 티시 역시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하우스를 떠난다. 소니아 리키엘의 줄리 드 리브랑도 이번 시즌에 유종의 미를 거뒀다. 컬렉션이 끝나자마자 클로에의 새로운 수장 임명, 리카르도 티시의 베르사체 이동설 등 각종 이슈가 불거질 만큼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들이기에 더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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