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카키=밀리터리 스타일’이라는 단순 명료한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카키 컬러. 흔히 ‘국방색’이라 불리며 밀리터리 룩과 돈독한 관계를 맺었던 이 친숙한 컬러가 올봄 새로운 모습으로 여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태세다. 아닌 게 아니라 수많은 패션 하우스가 한층 모던하게 변주한 카키 룩을 선보이며 카키색의 참신한 매력을 설파하고 있으니까.

이번 시즌 카키의 색다른 변신을 마주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하우스로는 스텔라 매카트니와 살바토레 페라가모를 꼽을 수 있는데, 동시대적이고 웨어러블한 실루엣에 주름, 러플 장식 등 위트 있는 요소를 가미한 옷은 강렬한 밀리터리 스타일보다 우아한 레이디라이크룩에 가깝다. 군더더기 없이 날렵한 디자인의 카키 룩을 제안한 티비와 멀버리도 주목할 만하다.

 

카키 컬러로 물든 매니시 수트와 셔츠 원피스는 별다른 액세서리 없이도 힘 있는 스타일을 완성하는 기특한 아이템. 깊고 짙은 카키의 매력을 한껏 살린 드리스 반 노튼과 보테가 베네타는 또 어떤가. 누아르 영화에 등장할 법한 룩들은 어떤 색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짙은 관능미와 우아함의 정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