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수영장

하우벤타우허

베를리너들은 여름이면 강과 호수에서 수영을 즐긴다. 잘 알려진 곳 중 하나가 슈프레 강물에 둥둥 떠 있는 수영장인 바데시프(Badeschiff). 바데시프는 바이트 클럽이 열리는 아레나 초입에 자리한다. 강물 한가운데서 헤엄을 치는 기분이라니, 낭만적이긴 하지만 풀이 크지 않아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없다. 선 덱에서 태닝을 하거나 최근 유행하는 스탠드업 패들링을 즐기려 찾는 이들이 많은데 워낙 북적여 이마저 녹록지 않다. 다행히 2년 전 새로운 명소가 생겼으니 ‘하우벤타우허’다. 하우벤타우허는 베를린 동쪽 프리드 리히스하인의 거대한 파티 겸 문화 창고로 불리는 알아베겔렌데(RAW-Gelände)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의 강점은 널찍한 규모다. 길이 20미터의 넓은 풀과 편안한 선베드가 늘어선 선 덱, 가든 라운지, 라이브 공연과 디제이 파티가 열리는 ‘올굿 바’, 아늑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예거휘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살짝만 둘러봐도 알 수 있듯, 이곳은 화끈한 풀사이드 파티를 기대할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수영장이다. 수영장 밖에도 근사한 야외 바를 가진 어번슈프레 갤러리, 아스트라 콘서트 하우스, 여러 바와 클럽이 포진하고 있으니 파티 피플이라면 하루를 몽땅 내주어도 좋다. 단 갖가지 이벤트가 열리는 7, 8월에는 여느 핫한 클럽 앞과 마찬가지로 긴 행렬이 펼쳐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위치 Revalerstraße 99, Berlin
문의 www.haubentaucher.berlin

 

벙커에서의 클라이밍

데어 케겔

독일어로 ‘케겔’은 ‘원뿔’을 뜻한다. 클라이밍 짐이 이런 이름을 갖게 된 연유는 건물 밖에 우뚝 서 있는 원뿔형 석탑 때문이다. 무척 견고해 보이는 석탑은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지어진 벙커였다. 벙커의 높이는 무려 19미터에 달했는데, 크리스티안을 비롯한 4명의 클라이머들에겐 훌륭한 암장으로 보였다. 이들은 벙커에 빨갛고 노랗고 파란 홀드를 붙여 베를린 최초의 클라이밍 짐을 오픈했다. 올해로 12주년을 맞은 ‘데어 케겔’은 입문자부터 프로까지 베를린의 클라이머들이 집결하는 아지트다. 실내외 암장이 마련되어 있고 록 클라이밍과 볼더링을 즐길 수 있다. 베를린에서도 볼더링의 인기가 거세다. “록 클라이밍은 안전 장비와 자일을 잡아줄 파트너가 필요하지만 볼더링은 별다른 장비 없이 자신이 원할 때 찾아 홀로 즐길 수 있어요. 물론 이곳에서 서로를 독려하는 암장 식구들을 만날 수 있죠.” 데어 케겔의 스태프인 에릭이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이곳에서 볼더링을 즐기는 방법은 너무나 쉽다. 편안한 일상복 차림으로 찾아 7유로의 입장료(평일 오후 3시 이전은 5유로)를 내고 슈즈, 초크백을 빌려 암장으로 향하면 된다. 벙커에서 록 클라이밍이나 볼더링에 도전하고 싶다면 파트너와 동행해야 하며 안전 장비를 갖추고, 중급자 이상의 수준임을 증명해야 한다.

위치 Revalerstraße 99, Berlin
문의 www.derkegel.de

 

먹고 마시고 춤추라

바이트 클럽

쾌청한 하늘 아래,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는 5월이면 베를린의 푸디들은 가슴이 설렌다. 스트리트 푸드 파티인 ‘바이트 클럽’의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2013년 첫선을 보인 바이트 클럽은 5월부터 9월까지 매달 둘째 주 금요일 남쪽의 복합 문화 공간인 아레나에서 펼쳐진다. 바이트 클럽에는 15~20개의 음식 좌판과 푸드 트럭, 바, 흥겨운 음악이 준비되어 있다. 이곳을 찾을 땐 여러 명의 친구와 동행해야 한다. 싱글 몰트위스키에 6시간 재웠다는 번즈 모바일의 듀록 포크밸리 버거, 미테의 유명한 델리 인모그의 파스트라미 샌드위치, 스파이스 스파이스 베이비의 자메이칸 치킨, 처트 니파이의 남인도 음식 도사, 손 키친의 한국식 BBQ 버거 등 맛봐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또 맥주 탭에서 뽑아주는 브루 박스의 커피, 다양한 크래프트 비어와 로컬 리큐어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디제이의 음악이 마음에 든다면 강변에 정박해 있는 보트 위로 오른다. 알록달록한 조명을 드리운 갑판 위에 댄스 플로어가 마련되어 있다. 올해는 ‘디스코 브런치’ ‘빅 비비큐’ 등 특별한 이벤트도 많으니 바이트 클럽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일정을 미리 체크할 것.

위치 Eichenstraße 4, Berlin
문의 www.biteclub.de

 

되찾은 베를린 문화지구

홀츠마르크트

이 도시의 매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곳을 묻는다면 단연 ‘홀츠마르크트’를 꼽겠다. 홀츠마르크트를 소개하기에 앞서 기억해야 할 이름이 있는데, 바로 ‘Bar 25’다. Bar 25는 2004년 슈프레 강변에 모래를 깔아 만든 인공 해변에 자리 잡은 비치 바다. 여름에만 문을 열어 낮부터 밤까지 24시간 논스톱 클러빙을 가능케 한 베를린의 명소였다. 주인 없는 공터에 세워진 Bar 25는 2010년 베를린에 불어닥친 부동산 열풍에 밀려 문을 닫았다. Bar 25 오너들은 바로 강 건너편에 카터홀치히(Katerholzig)라는 비슷한 개념의 바를 열었지만 베를리너들은 Bar 25의 부활을 원했다. 거대 자본에 맞서 본래의 베를린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결국 시민들의 노력 끝에 개발계획은 무산됐고, 되찾은 Bar 25의 부지는 거리명을 따 ‘홀츠마르크트’란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운영 팀은 다시는 이곳을 뺏기지 않도록 대대적인 계획을 세웠다. 큰 건물을 짓고 호텔과 상점, 아티스트들의 작업실과 극장, 클럽, 공원 등으로 구성된 문화지구를 만드는 것. 2013 년부터 클럽인 카터블라우, 영화 상영과 콘서트 등의 이벤트가 열리는 팜파 등이 차례로 오픈했다. 올해는 지난 5월 성대한 오프닝 파티를 한 Bar 25를 비롯해 극장과 요가 스튜디오, 갤러리, 코워킹 스튜디오, 와인 숍 등이 문을 열며 많은 이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위치 Holzmarktstraße 25, Berlin
문의 www.holzmarkt.com

 

단 한 곳의 루프톱 바를 간다면

클룬커크라니히

베를린 최고의 루프톱 바는 고층 건물도 고급 호텔도 아닌, 평범한 쇼핑센터 옥상에 위치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노이쾰른아카덴(NeuköllnArcaden)의 맨 위층에 내리면 주차장이 펼쳐진다. 당황할 필요 없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힙스터를 따라가거나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발길을 맡기면 되니까. 아프리카 지역에 서식하는 두루미를 뜻하는 클룬커크라니히는 도심 속 휴양지와도 같은 곳이다. 총 2500제곱미터 규모에 바는 물론 오픈에어 스테이지, 어번 가든, 슈트란트바(인공 모래사장), 벼룩시장이 들어서고 뜨거운 여름날엔 한편에 작은 수영장도 생긴다. ‘문화 옥상정원’을 표방하기에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영화 상영, 전시, 다양한 장르의 콘서트, 매일 다른 디제이가 선보이는 음악까지 홈페이지의 공지를 살펴봐야 한다. 가드닝에 관심이 많으면 수요일과 일요일, 정오부터 해 질 녘까지 ‘클룬커가르텐’에서 전원적인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이다. ‘가든 구루’를 찾아 어번 가드닝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다. 또 주말엔 맛있는 먹거리, 유기농 식재료, 직접 만든 공예품, 디자인 제품을 파는 장도 들어선다. 무엇보다 클룬커크라니히는 ‘전망 좋은 바’로 명성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특히 해 질 녘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베를린의 풍광은 너무나 로맨틱하다.

위치 Neukölln Arcaden, Karlmarxstraße 66, auf dem obersten Parkdeck, Berlin
문의 www.klunkerkranich.de

 

도심의 게릴라 정원

프린제시넨가르텐

‘공주님들의 정원’이라니. 이름만 보고 프랑스의 베르사유나 오스트리아 미라벨 궁전의 우아한 정원을 떠올렸다면, 틀렸다. 위치부터 범상치 않다. 그래피티로 치장한 건물들, 주변 클럽들에서 들려오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비트가 가슴을 쿵쿵 울려댄다. 입구를 겨우 찾아 들어서면 야생의 기운이 넘치는 초목, 거대한 플라스틱 박스와 포대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식물들, 나무판자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코티지가 맞이한다. 프린제시넨가르텐은 보통의 정원이 아닌, 도시 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가든이다. 특히 이곳은 게릴라 정원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크로이츠베르크의 버려진 공터에 조성되었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라질 뻔했지만 시민들의 격한 반대, 청원 운동으로 지켜냈기 때문이다. 총면적이 축구장 규모인 약 6000제곱미터에 이른다니, 부동산 회사들이 탐낼 만도 하다. 환경보호 단체인 노마디시 그린과 시민들이 함께 가꾸는 공간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 둘러보고 각종 교육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베를린 도심 한가운데서 자란 채소는 어떤 맛일까? 주말 오후에 방문하면 참여자들이 직접 수확한 농산물과 모종을 구입할 수 있다. 또 컨테이너에 마련된 카페에서는 이곳에서 자란 채소로 요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위치 Prinzenstraße 35-38, Berlin
문의 www.prinzessinnengarte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