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y pool at a hotel in Sri Lanka

📌 황인찬 시인의 추천도서 3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의 장편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는 서울의 하나뿐인 목소리 공연장을 배경으로 방향 없는 목소리를 따라 꿈과 현실 사이를 부유하는, 별다른 줄거리가 없는 소설이다. 읽다 보면 길을 잃게 되고,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소설이다. 그러나 여행이란 것이 결국 길을 떠나 길을 잃어버리는 과정이 아닌가. 여행에 더없이 어울리는 소설이다.
배수아 | 자음과모음

<문단 아이돌론>
문학의 종언이 내려진 2000년대 이후, 많은 사랑을 받은 일본 문학 작가들을 살펴봄으로써 문학이 어떤 방식으로 일종의 상품이 되어갔는지 그 연원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문예 평론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등이 등장하는 이 책은, 일본 소설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키득거리며 순식간에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이토 미나코ㅣ 한겨레출판사

<새를 쏘러 숲에 들다>
문단과 거리를 두며 고독하게 시를 써온 윤택수 시인의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 그의 시가 그리는 서늘하고 쓸쓸한 자연은 읽는 이를 아득한 슬픔에 잠기게 한다. 그 서늘한 거리감이 나를 먼 곳으로 데려다 놓는다. 먼 곳으로 이미 떠나왔으나, 더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면 어울릴 시집. 무릇 시집은 여행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기도 하다.
윤택수 | 아라크네

 

📌 이다혜 <씨네21> 기자의 추천도서 3

<휘파람 부는 사람>
적당히 얇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한 시인 메리 올리버의 에세이. “그 일을 평생 기억하리라. 그 위험, 달음박질, 개들의 으르렁거림, 숨 막힘. 그리고 향위와 도약- 그 행복. 초록의 달콤한 거리감. 그리고 나무들. 주위를 둘러싼 나무의 무성함과 연민.” 어느 곳에서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는다. 이렇게, 여행이라는 ‘낯섦’의 황홀은 상상보다 더 먼 곳까지 도약할 수 있다.
메리 올리버 | 마음산책

<작가와 술>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 작가의 6명 중 4명꼴로 알코올중독자였다. 올리비아 랭은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테네시 윌리엄스 등 문제의 알코올중독 작가들의 삶을 따라가는 미국 횡단 여행기. 어른의 여행이라면 그 지역의 술을 마셔보는 것이 재미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텐데, 술과 창작 사이의 은밀한 연결 고리를 탐구하며 올리비아 랭 자신의 과거를 파고드는 이 여정에 술 한잔을 곁들인다면 더 완벽해지리라.
올리비아 랭 | 현암사

<13.67>
홍콩에서 온 범죄소설. 연작소설이라 저마다 퍼즐 푸는 재미가 있는 단편을 하나씩 읽다 보면 마지막에 쿵 울리는 반전으로 잊지 못할 감흥을 남기는 책이다. 홍콩 누아르 영화를 좋아했다면 이 소설집의 모든 이야기에 매혹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마치 영화를 보듯, 범죄 사건을 따라 날 듯이 빠르게 읽어내려 가게 된다. 역사를 미스터리 안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에 대한 근사한 모범 답안.
찬호께이 | 한스미디어

 

📌 정영수 소설가의 추천도서 3

<한밤의 아이들>
길을 떠날 때는 도무지 다 읽지 못할 정도로 긴 책을 챙겨야 한다. 사실 여행이란 게 그런 것 아닌가. 일상에 없는 대단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되는 일. ‘어쩌면 이 긴 책을 끝까지 읽을지도 몰라!’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눈사태가 일어나 산장에 고립되게 될지 누가 알겠나. 그럴 때는 인도가 독립한 순간 태어난 1천1명의 아이들에 대한 이 끝없는 이야기가 필요할 터다. 이 폭발적인 수다를 듣고 있으면 어떤 순간에도 지루하거나 외롭지 않을 테니까.
살만 류슈디 | 문학동네

<오리무중에 이르다>
이 책의 특징은 읽다 보면 제목처럼 오리무중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오리무중에 이르게 되고, 그러지 않으려 해도 오리무중에 이르게 되고, 사실 우리는 오리무중에 이르기를 원했던 것이고. 정영문의 소설도 그렇다. 어디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그래서 어디서부터 읽어도 좋고, 그러나 왜 좋은지는 모르겠고. 그러니까, 마치 여행처럼, 혹은 인생처럼.
정영문 | 문학동네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이 소설집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짧게는 한 쪽 정도인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 여행에 색채를 부여하는 적절한 순간에 흘러나오는 좋은 음악처럼, 열차를 기다리다가 이상하게 생긴 구름을 바라보다가 이국적인 향기가 나는 바람을 마시다가 가볍게 꺼내 한 편 읽고 나서 고개를 들면, 눈앞에 좀 전과 어딘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행에는 이처럼 짧지만 강렬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필요한 법이지.
리처드 브라우티건 | 비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