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에이치앤엠(H&M), 톱 로브로브(LOVLOV), 캡 씨루틴(C.Routine), 이어링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티셔츠 에이치앤엠(H&M), 톱 로브로브(LOVLOV), 캡 씨루틴(C.Routine), 이어링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교실 들어가면 누구는 저기서 기타 치고 있고 누구는 일어나서 노래 부르고 그래요, 예고라.“

소미는 휴대폰을 꺼내 창틀에 앉아 기타 치는 반 친구를 찍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전 얘 때문에 학교 가요. 작곡 공부할 때 엄청 도와주거든요.” 저녁을 먹으며 학교 친구들에 대해 쉴 새 없이 조잘거리는 전소미는 천생 열일곱이다. 창문에 바짝 붙어 홍콩의 밤거리를 보며 ‘우아~’ 하며 연신 감탄하고 처음 본 사람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귀염성 있게 말을 던지는 이 아이가 <프로듀스 101> 시즌 1의 1위, 걸그룹 I.O.I의 센터로 모든 음악방송과 차트 1위를 거쳐 작년 신인상까지 거머쥔 주인공이라 생각하면 새삼스럽다. 그러고 보면 먼 이국에서도 익숙하게 들려오는 ‘소미’라는 이름, 가는 곳마다 몰려드는 어린 팬들 사이에서 소미는 타고난 듯한 발랄함을 어느새 감추고 익숙한 듯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소미는 자신의 삶이 ‘흔한 열일곱 살’과 거리가 멀다는 걸 매일 실감한다고 했다. 그 거리에 대체적으로 만족하지만 혹여 불편함이 있다 해도 소미는 기꺼이 밝은 면을 바라보며 힘을 내는 타입이다. 소미의 시작이 여느 아이돌과는 달라도 더 멀리 나아갈 거라는 믿음이 생기는 건 이렇게 아이돌로 타고난 듯한 천연덕스러움을 지녔기 때문이다. 예쁜데 새침하지 않고 까부는데 더 사랑스러우며 주목을 받아도 여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노력한다고 될 일인가.

소미는 홍콩에서 동생 에블린에게 줄 작은 자석과 티셔츠 두어 장을 샀다. 처음 배운 언어로 능숙하게 10달러나 깎아서. 이렇게 씩씩하고 예쁘니까, 조바심 내지 않고 소미의 성장을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 24시간 카메라가 따라붙는 예능 프로에서도, 치열한 서바이벌 오디션에서도 소미의 존재감은 늘 독보적이었고 그때 겨우 열여섯이던 소미는 불과 1년 사이에 놀랄 정도로 무럭무럭 자라 특별한 봉오리를 틔우는 중이니까.

 

셔츠와 팬츠 모두 키옥(Kiok), 패트리시아(Patricia I)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셔츠와 팬츠 모두 키옥(Kiok), 패트리시아(Patricia I)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티셔츠 나나크루(Nanacrew), 블루 캐미솔 카이(KYE), 블랙 스팽글 스커트 로켓×런치(Rocket×Lunch), 이어링 디블루메(D.Blume), 단테(Dante)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티셔츠 나나크루(Nanacrew), 블루 캐미솔 카이(KYE), 블랙 스팽글 스커트 로켓×런치(Rocket×Lunch), 이어링 디블루메(D.Blume), 단테(Dante)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드레스 안토니오 마라스(Antonio Marras), 이어링 젤라시(Jealousy), 슈즈 데일라이트 뉴욕(Daylight New York).

드레스 안토니오 마라스(Antonio Marras), 이어링 젤라시(Jealousy), 슈즈 데일라이트 뉴욕(Daylight New York).

톱 타미 힐피거 컬렉션(Tommy Hilfiger Collection), 워치와 이어링 모두 캘빈 클라인 워치 앤 주얼리(Calvin Klein Watches + Jewelry).

타미 힐피거 컬렉션(Tommy Hilfiger Collection), 워치와 이어링 모두 캘빈 클라인 워치 앤 주얼리(Calvin Klein Watches + Jewelry).

드레스 카이(KYE), 이어링 본디토레(Von Ditore).

드레스 카이(KYE), 이어링 본디토레(Von Ditore).

스스로도 아직 열일곱 살밖에 안 된 게 어색하다고 하던데 성숙해 보인다는 말이 신경 쓰여요? 아뇨. 좋아요. 가끔 어색하긴 해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생활이 평범한 열일곱 살의 일상도 아니고 경험했던 일들, 만난 사람들 전부 열일곱 살이 접하긴 힘든 거니까.

그걸 항상 실감하고 있어요? 네, 지금 이 호텔 방도 그렇고. 제 나이에 누가 이런 데에 묵겠어요. 열일곱 살인데 해외에 나가서 일하는 것도 상상할 수 없잖아요. 벌써 이렇게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죠. 최근 기억부터 거슬러 올라가볼까요? ‘언니쓰’는… 한채영, 홍진경, 김숙 언니들처럼 친근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과 만나니까 너무나도 좋았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특히 (공)민지 언니는 처음 만났을 때 브리트니 스피어스 만난 것처럼 좋았어요. 제가 2NE1을 보면서 아이돌의 꿈을 키웠거든요. 지금은 언니쓰에서 제일 친해져서 영상통화도 하는 사이가 됐어요. 저 그냥 데뷔 안 하고 이대로 살아도 좋을 것 같아요.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까.

그래도 데뷔는 해야죠. 데뷔라는 어떤 ‘형식’에 연연하는 사회인 것 같긴 해요. 대학 다음은 취직이라는 공식처럼. 저는 당신이 다른 선례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처음엔 데뷔 생각만 하고 살다가 지금은 그냥 ‘뭐든 하겠지’ 싶은 마음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지내요. 제가 현존하는 걸그룹 멤버 중에서 제일 많이 데뷔했을 거예요. 제일 많은 팀명, 팀 인사 보유.(웃음)

평범하게 데뷔했다면 못했을 경험을 다양하게 하고 있잖아요. 지난 1년 동안 어떤 일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무래도 I.O.I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식으로 데뷔했고 실제 아이돌처럼 스케줄을 소화하고 열심히 일했으니까요.

그 시작도 특별했죠. <프로듀스 101> 시즌 1에서 많은 사람들이 연습 과정을 지켜봤고 당신을 뽑았죠.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뽑힌 거였죠. 이미 인지도가 많이 쌓인 상태였으니까요. 그렇게 I.O.I로 데뷔하자마자 음악 방송에서 제일 마지막 순서에 무대에 올랐어요. 그런 일들이 다 놀랍고 신기했어요. 신인상도 탔거든요. 신인상은 원래 한 번밖에 못 타는 거지만 저는 두 번 탈 수 있을지도 몰라요.(웃음)

<프로듀스 101> 시즌 2도 시즌 1만큼이나 화제예요.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나요? <프로듀스 101> 하면서 진짜 힘들었어요. 그때와 같은 미션을 하던데, 참가자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들이 울면 저도 같이 울면서 봐요. 잘될 거라고 믿어요. 실제로도 잘되고 있고.

그들이 간절히 바라는 걸 이룬 지금은 어때요? 1기라는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걱정되는 점도 있는데 저희가 1년 만 활동해야 해서 마지막엔 슬펐거든요. 이번 분들도 분명 행복하겠지만 마지막이 슬플 것 같아서, 그 슬픔을 먼저 겪어봤기에 좀 안쓰러워요.

I.O.I 활동이 끝난 게 아쉬운가요? 아쉽지만 거기서 끝내는 게 맞다고 봐요. 어차피 끝이 있는 거라면.

가장 최근엔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이라는 예능에 출연했죠. 다른 걸 그룹 멤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전엔 서로 만나서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다들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사이였다면 같이 일하면서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니까 나도 모르게 가졌던 편견도 없어지고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어서 신기했어요. 직업이 같으니 고민도 공유하고 활동이 어떤 건지 다 아니까 이해하고 공감하기도 쉽고 대화도 잘 통했죠.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 하면서 좋은 친구, 언니들을 많이 얻었어요.

프로그램이지만 드라마를 만들어봤잖아요.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뭔가를 기획하면서 재미를 느꼈나요? 글을 쓰고 상상한 대로 촬영되는 게 보이니까 너무 신기해서 ‘작가도 한 번 해볼까?’ 하고 생각했어요. 재미있었어요.

일기 같은 거 써요? 글로 쓰는 게 귀찮아서 그림으로 그려요. 그림일기. 되게 신기하게 그림을 그려요. 얼마 전에 I.O.I 활동 마칠 때쯤 그린 걸 유정 언니가 보내줬어요. (휴대폰을 뒤져 커다란 눈동자와 여러 가지 직선이 뒤엉킨 추상적인 그림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그냥 저만의 시선으로 그려요. 아무 주제 없이. 근데 이게 다 뜻이 있어요. 저만 알아요, 그 뜻을. 밤에 앉아서 20분 동안 오늘 한 일을 생각하면서 그림 그리면 되게 재밌고 스트레스도 풀려요. 그날의 일이 다 기억이 나서 뿌듯하기도 하고요. 나중에 다이어리로 만들까 생각 중이에요.

또 해보고 싶은 일 있어요? 나중에는 이런 쪽도 해보면 재밌겠다 싶은 거. 패션 쪽으로 공부를 좀 하고 싶어요. 많은 브랜드를 알아가는 걸 좋아해요. 외국에서 유행하는 것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싶고요. 얼마 전에 일본에 갔다 왔는데 같은 브랜드인데도 한국이랑 다른 디자인의 제품이 많더라고요. 한국 사람들도 스타일리시하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전시든 디자인이든 나중에 뭐라도 할 기세인데요? 시간이 남아도 낮잠을 자본 적이 없어요. 무조건 뭐라도 해야 하는 성격이라. 몇 달 전부터 가죽 공예를 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가죽 맞추고 잘라서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벌써 카드 지갑 두 개랑 열쇠고리를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어요. 기자님도 뭐 하나 만들어드릴까요?

 

드레스 푸시버튼(pushBUTTON), 링 디블루메(D.blume), 자스민(Jasmine)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드레스 푸시버튼(pushBUTTON), 링 디블루메(D.blume), 자스민(Jasmine)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production 장재영(그림공작소, grimfactory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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