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향수 조향 한국향수 백지향수

어떻게 모여서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교내 창업 동아리에서 만나 1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쳤어요. 화학을 공부하다 조향에 관심이 생겼고 디자인을 전공하는 최연수 양이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론칭을 준비했어요.

브랜드 이름부터 시작해 모든 향수의 이름이 우리말이네요. 거대 브랜드를 흉내 내기보다 한국의 향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국적인 것 하면 보통 전통적인 것을 생각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의 향은 지금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간직한 기억이에요.

‘백지’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향수에 이야기를 담아서 연재한다는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해 생각나는 단어를 마구잡이로 적어 연결 짓고 구분하는 토론을 거쳤어요. 그러던 중 운명처럼 ‘나의 백지에 널 덧칠했을 뿐인데’라는 노래 가사가 흘렀고, ‘흰 종이에 우리의 이야기를 쓴다’라는 의미로 백지라는 이름을 지었죠.

조향을 함께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요. 단순히 향을 만드는 걸 넘어서 특정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목표예요. 제품 개발에 앞서 팀원들의 소소한 기억이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상황 등을 수다 떨듯이 얘기하죠. 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생기고 향으로 발전해요.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진행한 사연 프로젝트는 잘 끝났나요? 타인의 기억과 이야기를 향기로 승화하는 작업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올여름에 출시한 ‘제주 밤바다’예요. 사연의 주인공과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주도로 떠난 여행, 그곳의 풍경, 그때의 기분 등을 차곡차곡 모았죠. 조향할 때 가장 먼저 따뜻한 향을 쓸지, 차가운 향을 쓸지 생각하고 색감을 상상해요. 회화 작업과 비슷한 점이 많죠. 물감마다 색이 모두 다른 것처럼 향료 또한 모든 재료의 무게와 질감이 다르거든요.

백지의 타깃은 누구인가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나 향수마다 담긴 풋풋한 이야기 때문인지 10대 고객도 많지만, 사실 저희의 주요 타깃은 20대예요. 저희 셋 모두 20대이기 때문에 학창 시절의 추억이 비슷하고, 그 시대 감각을 제품에 가장 많이 반영하게 돼요. 그래서 제품 퀄리티에 비해 가격을 높게 책정하지 않았어요. 향수를 두고 나를 위한 작은 사치라고 하는 사람이 많지만 평범한 20대의 지갑 사정을 생각하니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없더라고요.

요즘 주력하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들었어요. 아직 자본력이 탄탄한 편이 아니라서 다양한 방면으로 기회를 만들고 있어요. 최근엔 가장 인기 있는 ‘이불덮고 귤까먹기’를 룸 스프레이로 출시하기 위해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 을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