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머리를 자르는 건 기존 헤어스타일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개성을 뽐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숱을 많이 내거나 적게 내거나, 컬을 넣거나 곧게 펴거나, 눈썹 위로 짧게 자르거나 눈썹을 가릴 정도로 길게 자르거나. 한 끗 차이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2020년 봄·여름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마주한 뱅 헤어를 살펴보고 탐나는 뱅 헤어를 연출한 여자 연예인들의 전담 아티스트가 전하는 스타일링 노하우를 들어보자.

우리가 흔히 앞머리를 자를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스타일은 풀 뱅이다. 이번 시즌 버버리, 파코 라반, 오프화이트 등 여러 쇼에서 앞다퉈 풀 뱅을 선보였다. 풀 뱅은 이마가 살짝 보이는 시스루 뱅보다 숱을 많이 내 이마 전체를 가리기 때문에 얼굴의 이목구비에 시선이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 단, 얼굴이 둥글고 볼살이 많은 사람이라면 풀 뱅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앞머리가 얼굴의 반을 나눠 둥근 얼굴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앞머리를 자른 사진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은 배우 한예슬 역시 풀 뱅을 선택했다. “기존 풀 뱅보다 양옆의 모발을 넓게 잡아 모발 끝이 부드러운 라인을 그리는 소프트 풀 뱅을 연출했어요. 머리숱을 조절해 풀 뱅처럼 답답하거나 무거워 보이지 않고 한층 어려 보이는 스타일이죠.” 한예슬의 헤어를 전담하는 살롱하츠 백흥권 대표의 설명이다. 풀 뱅을 연출할 때는 자칫 컬이 강하면 얼굴이 동그래 보일 수 있으므로 평소 사용하는 헤어롤보다 더 큰 롤을 이용해 컬을 부드럽게 연출하는 것이 좋다. 데뷔 이후 오랫동안 앞머리 없이 긴 헤어스타일을 고수해온 위키미키의 김도연 역시 최근 앞머리를 잘랐다. 길이는 눈을 찌를 듯 살짝 길고 곧게 뚝 떨어지며, 풀 뱅보다 숱이 적고 시스루 뱅보다는 숱이 많은 뱅 스타일을 선택했다. “볼륨감 없이 아래로 길게 떨어지는 뱅 헤어를 연출해 얼굴이 한층 작고 갸름해 보이게 했어요. 매일 손질하지 않아도 되는 것 또한 장점이죠.” 김도연의 헤어를 책임지고 있는 헤어 아티스트 박하의 조언이다. 반면 있지 유나의 뱅 헤어는 앞머리 볼륨을 최대한 봉긋하게 살린 뱅 헤어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구찌 쇼를 살펴보면 눈썹 위로 짧게 올라가는 사랑스러운 처피 뱅 헤어를 볼 수 있다. 처피(choppy)는 ‘고르지 못한, 뚝뚝 끊어지는’이라는 뜻으로, 앞머리를 마구 자른 듯 머리카락 길이가 고르지 못한 머리 모양을 의미한다. 몇 년 전 배우 정유미와 이성경, 공효진, 리지 등 국내에서도 많은 스타가 처피 뱅 스타일로 변신하며 사랑스럽고 개성 있는 스타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처피 뱅은 앞머리를 과감하게 잘라야 하므로 선뜻 도전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얼굴형의 문제점을 보완해주는 장점이 있다. 둥근 얼굴을 한층 갸름해 보이게 하고, 턱이 도드라진 각진 얼굴형은 부드러워 보이는 효과가 있다. 최근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조이서’ 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다미가 처피 뱅을 선보이며 처피 뱅 열풍을 예고했다. 처피 뱅은 원래 앞머리를 눈썹 위로 짧게 자른 스타일을 일컫지만 김다미는 풀 뱅과 처피 뱅의 중간 정도 길이로 연출해 동그란 얼굴형을 보완했다. “처피 뱅의 가장 큰 장점은 관리하기 쉽다는 점이에요. 드라이 단계에서 앞머리를 늘어뜨려 말리기만 하면 원하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죠. 헤어롤을 사용하면 오히려 과하게 극적인 컬이 연출돼 우스꽝스러울 수 있으니 헤어롤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아요.” 김다미표 조이서를 완성한 알루 김민선 대표원장의 말이다.

스타일에 따라 수시로 앞머리를 내렸다 올렸다 하고 싶다면 시스루 뱅이 제격이다. 앞머리 숱이 적은 편이라 다른 뱅 헤어에 비해 언제든 앞머리를 없앨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시스루 뱅은 다른 뱅 헤어보다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그 좋은 예가 레드벨벳의 조이다. 오랫동안 뱅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머리를 넘겨 앞머리가 없는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하고, 컬을 약간 넣어 쉼표 모양 앞머리를 연출하는가 하면, 앞머리 숱을 조절해 시스루 뱅을 완성하기도 했다. “앞머리 숱을 많이 내 광대뼈 옆까지 라인이 이어지는 풀 뱅을 연출했어요. 풀 뱅이 지겨울 때는 작은 헤어롤을 말아 하트 모양 컬을 잡은 다음 드라이어로 이마 정가운데 따뜻한 바람을 쐬어 쉼표 모양으로 연출해 발랄한 느낌을 주고, 이마 양 끝 모발에 컬을 넣어 옆머리와 자연스럽게 연결해 앞머리 숱을 적게 두면 여성스러운 뱅 헤어가 연출되죠. 드라이 단계에서 모발 뿌리를 신경 써서 말린 다음 롤 빗으로 여러 차례 빗어 주면 얼굴이 한층 작아 보이는 뱅 헤어를 완성할 수 있어요. 반면 볼륨이 과하면 광대뼈가 도드라져 절대 금물이에요!” 레드벨벳 조이의 헤어를 전담하는 순수 서하의 조언이다. 헤어 변신의 기로에 서 있는가? 과감한 변신이 두렵다면 뱅 헤어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건 물론 얼굴의 단점을 보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