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린 인터뷰 화보 - 마리끌레르

스트라이프 톱 세린느(Celine), 스트라이프 팬츠 토즈(Tod’s), 퍼 슬리퍼 구찌(Gucci), 철제 프레임 화병 무드니(Mudni).

팔로어 수 71만여 명, 올리는 사진마다 최소 1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르는 아이린 인스타그램은 그녀의 머리 색만큼이나 알록달록한 포스팅으로 가득하다. 그녀는 SNS로 화보 촬영 현장에서 시크하게 드레스업한 모습, 친구들과 왁자지껄 어울리는 파티 피플의 면모와 민낯에 수면바지 차림의 ‘집스타그램’을 보여주는 건 물론이고, 스트리트 패션과 컬렉션을 소개하는 리포터 역할도 자처한다. 오늘의 스타일링, 오늘의 패션 이벤트, 오늘의 먹방, 오늘의 무드,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일은 무엇이든지 표현하는 아이린 의 SNS에는 화려하면서 명렬한 패션모델의 일상이 스타일리시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속의 아이린 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녀의 한결같은 태도에 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첫 포스트는 4년 전 한국에서 본격적인 패션모델의 길을 걷기 훨씬 전, 뉴욕에서 지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기엔 소셜라이트의 번쩍이는 파티 사진도, 무수한 ‘좋아요’도 없지만,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기록하길 꺼리지 않는 지금과 똑같은 아이린 이 존재한다. SNS 속 일상은 이제 그때와 확연히 달라졌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순수한 솔직함은 여전하다. 그래서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아이린 인터뷰 화보 - 마리끌레르

화이트 니트 톱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데님 오버올 탱커스(Tankus), 퍼 슬리퍼 구찌(Gucci).

INTERVIEW with 아이린

어제 이사했다면서요? 이사한 집은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결정하게 되었나요? 동네가 한적해요.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있어요! 전에 살던 집이 4층 이었는데 계단만 있어서 출장 다녀올 때마다 짐을 옮기기가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지금의 집은 방이 많아요. 세 개예요. 옷이 너무 많아 침실 빼고 나머지는 다 드레스룸이 될 것 같아요. 요새는 옷보다 인테리어 소품이나 가구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SNS로 많이 찾아봤어요. 아직 집에 냉장고도 세탁기도 없어요. 커튼은 어제 맞췄고 침대도 새로 샀어요. 올해 목표는 ‘집 예쁘게 꾸미기’로 정했어요.

혼자 사는 건 처음인가요? 중학교 때까지 시애틀에 살다가 아버지 회사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왔어요. 그때 4년 정도 대전의 외국인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기숙학교라서 혼자 방을 썼어요. 그러고는 뉴욕 패션 전문 학교인 FIT 대학교에 진학해 다시 미국에 갔고요. 졸업 후 한국에 돌아와서 지금에 이르렀어요. 고등학교 때 말고는 계속 룸메이트와 같이 살아서 이번에 독립한 게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래도 다시 부모님과 같이 살라고 하면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웃음)

뉴욕에서 처음 모델 활동을 시작했죠? 모델이 되는 게 꿈이었나요? FIT대학교에 다닐 때 시작했는데, 아르바이트 정도였고 본격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았어요. 사실 졸업하고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온라인 잡지 회사에서 2년 정도 일했어요. <Style Like U>라는 매거진인데 편집장이 엘리사 굿카인드(Elisa Goodkind)라는 유명 스타일리스트였어요. 패션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인물을 다루는 인터뷰 기사가 많았죠. 작은 규모의 잡지 회사라서 맡은 역할이 다양했어요. 셀러브리티를 섭외하러 매니저에게 연락하고, 길에서 스타일 좋은 사람이 지나가면 그 자리에서 캐스팅도 하고, 화보 스타일링도 하고 사진 고르는 일까지 전부 다요. 제 밑으로 인턴 사원도 있었어요. 촬영하기 위해 편집장과 함께 디자이너 릭 오웬스의 부인인 미셸 라미(Michele Lamy)의 집에 갔던 게 기억에 남아요. 강렬한 사람이었어요. 정말 좋은 기회였고 재미있게 일했어요.

그럼 한국에서는 어떻게 모델 일을 다시 하게 되었나요? 2년 정도 일해보니 문득 한계도 느껴지고 해서 휴식기가 필요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에 3개월 정도 여행할 겸 놀러 왔죠. 그래도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모델 일을 다시 시작했는데, 에이전시에서 본격적인 모델 활동을 제안 했어요. 2012년에 섰던 쟈뎅 드 슈에뜨와 SJYP의 쇼가 처음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한국에는 어떤 잡지가 있는지 잘 몰랐고, 한국 모델 중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 그 후로 정말 바빠졌죠. 지지난 주엔 상하이에, 지난주엔 일본에 갔다 왔어요. 그러다 보니 벌써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었어요. 마냥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아이린 인터뷰 화보 - 마리끌레르

오버사이즈 카디건 생 로랑(Saint Laurent), 프린트 티셔츠 디케이엔와이(Dkny), 데님 쇼츠 랙 앤 본 바이 비이커(Rag & Bone by Beaker), 레이어드한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베이지 블랭킷 자라홈(Zara Home).

서른이란 나이가 아이린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오던가요? 사람들이 ‘아이린, 이제 서른이야 어떡해!’라고 장난스럽게 말해요. 시간이 그야말로 훅 지나갔어요. 근데 막상 30대가 되어보니 좋은 것 같아요. 20대 내내 정말 열심히 살았고 그 결과로 점점 더 제 삶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스타이기도 한데, 정작 본인은 어떤 포스트를 많이 찾아보나요? 음, 사진을 많이 찾아봐요. 꼭 유명인이 아니어도 좋은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무척 많거든요. 거기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그리고 많이 검색하는 단어는 프렌치 불도그! 전에 뉴욕에서 키웠던 강아지와 같은 종인데 정말 귀여워요. 지금은 혼자 사는데다 너무 바빠서 차마 키울 엄두는 내지 못해요. 그냥 사진으로만 찾아봐요.

올리는 포스트마다 엄청난 ‘좋아요’를 받고 있는데, SNS를 할 때 지키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그때마다 솔직하게 보여줄 것. 저로서는 그냥 올리고 싶은 걸 포스팅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좋아해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아, 근데 너무 자주 많이 올리면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하. 그런 부분은 조금 신경 써요.

헤어 컬러가 오묘해요. 어떻게 나온 색깔인가요? 블루, 퍼플, 이런저런 색을 많이 시도했더니 지금은 거의 무지개 색이 되었어요.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나 머리 색을 바꿨어요. 사실 그냥 하고 싶어서 했던 건데, 회사에서 모델 활동에 지장이 있을 거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그 시즌에 어느 때보다 컬렉션 쇼에 많이 섰어요. 18~19개 정도요. 원래 모델은 내추럴한 헤어 컬러를 고수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지금은 저도 주위 사람들도 이 머리 색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린 인터뷰 화보 - 마리끌레르

스트라이프 니트 톱 프라다(Prada), 데님 쇼츠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니트 양말 프라다(Prada), 원숭이 머리 모양 캔들 자라홈(Zara Home), 룸 스프레이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 철제 프레임 화병 무드니(Mudni). 침대 위 옷들 : 데님 스커트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화이트 스웨트셔츠 스티브 J 앤 요니 P(Steve J & Yoni P), 스트라이프 셔츠 원피스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스타디움 재킷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바이 리타 오라(adidas originals by Rita Ora).

뉴욕에서 오래 생활했고 자주 가잖아요. 아이린만의 추천 맛집이 있다면요? 일식을 좋아하는 편인데, ‘Sushi of Gari’라는 곳이 정말 맛있어요. 뉴욕 갈 때마다 들러요. 그리고 소호에 ‘Gitane’이라는 브런치 카페도 아늑하고 좋아요. 거기 아보카도 토스트가 진짜 맛있어요.

여행을 다니고 정신없이 일하면서도 문득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을 것 같아요. 많이 있어요. 근데 직업상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니까 혼자 있는 시간도 중요하게 여겨요. 혼자 있을 땐 음악이 필수예요. 샤워할 때도 틀어놓고, 출장 가서 호텔에서도 크게 틀어두곤 해요.

요새 빠져 있는 노래는 어떤 건가요? 저스틴 비버요! 한동안 이미지가 좀 그랬는데 이번 앨범으로 완전 달라졌어요. 가사도 멜로디도 엄청 좋아요. 프랭크 오션, 위켄드도 자주 들어요. The XX도 좋아하고요. 주로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라오는 믹스(Mix) 노래를 많이 찾아 들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사실 전 그동안 특별히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어요. 현재 하는 일에서 조금씩 방향성을 찾아간 것 같아요. 지금은 소셜 미디어 활동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하고 싶거든요. 새로운 플랫폼,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창조하고 싶어요. 단순히 유명인이기보다는 패션 분야의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로서요. 이제 패션위크 시즌이라 뉴욕과 파리에서 한 달 있다가 올 것 같아요. 재미있는 포스팅을 많이 하려고요.

막 새집으로 이사했는데 바로 장기 출장이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이번에 뉴욕과 파리에서 짬이 나면 가구랑 소품을 쇼핑하고 싶어요. 저 배 타고 돌아와야 할지도 몰라요.(웃음)

아이린의 모토는 무엇인가요? 스스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야 그만큼 좋은 기운이 돌아온다고 믿어요. 그 믿음대로 열심히 살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사실에 항상 감사해요.

 

◊BEHIND SC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