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우스와 시스루 톱 모두 스타일난다(Style Nanda),팬츠 다홍(Dahong), 이어링과 네크리스 모두 다비드 초이(David Choi), 뱅글과 링 모두 모니카 비나더(Monica Vinader)

블라우스와 시스루 톱 모두 스타일난다(Style Nanda),팬츠 다홍(Dahong), 이어링과 네크리스 모두 다비드 초이(David Choi), 뱅글과 링 모두 모니카 비나더(Monica Vinader)

싱어송라이터 후디가 AOMG에 영입됐다는 소식이 흥미로웠던 건 후디 본인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왔다던 AOMG의 ‘유일한 여성’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돌에서 뮤지션의 경계를 넘어 기획자로서 능력을 증명한 박재범이라는 문턱이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번의 피처링을 거쳐 음색 깡패로서 입지를 다지며 그 선택이 나쁘지 않았음을 증명한 그녀는 보란 듯이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는 첫 앨범을 냈다.

“알리야, 에리카 바두, 자넷 잭슨을 좋아해요. 그녀들의 공통점은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점이죠. 가녀린 여성의 목소리로 간결한 듯 하지만 아주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하잖아요. 저 역시 그런 점을 지향해요.” 노래 부를 때보다 조금 두께감 있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자신이 만드는 사운드 안에서 음과 음을 깨끗하게 넘나들며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후디가 자신의 지향점으로 옳게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의 음악을 들어보면 안다.

 

첫 EP인 <On and On>을 발매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처음과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첫 앨범이다 보니 처음엔 많이 얼떨떨했다. 지금은 당연히 실감이 나는 동시에 아쉬운 부분이나 괜찮은 부분이 더 선명하게 정리되고 다음을 생각하게 된다.

처음으로 낸 앨범의 주제가 사랑이다. 왜? 처음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때가 2013년이다. 그때부터 최근까지 시기별로 만든 곡을 모아 수록했는데 처음 곡을 만들던 당시 내가 마음을 다해 쓸 수 있는 가사가 다 연애에서 나오는 것뿐이었다. 지금보다 어려서 그랬는지 힘든 건 다 연애에서 비롯됐었다.(웃음) 그런 기억을 바탕으로 쓴 곡이 많다 보니 이렇게 앨범이 채워지게 됐다.

앨범의 전개가 사랑을 하는 일련의 과정 같다. 사랑의 여러 감정 중에 후디는 어떤 순간의 정서를 가장 오래 기억하는 편인가? 사람이 좋은 기억보다 좋지 않은 기억이 강하게 남지 않나. 헤어지는 순간이나 그 이후 겪는 힘든 시간이 강하게 남는 것 같다.

혼자 활동하다 소속사가 생겼다. AOMG에서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어떤가? 소속이 없다가 AOMG에 들어간 거라 소속감을 느끼고 든든하다가도 홍일점이라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것에 기죽지 말고 열심히 해야지!’ 하고 스스로 기합도 자주 넣었는데 하다 보니까 사람들도 워낙 편하고, 음악은 원래 하던 대로 하면 되기 때문에 예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든든한 동료가 생긴 점이 좋다.

그레이와 피제이, 차차말론 등 좋은 작곡가들과 작업했다. 워낙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니 후디가 곡을 만들던 방식이나 버릇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을 것 같은데? 피제이 오빠는 작업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음악을 자주 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귀감이 되는 분이고, 그레이 오빠는 작업할 때 보면 앉자마자 엄청 집중해서 빠른 시간 안에 곡을 만드는 스타일이다. 빨리 만드는 데 완성도까지 높으니까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

 

블라우스 끌로디 피에로(Claudie Pierlot), 스커트 렉토(Recto),이어링 반자크(bbanZZac), 링 다비드 초이(David Choi), 슈즈 로우클래식(Low Classic), 재킷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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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디가 음악을 만드는 스타일은 어떤가? 가만히 있다가 뭔가 악상이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휴대폰에 녹음해둔다. 나는 거의 집에서 작업하는 스타일인데 책상 옆에 앉아 피아노 치면서 그 곡을 완성한다.

물론 모든 것의 조합이 중요하겠지만 음악을 들었을 때 후디가 먼저 꽂히는부분은? 아무래도 가사보다는 들리는 게 먼저인 것 같다. 음이나 사운드. 마음에 드는 코드 워크나 악기 소리에 먼저 반응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꽂힌 뮤지션이 있나? 하이에이터스 카이요테(Hiatus Kaiyote). 발음이 좀 어렵다.(웃음) 호주 혼성 밴드인데 여성 보컬이 매력적이다. 들으면서 놀란 게 재지하면서도 스튜디오 지브리의 일본 애니메이션 OST 느낌도 좀 있고 독특해서 확 끌렸다.

후디 음악의 기반이 궁금하다. 어떤 음악을 듣고 자랐나? 어릴 때는 팝 음악을 다 좋아했다. 초등학생 때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중·고등학생 때 록에 빠져서 고학교 때는 밴드부 보컬도 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굉장히 좋아했다.(웃음) 그러다 슬슬 힙합을 듣기 시작하면서 대학생 때는 R&B와 힙합 쪽으로 취향이 변해버렸다. 힙합 동아리에 들어가서 R&B 곡의 커버도 많이 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금에 이르렀다.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할 때에는 지금이랑 창법이 많이 달랐겠다. 엄청. 막 내지르고.(웃음)

음색이 예뻐서 피처링을 할 때도 빛난다. 반대로 후디의 음악을 빛내줄 보컬은 누가 있을까? 이번에 같이 작업한 재범 오빠나 엘로, 진보 오빠는 워낙 좋아하는 보컬이어서 이번 앨범에서 다 채워진 것 같고 다음번에는 자이언티 같은 색깔이 강한 보컬과 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나는 목소리가 엄청 튄다거나 쨍한 느낌이 아니다 보니 나랑 반대되는 색깔의 사람과 해보면 어떨까 싶다.

2집은 지금과 많이 다를까? 아무래도. 근데 내 기준에서 많이 달라지는 거지, 다른 분들이 느끼기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스스로는 음악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싶다.

예를 들면? 창법도 새롭게 도전하고 음악도 원래 하던 거랑 다른 스타일도 해보고 스타일이나 사진, 영상 컨셉트도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시도할 생각이다.

계속 변화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음악에서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장르적으로는 R&B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워낙 좋아하니까. 그리고 목소리를, 예를 들어 코러스나 화음을 적극 활용하는 부분은 항상 유지하고 싶다.

후디의 음악적 길티 플레저는? 레드벨벳. 하루 종일 레드벨벳 음악만 들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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