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요한슨

톱과 스커트 모두 구찌(Gucci), 스파이크 스터드 이어링 메시카 파리(Messika Paris), 다른 이어링은 스칼렛 요한슨 소장품.

지난 몇 년간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슈퍼히어로 역할을 맡은 배우인데 스칼렛 요한슨은 신기할 정도로 인간적이다. “며칠 집에 못 들어간 사람 같죠? 미안해요.” 커다란 안경을 끼고 청바지 차림에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고 야구 모자를 눌러쓴 그녀는 약간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이 여신이라기보다 털털한 친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수더분한 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그녀는 무비 스타니까.

지난해 세계적으로 12억 달러에 달하는 흥행 수익을 올리며 <포브스>가 선정한 2016년 최고의 흥행 배우로 등극한 스칼렛 요한슨. 그녀는 지금껏 이뤄온 커리어 면의 성취만큼이나 할리우드 밖의 삶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녀는 2014년 아트 딜러이자 큐레이터인 로맹 도리아크와 결혼한 뒤 남편의 고향인 파리와 미국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파리가 내 집처럼 편해요. 그곳에 남편 가족도 있고 딸의 사촌들도 있으니까요. 제 딸은 영어와 프랑스어 2개 국어를 하죠. 멋지죠.” (두 살배기가 처음 내뱉은 영어 단어는 ‘와우’였다.) “남편과 딸이 제가 모르는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면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스칼렛 요한슨

드레스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링 샤넬(Chanel), 이어링은 스칼렛 요한슨 소장품.

언어만 제외하면, 스칼렛 요한슨은 프랑스 문화에 적응하는 예상 밖의 방법을 찾아냈다. 그녀는 최근 파리 마레 지구에 ‘요미 팝(Yummy Pop)’이라는 이름의 스낵 숍을 오픈했다. 그녀는 파리에 이어 도쿄에도 가게를 열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스칼렛 요한슨은 곧 도쿄에 가게 될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영화화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 이달에 개봉하기 때문이다. 스칼렛 요한슨은 사이보그인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으로 분해 사이버 테러에 맞선다. “그녀 세대의 배우 중 스칼렛이 가장 독보적이니까요.”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말이다. 스칼렛 요한슨은 격투 신을 맹연습하며 역할에 깊이 빠져들었다. “격투 신을 코칭한 무술팀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죠. 하지만 스칼렛은 역할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방금 전까지 딸과 놀다가 카메라 앞으로 와 곤봉으로 남자들을 가격하는 장면을 찍는 모습은 정말 놀랍죠.”

쿠사나기 모토코 역에 스칼렛 요한슨이 캐스팅되자 원작의 팬 사이에서 이 역은 아시아 여배우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다. ‘화이트워싱’ (Whitewashing, 원작에서는 백인이 아닌 캐릭터가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백인으로 바뀌어 등장하는 형태) 논란에 대해 스칼렛 본인도 알고 있다. “이 작품은 인종을 떠나 인간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예요. 인종이 다른 누군가가 할 역할을 제가 맡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할리우드에서는 다양성이 중요하죠. 누군가에게 거부감을 주는 역할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그리고 히어로물 중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은 극히 드물어요. 당연히 부담감이 크죠. 어깨에 지워진 짐이 무겁게 느껴져요.”

 

스칼렛 요한슨

드레스 구찌(Gucci),이어링은 스칼렛 요한슨 소장품.

영화 흥행과 관련한 통계 자료를 제공하는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 웹사이트에 따르면 스칼렛 요한슨은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여배우다. 5편의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블랙 위도우’로 불리는 러시아 스파이 ‘나타샤 로마노프’ 역을 맡은 덕분이다. 스칼렛 요한슨은 자신이 출연한 작품들이 북미 지역에서만 30억 달러를 벌어들인 사실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아이러니하다고 말한다. “할리우드 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여배우라고 해서 출연료가 제일 높은 건 아니에요.”

그녀는 현재 영화 제작사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가진 것을 위해 계속 싸워왔어요. 영화계는 너무나 변덕스럽고 정치적이죠. 어떤 배우들은 지나치게 많이 받고, 어떤 배우들은 너무 적게 받고 과소평가되고, 온갖 다른 방식으로 분류되고 가공되는 게 영화계예요. 결국은 배우들이 가진 무형적인 무언가로 배우의 가치가 결정되죠. 정확히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걸까요? 누구의 개런티가 부풀려지고 누구의 개런티가 과소평가된 걸까요?”

 

스칼렛 요한슨

파카와 이어링 모두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지금은 이혼한 프로듀서 멜라니 슬로언과 덴마크 출신 건축가 카르스텐 요한슨 사이에서 태어난 스칼렛 요한슨은 뉴욕의 웨스트 빌리지에서 4명의 형제자매 사이에서 자랐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과 영화 취향에 영향을 준 사람으로 2009년까지 매니저 역할을 한 어머니를 꼽았다. 성장기에 레너드코언의 음악을 듣고, 로렌 바콜이 나오는 영화를 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녀는 일찍이 타고난 깊은 음성으로 어리지만 성숙한 느낌을 풍겼다. 이런 이유로 1998년 그녀가 출연한 <호스 위스퍼러>의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는 스칼렛 요한슨을 두고 “서른 살 같은 열세 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녀가 나이보다 현명해 보이는 것도 실제로 그렇기 때문일 터다. 가족과 어려운 시기를 견뎌낸 그녀는 “10대 때까지 정보 보조금을 받으며 살았어요. 재정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할 때까지 어렵게 살았죠”라고 말한다.

“천성인지 성장 환경 때문인지 모르지만, 힘든 시절이 있었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캠프 매니저로 활동했던 스칼렛 요한슨의 쌍둥이 오빠 헌터 요한슨이 말한다. “저는 배우가 아니지만 배우들 틈에서 자란 경험을 비춰 볼 때 배우는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이해해야 하죠. 모든 건 거기서 나오니까요. 바로 그 점이 스칼렛을 훌륭한 배우로 만든다고 생각해요.” 오빠처럼 스칼렛도 정치사회 이슈에 관심이 지대하다. 가족계획 연맹(Planned Parenthood)의 열렬한 지지자인 스칼렛은 최근 마크 월버 그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연예인은 함구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디올 드레스

드레스 디올(Dior), 이어링 메시카 파리(Messika Paris).

스칼렛 요한슨은 오는 6월 개봉할 코미디 <록 댓 보디(Rock ThatBody)>에서는 새로운 매력을 한껏 펼쳐 보일 예정이다. 케이트 매키넌, 조크라비츠, 일라나 글레이저, 질리언 벨과 함께 연기한 이 영화는 5명의 여자 친구들이 뜨거운 주말을 보내기 위해 마이애미 비치로 놀러 갔다가 실수로 남자 스트리퍼를 죽이고 시체를 버려야 하는 상황에 치닫는 스토리다. “기상 천외한 장면이 정말 많아요. <베니의 주말> 같은 영화예요. 이야기 자체는 신선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자 캐릭터들이 아주 웃겨요. 함께한 배우들이 하나같이 코미디 천재들이에요.”

스칼렛 요한슨은 딸에게 엄마가 출연한 영화를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딸 로즈가 가끔 TV에 나오는 엄마를 알아보기도 한다. “딸이 TV 에 나오는 저를 알아본다고 생각하니 마냥 신기해요. <캡틴 아메리카> 같은 영화가 나올 때 ‘누구야?’라고 물으면 ‘어, 엄마잖아’라고 해요. 로즈는 아직 <씽> 말고는 제 영화를 볼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씽>은 최근 스칼렛 요한슨이 10대 고슴도치 ‘라커’로 목소리 출연을 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로즈가 충분히 자란 후에 영화 <킥 애스>를 함께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녀가 특유의 묘한 웃음을 지었다.

 

스칼렛 요한슨

후드톱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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