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 화보

유진 레드 드레스 발렌티노(Valentino), 브라운 샌들 에트로(Etro), 보터 햇 더퀸라운지(THE QUEEN Lounge).
바다 블랙 레이스 드레스 발렌티노(Valentino), 파나마 햇 사이미 전(Saimi Jeon).
새를 수놓은 드레스 제인 송(Jain Song), 스트랩 슈즈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바구니 속 책과 플라워 매트 오데옹(odeong).

인터뷰 중 슈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커피를 쏟았다. 그걸 닦는 중에 마침 전화가 울렸고, 커피가 묻은 상태로 그녀는 상냥히 전화를 받았다. 바다는 그런 슈가 예뻐 죽겠다는 듯 ‘엄마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성격이 좋아요. 유진과 슈는 연예인 같지 않게 털털해요. 성격이 이렇게 좋으니 둘 다 예쁘게 잘 살죠.”

그룹 결성부터 해체까지 불협화음이 없었던 유일한 걸그룹. 실제로 그녀들과 이야기해보면 이들이 서로에게 동료 이상의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걸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순수한 시절을 음악으로 공유한 이들은 서로가 단순한 그룹 멤버를 넘어 소울메이트고, 보는 이들에게는 간직하고 싶은 싶은 예쁜 추억이다. 이것이 S.E.S의 팬도, 팬이 아닌 이들도 그녀들의 재결합 소식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S.E.S의 이번 화보 컨셉트는 루이자 메이 올컷의 고전 <작은 아씨들>. 특유의 쾌활한 성격 덕에 30대를 훌쩍 넘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어린 소녀 같은 예쁜 웃음을 터뜨리며 촬영을 소화해냈다.

 

SES

스트라이프 미니드레스 버버리(Burberry).
바다 블루 퍼프소매 드레스 사이미 전(Sami Jeon).
유진 화이트 아일릿 드레스 쟈니 헤잇 재즈(Johnny Hates Jazz).

추운 날씨에 고생 많았다. 오늘 촬영은 어땠나? 유진 처음 접한 컨셉트였는데도 우리와 잘 어울린 것 같다. <작은 아씨들>의 주인공들은 자매인데, 우리가 진짜 자매 같아서인지 억지로 연출하는 느낌이 없어 좋았다. 바다 이따금 S.E.S을 이루는 ‘핵(nuclear)’이 무언지 생각한다. 그러면 끝내 ‘소녀 시절’이 떠오른다. 아마 어릴 때 데뷔해서 그런 거 같다. 기자도 서른 살을 훌쩍 넘긴 우리에게 이런 컨셉트가 큰 무리 없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나.(웃음)

최근에 낸 앨범 재킷이 요즘 걸그룹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예쁘다. 바다 우린 화보발이 잘 받는다.(웃음)   또 늘 좋은 사람을 좋은 타이밍에 만나는 복을 타고 났다. 그래서 항상 기대 이상으로 결과물이 좋다. 감사한 일이다.

지난 1월 국내 여자 가수 음반 판매량 집계에서 20주년 스페셜 앨범 <Remember>가 최종 8위에 올랐다(6천3백 장 판매). 20년 전이랑 비교할 순 없지만, 이런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처음 들었다. 사실 콘서트 외에 다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우리 앨범을 다들 알까 싶었다.

20주년 콘서트 티켓이 2분 만에 매진된 건?  그거야말로 정말 놀랐다. 우릴 기억해주는 이가 여전히 많구나 싶었다. 바다 데뷔한 지 20년이 흘렀고 그중 고작 5년을 활동했지만 많은 이가 우릴 기억하는 건, 우리가 음악을 넘어 그 시절 추억의 일부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전 활동 시기엔 어리기도 했고, 회사에서 시켜 어쩔 수 없이 한 컨셉트도 있었을 것 같다. 기억나는 일화가 있나? 바다 기억에 남는 컨셉트는 3집 <Love>. 머리카락을 갈색으로 바꾸려고 탈색을 했는데, 이수만 회장님이 내 머릴 보고 놀랐다. 탈색을 먼저 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니 “소련 여자 같고 멋있네, 그렇게 계속 해봐도 좋겠네”라고 해서 그 말이 나온 김에 유진, 슈까지 탈색한 기억이 있다. 당시 우리로선 엄청난 일탈이었다. 유진 1, 2집 땐 모르는 게 많아 회사가 만들어준 컨셉트를 따랐고 그게 잘 맞기도 했다. 멤버들 의견을 구체적으로 반영한 건 3집부터였는데 그때도 이전처럼 호흡은 좋았다. 진짜 ‘함께’ 작업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우린 함께하는 게 늘 재미있다.

 

SES 유진, 바다

유진 오간자 미니드레스 올라 카일리(Orla Kiely), 베스트 카디건 오즈세컨(O’2nd), 네크리스 더퀸라운지(THE QUEEN Lounge).
바다 스터드 장식 에이프런 드레스 사이미 전(Saimi Jeon).

S.E.S의 히트곡을 많이 작업한 유영진 작곡가가 이번에도 신곡 ‘한 폭의 그림’을 작곡했다. 처음 곡을 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 요즘 잘나가는 젊은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을 생각은 하지 않았나? 유진 유영진 작곡가는 어떤 작곡가와도 비교할 수 없는 분이다. 우리의 데뷔곡과 거의 모든 히트곡을 만든만큼 우리 색깔을 가장 잘 안다. 사실 앨범을 준비하는 초기에 곡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부족해 선뜻 부탁을 드리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곡을 받을 수 있었다. 바다 나는 우리가 유영진 작곡가에게 곡을 받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웃음) ‘그대로부터 세상 빛은 시작되고’라는 노래를 들어봤나? 가사가 참 좋다. 이수만 회장님의 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라 나름 의미도 있고, 출퇴근길에 들으면 행복지수가 올라간다고 주변에서 말해줬다.

혹시 이런 얘기 들어본 적 있나? ‘S.E.S.를 능가하는 아이돌은 있어도, S.E.S.의 시초에서 벗어난 걸그룹은 없다’는 말. 바다 들어본 적은 없지만, 누구든 쉽게 S.E.S의 색을 내지는 못할 거란 생각은 든다. 그 색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우리 셋이 함께할 때 나오는 목소리와 에너지는 분명 존재한다. 유진 우리 멤버라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바다는 리드 보컬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독특한 보이스 컬러를 가졌다고 본다. 아무리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창법이다. 바다 효린이나 에일리 같은 친구들보다 가창력이 뛰어나다고 할 순 없지만, 나 또한 내 목소리가 특색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진과 슈와 함께할 때의 목소리는 더 자신 있고.(웃음)

 

SES 바다, 슈

바다 플라워 패턴 드레스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퍼프소매 블라우스, 코럴 컬러 실크 스커트 모두 디올(Dior).

지난날 함께 활동한 핑클이나 베이비복스 등도 그렇지만 최근의 걸그룹 중에도 ‘요정’으로 불리는 이들은 없다. 아무리 2집 <Dreams Come True>가 요정 컨셉트였다 하지만 30대가 된 후에도 계속 요정으로 불리는 것이 부담스럽진 않나? 바다 ‘요정’ 얘기가 나온 건 2집 컨셉트 때문인 것 같다. 당시 방송에 나가 우리가 한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이번 앨범의 컨셉트는 ‘요정’이에요. 저희를 보며 꿈과 희망을 갖는 여러분들을 응원하는 요정이고 싶어요”라고 참 진지하게도 말했다.(웃음) 유진 맞다, 기억난다. 그 후에 컨셉트가 ‘여신’으로 바뀐 적이 있었는데 이미 우린 요정으로 각인되었다. 지금은 당연히 요정이라는 호칭이 쑥스럽다. 바다 외모가 예쁜 요정이 아니라 정신이 요정처럼 예뻤으면 좋겠다. 우린 요 몇 년 동안 매년 직접 발품을 팔아 바자회를 연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요정’이지 않을까. 유진 맞다. 이렇게 나이 든 요정도 있다.(웃음) 신데렐라에 나오는 할머니 요정도 그렇고. 그렇다. 팅커벨도 나이가 많다. 바다 그럼 우린 이제 신데렐라의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대모님’ 정도로 컨셉트를 정리하자.(웃음)

조금 전 바다가 얘기했던 것처럼 그간 활동이 없던 시기에도 아이들과 유기견, 자연을 돕고 가꾸는 ‘그린하트바자’를 열었다. 올해는 바자회 대신 콘서트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했는데.
바다 바자회를 연 지 9년째인데, 올해는 콘서트 수익금으로 기부금을 마련해보자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이번 20주년 기념 콘서트는 첫 번째 S.E.S 바자 콘서트인 셈이다. 유진 바자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고, 초반에 비해 갈수록 체계도 잡히고 있다. 백화점 브랜드 제품을 50% 할인가에 내놓기도 한다. 좋은 브랜드를 알게 되면 바자회에 동참해보지 않겠느냐고 조르기도 한다. 고맙게도 흔쾌히 참여해주더라. 콘서트 수익금으로든 바자회로든 앞으로도 바자는 계속할 생각이다.

 

‘10대 땐 학교를 조퇴하고 왔지만, 오늘은 회사에 월차 내고 왔다!’ 이 말 들어봤나? 지난해 12월 말 S.E.S 20주년 콘서트 당시 인근 지하철역에 붙었던 현수막이다. 나는 S.E.S의 골수팬은 아니었지만 이 문장을 보며 뭔가 짠했다. 유진 그 현수막을 보고 우리와 팬들이 긴밀히 연결돼 있는 기분이 들어 감동했다. 그 말이 우리 존재를 말해주는 것 같고, 음악으로 한 시대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한 일이라 느낀다. 우리가 그 음악을 들려주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영광이다. 콘서트 당일 얘길 하자면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라고 쓰인 초대장을 보내, 팬들을 집에 들일 준비를 한 기분이었다. 실제로 공연이 시작되자 ‘우리 생각처럼 그들은 정말 우릴 기다렸구나. 힘들게 준비한 일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콘서트는 우리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인생의 즐거운 이벤트로 남길 바라며 ‘선물’로 준비한 거다. 그날은 대기실에도 전에 같이 일한 매니저와 스태프들로 가득해 마치 동창회 같았다. 바다 팬들에게 우린 그때 그 시절에 같이 나눠 먹은 도시락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소박하고 단순해서 오히려 더 행복했던 삶, 춥고 절실했던 시절 음악으로 연결된 사람 중 하나.

 

그래서인지 아까 촬영 중 ‘I’m Your Girl’을 라이브로 들려줄 때도 가슴 벅차더라. 바다 ‘감정’이 기억하고 있어서 그렇다. 우린 가수가 아니라 ‘추억’이다. (기자를 가리키며) 우린 당신의 일부다.(웃음) 심지어 콘서트를 준비해준 이들조차 모두 “S.E.S 팬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런 이들이 진심을 다해 준비하니 결과물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광범위한 사랑을 받는 건 우리의 특권이라 생각한다. 데뷔 후 1년 동안은 전국의 남성 팬들이 우릴 집중적으로 사랑해줬다. 나중엔 다른 걸그룹이 나와 관심이 분산됐지만, 사랑을 독점한 약 1년간의 기억은 아직도 선하다. 그땐 다들 “난 S.E.S 팬이었다가 OO팬이 됐어”가 아니면 “난 쭉 S.E.S 팬이었어”라고 말하던 시기였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많은 팬이 S.E.S의 왕성한 방송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TV 중 하나인 ‘옥수수 TV’로 복귀한 것도 그렇고 방송은 극히 제한적으로 활동하고 끝냈다. 20주년 앨범이 팬들을 위한 선물이라고만 하기엔 준비 기간이나 음악들이 아깝지 않나? 바다 사람이 늘 굶다가 갑자기 과식을 하면 탈이 나는 것처럼 관계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린 천천히, 늘 따뜻하게 항상 그 자리에 있고 싶다. 우리가 방송 활동으로 더 욕심을 부리면 앨범이나 콘서트도 이렇게까지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방송 출연을 아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천천히 조금씩 하고 싶다. 아쉬워야 또 보고 싶을테니까. 방송 활동은 애초에 별로 생각이 없었다. <MBC 가요대전>에 출연한 건 콘서트 때 못 온 팬들을 위한 배려였다.

 

SES 화보

레드 체크 드레스 미스 지 컬렉션(Miss Gee Collection).
유진 브라운 드레스 미스 지 컬렉션(Miss Gee Collection).
바닥에 놓인 플라워 매트와 커피잔 오데옹(odeong).

바다가 곧 결혼한다. 다른 멤버들이 결혼하고 출산하는 모습을 보며 어떤 마음이 들었나? 바다 유진과 슈가 차례로 결혼하고 아기를 낳는 걸 보며 ‘사랑스러운 여성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다른 여자애들보다 달리기를 잘하고 체력장도 특급인 그런 여자애 있지 않나. 내가 딱 그런 애라 보통 여자들처럼 살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왠지 결혼도 늦게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고.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결혼을 결심했나? 바다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었고,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려본 적도 없다. 그런데 슈와 유진의 결혼생활을 보며 결혼하면 좋은 점도 있겠단 생각이 종종 들었다. 유진과 슈의 남편이 그들 옆에서 버팀목이 돼주는 모습을 보며, 저 정도로 나를 아껴주고 이해해주는 남자가 있다면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는 3월 결혼하는 바다에게 유진과 슈는 각각 어떤 얘길 해주고 싶나? 슈 바다는 항상 즐겁게 사니까, 이젠 그분과 함께 영화처럼 멋있게 살면 좋겠다. 유진 바다가 원래 남자 앞에서 굉장히 여성스러워진다. 예쁜 내숭도 있다. 또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 따뜻한 가정을 꾸릴 거라 생각한다. 우리 셋 중 애교도 가장 많다. 바다 그런데 결혼해서 힘들면 어떻게 해? 우리랑 수다 떨면서 풀면 되지.(웃음)

마지막으로 오래전부터 S.E.S와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우리 또래는 뭐든 열심이고 바쁜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휴식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더불어 이젠 엄마가 된 팬들에겐 늘 즐기고 많이 웃자는 얘길 하고 싶다. 아이들은 잘 자랄 거고 지금의 힘든 시간도 곧 지나갈 테니까. 바다 아침에 눈뜨면 하루가 ‘0’부터 시작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하자. 그럼 하루가 소중해진다. 처음 가는 여행지에선 시간이 아까워 잠을 오래 못 자지 않나. 사람도 똑같다. 내일 일은 모르니 오늘 유진과슈를 보는 게 마지막이라고 상상하는 거다. 그러면 같이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 유진 나 또한 순간을 행복하게 살자는 주의다. 한데 그렇게 살려면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한도 끝도 없이 바라게 되는 게 인간이다. 그 욕심을 제어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분수대로 사는 것. 내가 가진 것보다 더 하려고 하면 과부하가 걸리고, 내가 가진 것보다 안 하려고 하면 게을러진다. 내게 주어진 재능이 뭔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 불행한 순간은 늘 욕심이 생길 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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