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아이 버튼과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돋보이는 코튼 개버딘 트렌치코트, 폴카 도트 패턴의 실크 드레스, 캐시미어 메리노 울 소재의 오버사이즈 타탄 체크 스카프, 화이트 가죽 로퍼 모두 버버리(Burberry).

울 캐시미어 소재의 타탄 체크 패널 터틀넥 스웨터, 그래픽 도트 패턴의 실크 드레스 스터드로 장식한 송아지 가죽 브로그 앵클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라미네이트 코팅을 한 울 소재의 타탄 체크 트렌치코트,모스 스티치 디테일의 캐시미어 롤넥 스웨터 모두 버버리(Burberry).

페어아일 패턴의 캐시미어 울 스웨터와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A라인 플레어스커트, 타탄 체크 패턴의 하이 콘힐 샌들 모두 버버리(Burberry).

네온 핑크 스웨터와 네온 스티치가 포인트인 A라인 스커트, 빈티지 체크 패턴의 캐시미어 반다나, 페어아일 패턴의 캐시미어 핑거리스 장갑, 스터드로 장식한 송아지 가죽 브로그 앵클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라미네이트 코팅을 한 래글런 소매 트렌치코트, 격자무늬가 돋보이는 울 플란넬 튜닉 셔츠, 트윌 소재의 파인 그린 타탄 체크 테일러드 팬츠 모두 버버리(Burberry).

폴카 도트 패턴의 실크 타이넥 셔츠와 핀턱 디테일 도트 패턴 실크 스커트 모두 버버리(Burberry).

울 소재의 타탄 체크 버튼다운 셔츠와 울 소재의 타탄 체크 스트레이트 핏 테일러드 팬츠, 크리스털 데이지 샹들리에 귀고리, 화이트 가죽 로퍼 모두 버버리(Burberry).

런던에서 머무는 사흘 동안 반 발짝 떨어져서 지켜본 이성경은 조화로운 사람이었다. 예쁜 것과 즐거운 일에 크게 반응하고 매사에 호기심이 넘쳤다. 이성경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스태프들은 그런 그녀를 흠뻑 사랑했다. 함께한 사진가는 과거 모델이던 이성경과 지금 이성경의 한결같음을, 그 일관성을 지켜내는 그녀의 됨됨이에 대해 말했다. 이성경은 틈틈이 필름 카메라를 꺼내 일행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끼니때마다 맛있는 요리는 콕 찍어 극찬한 뒤 멀리 앉은 이에게 그 접시를 건넸으며, 자리 에 없는 사람을 챙겼다. 사랑스럽고 사려 깊은 아가씨. 예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일정의 마지막 날 저녁, 그녀의 호텔 방에서 그녀와 마주 앉았다. 내 예상과 다른 모습이 있다면 이성경은 흥겹고 화려한 분위기만큼이나 차분한 결이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음악도 틀지 않은 적막 속의 대화가 어색하기는커녕 외려 편안했다. 그녀는 오래 묵혀둔 정돈된 생각들을 차곡차곡 펼쳐냈으며, 꾸밈없는 건강한 대답들로 먼저 마음을 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난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를 이야기하면서는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작다면 작을 수 있는 이 인터뷰에서도 진심을 온전히 드러냈다. 지나온 시간의 의미를 객관화하고 걸러내서 이야기했다. 고된 한 시절을 보낸 뒤에 담담해지고 깊어진 사람이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런던은 어땠어요? 오기 전부터 어쩐지 잘 맞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참 좋았어요. 런던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호불호가 확실하잖아요. 누군가는 지루하고 음식이 맛없는 도시라고 하고.(웃음) 전 반대였어요.

촬영 때는 물론 그 외 시간 또한 아주 성실하게 보냈어요. 진행 에디터로서 뿌듯했을 정도로요. 여행을 할 때 급하게 많이 담으려는 타입은 아니에요. 다 보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그 공간을 살아보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유난히 부지런했던 것 같아요. 런던은 어디를 가도 새로운 도시 같아요. 동네마다 색과 분위기, 개성이 뚜렷하고요. 작은 서점, 음식점 등 어디 한 곳을 가더라도 새로이 발견하는 것이 확실히 있어요.

영화 <레슬러> 크랭크업과 쫑파티를 마치고 온 길이죠? 첫 영화다 보니 배운 것이 많아요. 운 좋게도 늘 좋은 스태프들을 만나는 것 같아요. 지금껏 작품들도 그랬고, 다들 순하고 유쾌한 분들이라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책임감이 물론 있지만 유해진 선배님이라는, 든든히 의지할 분이 있어 부담과 힘을 조금은 덜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며 시기로 보나 상황으로 보나 이만큼 최적의 현장을 만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어요.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느린 영화의 호흡을 선호하는 배우도 있죠. 본인은 어떤 것 같아요? 영화 특유의 작업 방식도 좋지만 전 영화라는 틀 안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해진 것 같아요.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현장에만 집중하게 되잖아요. 촬영 기간 동안은 미디어 노출이 적고, 거기서 한 발 벗어나 있으니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드라마는 매회 반응을 살피게 되고, 민감해지고 흔들리고 작아질 때가 있거든요. 올 한 해 여러 일을 겪으면서 힘들었는데 그런 일들에서 한 발 벗어나 다시 제 자신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영화 안에서 쉴 수 있었어요.

쉰다는 표현은 주로 일을 안 할 때 쓰는 말인데. 쉰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를 끝내고 2주 동안 밀라노에 다녀왔는데 정작 쉬지를 못했어요. 다음 작품을 생각하고 몇 가지 선택해야 할 일을 두고 고민하던 시기라 몸만 밀라노에 있지 온 정신은 한국에 두고 왔었거든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시간도 필요할 때가 있겠지만 때로 작품이 쉼이 되어준다는 걸 알았어요. 쉬엄쉬엄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고요.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 역시 초반에 준비할 것이 많았고, 매회 반응에 신경 써야 해서 그 과정에서는 쉬지 못했지만 정작 촬영은 늘 쉼이고 치유였어요.

연기를 하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졌나요? 연기를 하고 난 후의 변화인지 아니면 나이가 조금 들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제 삶의 작은 면들도 섬세하게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우는 게 어색했는데 이제 잘 운다거나.

감정 표현이 자연스러워졌다는 의미인가요? 아무래도 일상에서는 감정을 숨기게 되잖아요. 표현하려다가도 주변 상황이나 앞에 있는 사람을 신경쓰게 되고, 그래서 자주 참고요. 타고나길 웃음을 참는 사람은 아니지만.(웃음) 저는 혼자 있을 때도 안 우는 사람이었거든요. 전엔 눈물이 날 때 울음을 참으려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면 이젠 그게 안 참아져요. 안에 있는 감정을 흐르는 대로 쏟게 돼요. 그래서 좋고요. 작고 내밀한 감정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한번 더 들여다보고 기억하려는 습관이 생겼어요.

연기를 하면서 무의식중에 생긴 습관이죠? 관심이 연기로 쏠리니까 그렇게 돼가는 것 같아요. 내 감정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도요. 누군가에게 ‘왜 저래?’ 해버리는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요.

올해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 마지막 촬영 현장에서 펑펑 울었다면서요. 그만큼 온 마음을 다한 작품이었던 거죠? 원래 성격이 이렇지 않았는데 ‘복주’ 이야기 하니까 또···. 모든 작품이 소중하고 어떤 역할이든 다 잘하고 싶은데 복주는 유난히 제가 받은 것이 많아요. 복주는 제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이예요. 선물 같은 작품이죠. 사랑하는 대상에게 마음을 다 줬을 때 최선을 다했다며 만족스러워하기보다는 그 사람에게 받은 것을 마음에 더 담기 마련이잖아요. 복주도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최선을 다했고 모든 것을 쏟아내서가 아니라 복주라는 작품을 통해 받은 것이 감사하고, 복주를 사랑해준 많은 분들에게 고맙고요. 과분한 작품이에요.

자신에게 믿는 부분이 있다면요? 바른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 100%까지는 아니어도 대부분 좋은 생각과 올바른 결론으로 방향을 잡아나가려는 사람 같아요. 부작용이 있다면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 바른 생각으로 도달하기 위해 그 과정에 수많은 변수까지 고려한다는 것도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겪는 거죠? 그건 본인을 혹사하는 일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괴로워 보인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자, 이제부터 생각을 해봐야지 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 시작!’ 하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무의식중에도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작정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시계 돌아가듯 생각이 펼쳐져요. 째깍째깍.

이렇게 해맑고 사랑스럽기만 한데···. 생각 없어 보이죠?(웃음)

아뇨,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어렸을 땐 누군가에게 오해를 사거나 쉽게 판단되는 일이 속상하고 억울했어요. 상처였고요. 나에게는 오래 품어왔던, 이만큼의 무게가 있는 생각들이 말 한마디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가볍게 표현되는 게 속상했죠. 지금은 그조차도 내려놨어요. 단순하고 쿨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힘들 때 새벽 기도 가고, 집에서 엉엉 울면서 기도도 해요. 저도 분명히 좋은 모습을 지닌 사람이지만 때때로 실수할 때도 있고 이기적일 때도 있어요. 제 기준에서 막 살 때도 있고요. 그럴 때마다 자책도 하고 낙심도 했다가 ‘에이, 모르겠다’ 하고 내버려뒀다가 다시 바로잡으려 애쓰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평정심을 찾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고 있어요. 다만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아니에요.

올해 유난히 많은 일이 있었죠. 더 좋은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한 가지 아직까지도 아픈 건 올해 팬들의 작아지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모델 때부터 좋아해준 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에게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못해줬어요. 얼떨떨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가 어떻게 나가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도 팬들에게 큰 힘을 받았어요. 이 친구들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고 느꼈고요. 이 깨달음으로 내년에는 고마운 이들과 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올 한 해가 본인에게 어떤 해였던 것 같아요? 두껍게 쌓여 있던 묵은 껍질을 벗겨내는 한 해였어요. 그 과정에서 원래의 제 모습을 되찾은 것도 있고요. 그사이 나와 한 몸이 돼버린 묵은 껍질을 벗겨내면서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잖아, 이성경이 원래 이랬지 하고 느낀 것도 많아요. 더 건강해졌어요. 지나온 시간, 매 순간 감사하지 않았던 적이 없어요. 지금은 스스로 괜찮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평온해요. 오랜만에 찾아온 이 잠잠함이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물론 또 어마어마한 일이 닥칠 수도 있겠죠.(웃음)

마지막으로 2018년 계획은요? 내년 상반기까지 일정이 잡혀 있는데 그 사이사이에 좋은 일도 하고 싶고, 팬들과 많이 만나고도 싶어요. 올해는 마음은 컸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내년에는 팬들과 자주 만나는 게 바람이자 목표예요. 회사에 떼를 써서라도 많이 만날 거니까, 이 말은 꼭 써주세요.

버즈아이 버튼과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돋보이는 코튼 개버딘 트렌치코트, 폴카 도트 패턴의 실크 드레스, 캐시미어 메리노 울 소재의오버사이즈 타탄 체크 스카프, 화이트 가죽 로퍼 모두 버버리(Bur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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