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수트와 안에 입은 톱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슈즈 까날리(Canali).

배우 구원이 배우의 길에 첫발을 내디딘 건 찰나의 감정 때문이었다. 학창 시절을 보낸 뉴질랜드에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길을 찾지 못한 채 교회에 다니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한다는 성극에 참여하게 됐고, 그때 무대에서 느낀 희열을 믿고 무대에 오른 지 2주 만에 한국에 왔다. 하지만 축복으로 시작됐다고 생각했던 그 길은 예상을 벗어났다.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배우 유준상이 연기한 역할의 아역을 시작으로 몇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 길은 기대만큼 쉽지 않았고 그는 많은 고민을 안은 채 군대에 다녀왔다. “원래 달을 좋아했는데 군대에서 제가 달을 좋아하는 이유를 깨달았어요. 반짝이는 별 같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낮이나 밤이나 모습이 다르지 않은 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거였더라고요. 과거에는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앞으로는 나만의 색과 모양을 채우고 보여주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

달 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용기를 얻은 후 드라마 <전생에 웬수들>의 주인공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그는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고, 영화와 책을 보며 하루를 보내고, 운동도 틈틈이 하며 비워 있던 시간을 채웠다. “책이나 영화나 본 걸 또 보곤 해요. 작년 가을부터는 자비에 돌란 감독에게 푹 빠졌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도 반복해서 봤어요. 전 디카프리오가 선택한 배우의 길이 너무 멋있어요. <타이타닉>은 내용이 뻔한 영화여도 그가 연기한 ‘잭’을 보며 짧은 생을 살아도 소신 있는 젊은이로 살아야겠다는 용기를 얻어요. 책도 많이 읽었어요. 세상에 돌아왔으니 사회와 인생을 다룬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 같은 글도 읽고 제가 좋아하는 세계문학 전집도 읽고, 물론 제 시집도 계속 읽었죠.(웃음)”

촬영 일정으로 부쩍 바빠진 요즘도 그가 빠뜨리지 않고 틈틈이 이어가는 일상이 있다면 글을 쓰는 것이다. “글 쓰는 걸 좋아해요.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썼어요. 저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거죠. 군대에 다녀온 뒤 시집도 냈어요. 글을 쓰는 시간은 제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순간이에요. 드라마 촬영을 하는 요즘에도 너무 긴장되거나 부담스러운 장면을 앞두고 있을 때면 아침이나 현장에 가서 글을 써요. 전 스스로도 놀라운 게 뭔가를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한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피곤해 보일 만큼이요.” 구원은 이런 꾸준함으로 2018년을 새로운 감정과 경험, 그로 인한 새로운 날들로 행복해지는 자신을 기대한다.

형광색 니트 스웨터 오니츠카타이거 × 안드레아 폼필리오(Onitsuka Tiger × Andrea Pompilio).

Ⓒ MARIECLAIREKOREA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