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치코트, 셔츠, 팬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첼시 부츠 부테로(Buttero).

성공을 향한 야망, 정의를 위한 싸움, 온갖 욕망이 얽힌 난투. 드라마 <미스티>는 노련한 배우가 만들어가는 캐릭터들이 안개 속에 숨은 진실을 찾아내며 매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노련한 배우들의 틈에서 배우 구자성은 선배 기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조력자 역할을 하는 ‘곽 기자’를 연기한다. 지난 가을에 시작한 촬영이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지금, 구자성은 부담감 때문에 거의 기억나지 않는 첫 촬영의 순간을 지나 이제는 차분하게 작품의 일부가 되어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미스티> 촬영이 막바지겠어요. 다음 주면 촬영이 끝나요. 처음 곽 기자라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혜란 선배(김남주)를 돕는 후배 기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갈수록 어떤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인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게다가 처음으로 큰 무대에서 연기한 터라 긴장했는데 현장에 있는 선배님들이 많이 챙겨주고 도와주신 덕분에 좀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첫 촬영의 순간이 기억나나요? 잘 기억나지 않아요. 정신이 없었어요. 작년 10월 14일에 첫 촬영을 했는데 이경영, 김남주, 이성욱 선배님과 함께 회의하는 장면이었어요. 신인이니까 부족한 면이 많아 혼나는 것이 당연했는데 기죽지 않고 모두 저를 위해 도와주신다는 생각으로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말씀해주시는 것을 잘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려고 했죠.

대학교에서 음악을 하다가 모델로 활동했고, 이제는 배우의 길을 가게 됐어요. 삶의 방향이 변한 이유가 뭔가요?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새로운 것을 향한 호기심과 흥미도 많고요.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음악회를 보고 나서 음악의 길을 꿈꿨고 그래서 실용음악을 전공했어요. 그러다 군대에 다녀온 후에 모델이라는 직업에 흥미가 생겼어요. 그런데 모델은 말을 하진 않잖아요. 포즈로 옷을 표현해야 하죠. 하지만 배우는 대사가 있으니까 대사에 저를 담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매번 인생의 목표를 세우나요? 항상 목표를 정해두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 목표가 대단한 것은 아니에요.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계획을 세우거든요. 가령 모델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컬렉션 쇼에 오르는 것이 한 해의 목표였고, 패션 매거진 촬영을 많이 하는 게 목표였던 적도 있었어요. 작년의 목표는 드라마 한 편을 하는 것이었어요. <미스티>를 작년부터 촬영했으니 목표를 이룬 셈이죠. 곧 드라마 <사자>가 촬영에 들어가긴 하지만 올해는 영화도 한 편 꼭 해보고 싶어요. 단역이든 조연이든 역할의 크기를 떠나 영화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너무 큰 목표를 정하면 이루지 못했을 때 지칠지도 모르잖아요. 작은 목표를 하나씩 정하다 보면 인생을 더 열심히 살게 돼요.

매번 선택의 순간에 과감했어요. 배우의 길에 늦게 접어든 편인데 그렇기에 부담감이 있었겠죠. 부담감을 갖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불안하면 조급해지니까. 조급한 마음이 들거나 오디션에 떨어져 절망스러울 때는 운동을 하거나 피규어를 조립해요. 그러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힘들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늘 그런 식으로 머리를 비우려고 하는 편이에요.

모델과 배우라는 직업의 닮은 점은 뭘까요? 둘 다 몸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점이 닮았어요. 다만 모델은 한 장의 사진에 외적인 것을 담아내야 하지만 배우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야 해요. 작품 속 캐릭터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제 자신이 어느 정도 투영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연기하고 있는 곽 기자와 당신의 공통점이 있겠네요. 의리.(웃음) 제 입으로 이렇게 말하기 부끄럽지만 저도 곽 기자처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지금 친한 친구들도 어릴 때부터 이어온 돈독한 관계죠.

지금껏 가장 마음에 남는 조언이 궁금해요. 어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이요. 어느 날 어머니가 돈이 많은 것보다 자식 잘되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인생을 치열하게만 살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게 살면 오히려 더 쉽게 지치지 않을까요? 치열하다는 건 누군가를 짓누르고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요. 경쟁 상대를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저는 제 주변 사람들도, 저도 다 같이 잘되면 좋겠어요. 친구들에게도 자주 하는 말이에요. 다만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지나가려고 해요. 좋지 않은 일이 있더라도 이다음엔 좋은 일이 생길 거라 믿으면서요.

스트라이프 니트 톱 노앙(Nohant), 안에 입은 피케 티셔츠 구찌(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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