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윤 황소윤화보

블랙 티셔츠 헬무트 랭 바이 비이커(Helmut Lang by BEAKER), 팬츠 마르케스 알메이다(Marques′ Almeida), 슈즈 자라(ZARA), 반지 쿠시코크(KUSIKOHC), 귀고리 에보니문로 (Ebonnymunro), 선글라스 젠틀몬스터 (Gentle Monster).

 

So!YoON!과 새소년의 음악은 어떻게 다른가? 음악뿐 아니라 많은 부분이 다르다. 크게는 음악, 의상 컨셉트, 애티튜드. 제일 눈에 띄는 건 새소년의 황소윤이 보여준 밴드 사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앨범 <So!YoON!>은 애초에 밴드 사운드를 고려하지 않았다. 밴드를 하기 전부터 다양한 장르에 관심이 지대했고, 그런 부분을 언젠가는 나의 다른 캐릭터로 풀어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적기가 된 것이다. 이 앨범은 곡마다 작업자가 달라서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다. 컴필레이션 앨범처럼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더 크다. 일렉트로닉이나 정통 소울도 있고 힙합 피처링이 포함된 곡도 있는데, 이렇게 다른 음악들 사이에서 황소윤의 목소리가 축을 이루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가사의 느낌도 많이 다르다. 새소년이 추상적이고 시적이며 감성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했다면, So!YoON!의 앨범에서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를 많이 썼고 사회를 보는 냉소적이거나 염세적인 시각도 많다. So!YoON!이 곧 황소윤이아니라 새로운 자아로 존재하길 바랐다. So!YoON!이라는 캐릭터에 나를 투영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며 색다른 시도를 많이 했는데, 헤어스타일을 비롯한 외적인 변화도 크다. 앨범 재킷은 홍콩의 스타일리스트 크루와 함께 작업했다. 새소년과 어떻게 다르게 만들지 고민하며 그들에게 내가 새롭게 만든 상징, 캐릭터의 의도 등에 대해 설명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작업했다. 새소년과 정반대의 어떤 것이지만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다른 부분을 풀어나가는 과정이었다.

피처링을 맡은 뮤지션의 면면이 화려하다. 함께하는 작업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했을 텐데. 앨범 구상과 동시에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알고 지내던 음악가도, 처음 만나는 음악가도 있었는데 제일 중요한 건 황소윤이 얼마나 존경하고 존중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작업자 본인의 아이덴티티와 개성이 뚜렷한 것도 무척 중요했다. 결론적으로 내가 존중하는 팬인 사람들과 작업했다. 수민, 프로듀서 태림, 공중도둑, 선우정아, 나잠수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색이 강한 뮤지션인데, 그들의 트랙이 나의 트랙 위에서 어떻게 혼합될 수 있는지 보는 게 작업하는 동안 굉장히 즐거웠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건강한 작업이었다.

곡 작업을 오롯이 혼자 해야 했던 새소년 때와는 확실히 다른 자극이었을 듯하다. 협업 자체가 처음 하는 경험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어떻게 음악이 탄생하는지 경험했는데, 샘 김과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5시간 정도 잼을 했다. 같이 기타 치고 노래하면서 워밍업 과정을 거쳤고 곡을 완성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서로의 작업 스타일을 배우기도 했다. 그런 과정이 제일 즐거웠다. 다른 프로듀서들도 마찬가지로 서로 존중하니까 무슨 이야기를 해도 다 가능했다. 새소년 곡을 만들 땐 혼자 작은 방 안에서 연주하고 노랫말을 쓰는 데 집중하며 온전히 나의 감정을 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살면서 느끼는, 새소년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과 방식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했다. 반면 So!YoON!은 이 곡의 작업자와 내 트랙에서 느껴지는 감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파트너가 있다면? 공중도둑. 실제로 팬인데 솔로 앨범을 구상하며 공중도둑을 생각하던 중 그에게서 트랙을 주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왔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혼자 음악 하는 공중도둑을 그때 처음 만났는데 작업실에 가서 이야기한 후 보내준 트랙을 받아 들으면서 떠오르는 시각적인 것에 집중했다. 트랙을 받아 이 사람은 왜 이걸 만들고, 만들면서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간파하고 고심하는 과정이 어렵기도 했지만 나를 좀 더 깨워주는 역할을 했다.

지금의 나이, 이 시점의 커리어에 적절한 영양소로 보인다. 어떤 사람은 변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이 시점의 황소윤은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어떻게 변하든 변화에 열려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그래서 이 작업을 시작한 건데 새소년 작업에도 도움이 됐고, 음악을 떠나 황소윤이라는 사람 자체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황소윤 황소윤화보

크림색 재킷 마린 세레 바이 분더샵(Marine Serre by BoonTheShop), 안에 입은 톱 코스(COS), 체크 롱 팬츠 마르케스 알메이다 바이 분더샵(Marques′ Almeidaby BoonTheShop), 블랙 선글라스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이 앨범에 흐르는 정서를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채로움, 분열. 다채로움은 시작할 때 든 생각이고, 분열은 막바지에 든 생각인데 내가 가진 색깔이 꽤 많다. 누구나 그렇지. 그런데 보통은 하나의 색깔을 지정한다. 좋아하는 색깔을 물었을 때 ‘파란색’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파란색만 좋아하지는 않거든.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을 제쳐두고 왜 하나만 이야기해야 할까? 내가 가진 색깔을 최대한 많이 표출하고 표현하려고 한다. 어떤 옷을 입어도 나답게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시작한 실험이다. So!YoON!이라는 프로젝트 자체가 실험과 도전이 기반이 되는 작업이다. 앨범이 완성된 지금 생각나는 단어는 분열이다. 황소윤이라는 사람 안에 황소윤이 있고 새소년이 있고 So!YoON!이 있다고 나누는 과정에서 스스로 역할 놀이에 어떻게 심취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거다. So!YoON!이라는 캐릭터를 처음으로 보여주는 과정인데 얼마나 잘 분리하고 균형을 맞추며 내 안에서 어떤 색깔을 정리해나갈지가 이 시점의 관건이다.

포문을 연 티저 곡 ‘ H o l i d a y’와 메인 타이틀 곡 ‘zZ’City’는 각각 그 역할로 곡을 선정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Holyday’를 제일 먼저 선보인 건 어떤 곡이 기존 황소윤을 다 지우고 백팔십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떤 곡이 제일 팝 스타일이고 다른 스타일을 던져서 논란의 여지를 줄 수 있을까(웃음) 등 다양한 점을 고려한 결과다. 개인적으로는 새소년을 하기 전 새소년 앨범에 실린 곡 중 몇 곡이 들어 있는 데모 앨범을 만들었는데, 미성년자 때 만든 그 앨범에 ‘Holiday’도 포함돼 있었다. ‘긴 꿈’이나 ‘나는 새롭게 떠오른 외로움을 봐요’와 같이 있던 곡이었는데, 그 안에서 어떤 곡은 밴드 음악이 되고 어떤 곡은 솔로 곡이 되는, 재밌는 가지가 생겼다는 게 의미 깊다. ‘zZ’City’는 내가 가장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언어적 표현이나 음악적 표현 모두 ‘이번 So!YoON!은 이런 겁니다’라고 제시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하고. 서브타이틀로 지정된 샘 김과 함께한 ‘Forever Dumb’, 수민과 함께한 ‘Noon Walk’도 다른 스타일이지만 이런 데도 나를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곡이다.

많은 곡이 궁금한데, 특히 수민과의 조화가 기대된다. 수민 그 자체다. 듣자마자 ‘어, 수민인데!’ 할 텐데 거기서 황소윤의 목소리가 나와 새롭게 들릴 거다. 수민의 곡은 지극히 차갑고 이성적이다. 그런데 나는 야성적이며 감성적이고 따뜻한 느낌이다. 차가움과 따듯함이 만났을 때의 묘함, 재밌는 구석들? 그 위에 자이언티가 코러스를 올려주면서 완성됐다. 나도 기대된다. 샘 김과는 스물셋, 스물둘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을 해서 재밌었다. 그도 많지 않은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공인, 가수로서 해야 하는 역할이 있고,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 고충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인간적인 이야기를 많이 표출해낼 수 있었다.

며칠 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생애 최초로 만든 곡을 공개했다. 그럼 두 번째로 쓴 곡은 무언지 기억하나? 하하하. 그건 생각해본 적 없네. 내가 기억하기론 처음으로 감성적인 언어를 사용한 곡이었던 것 같다. 내가 영감으로 삼는 중요한 원동력이 외로움이나 우울한 부분에서 오는, 배척당하는 감정이거든. 그런 마음을 처음으로 꺼내본 곡이었고 제목이… 막 이것저것 많이 써서 기억은 잘 안 난다. 황소윤의 감정과 언어를 사용해볼 수 있는 곡이었고 그때부터 새소년의 곡이 차곡차곡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를 꺼내는 시작점이 된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황소윤 음악성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건 뭔가? 나는 음악을 들을 때 항상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곡을 따라간다. 테크노가 될 수도 클래식이 될 수도 있는데, 몸을 움직이는 곡은 대개 그 안에 진정성 담긴 본능이 숨어 있는 곡이었던 것 같다. 이성적인 음악, 계산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본능적이고 감성적인 것에 끌린다. 내 안 깊은 곳에 숨어있는 본능을 깨우는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고, 실제로 공연할 때도 그런 본능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한다.

미발표 곡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만든 노래 중 제일 좋아하는 곡은 뭔가? 아, 너무 어렵다. 기억에 남는 곡은 있다. 미발표 곡이고 아주 오래전 쓴 곡이다. 나는 남을 위해 쓰기보다는 나 자신을 위로하려고 쓴 곡이 많다. 앨범에 실리진 않았지만 새소년의 ‘난춘’이란 곡이 그렇고, 내가 쓴 다른 미발표 곡도 결국 들어주는 모든 분에게 드리는 선물이지만, 그 곡이 탄생할 땐 보통 내가 나를 위로할 때 많이 쓰거든.

그게 실제로 자신을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나? 그런 것 같다. 아직 발매되지 않은, 꼭 꺼내 보이고 싶은 곡이 있는데, 나를 위로하려고 썼지만 몇년 지나 지금 보니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그 곡을 꺼내 보이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치관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시기인가 보다. 다들 그렇듯 본인이 남기는 작품이나 기록은 당시 본인의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을 대변하잖아. 그래서 아티스트는 변화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똑같다. 예술 활동을 시작한 이유가 재미있고 내가 즐기려는 의지가 커서 방 안에서 시작했다면 이제 문밖을 나왔고, 내 삶의 방식도 조금 더 사람들과 공존하며 이 사회 안에서 살다 보니 주변의 힘들어하는 사람, 뭔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제는 그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일이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달 전 쓴 글에 ‘사랑과 삶은 격정적인 만큼 재밌다는 주의’라고 했다. 여기에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사랑, 삶, 생의 재미. 그 세 가지가 내게 중요해서 쓴 글이다.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쓰면서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도 표현하거나 남기지 않으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나는 잘 모르더라고. 이 문장은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다. 내가 생각보다 삶의 재미를 많이 추구하는 사람이고 재밌게 살아야 한다,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다. 그 안에서 사랑이 너무나 중요한데 제일 큰 건 삶의 재미다. 삶이 재밌으려면 사랑도 재밌어야 하고 음악도 재밌게 해야 하잖아. 결국 다 이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의외로 OOOO. 이 문장을 완성한다면? 황소윤이 가진 의외의 지점을 찾아보고 싶다. 나는 의외로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운다. 다들 놀란다.(웃음) 조용히 집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보다 되게 멋없다. 지질하다는 말이 더 잘 맞겠다. 실제의 황소윤은 화장도 안 하고 다니고 시답잖게 웃기도 하고 꼬마 같은 면도 있다.

하루 중 꼭 필요한 시간은 뭘 하는 시간인가? 책 읽는 시간. 요즘은 여유를 느끼고 시간을 내 뭘 할 수가 없다. 책을 아주 좋아하는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책을 거의 못 읽었다. 그러니까 이상하게 삶이 공허하더라. 붕 떠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얼마 전부터 아주 짧은 시간, 이동할 때나 자기 직전에 짬을 내 책을 읽는데 그것만으로도 삶이 편안해지더라. 운동도 하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어보려고도 했는데 내게는 그보다 책 읽는 시간이 중요하다.

무슨 책을 읽고 있나? <수전 손택의 말>. 수전 손택이라는 작가이자 평론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실은 얇은 인터뷰 집이다. 요즘 수전 손택이라는 인물이 흥미롭다. 그녀가 쓴 많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이런 사람이고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책을 썼구나 알고 싶어서 읽고 있는데 참 재밌다.

글을 쓰는 많은 사람이 새소년의 노랫말을 좋아한다. 새소년의 가사를 사람들이 좋아해주기까지 나는 글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책을 좋아하고 일기를 쓰는데도? 이것도 의외의 면으로 볼 수 있는데 일기를 한 번도 길게 써본 적 없다. 삶의 모든 것을 일기로 기록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글을 유려하게 잘 쓰는 편도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내 가사를 흥미롭게 생각하면서부터 이런 글이 사람들에게 재밌게 다가가는구나 하고 알게 됐고, 그때부터 문학적인 부분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래서 요즘 잘 쓴 글이 뭔지, 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글 쓰는 것도 재밌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쓴 가사는 전부 적어도 진심에서 나온다. ‘아, 뭘 쓰지?’ 하고 억지로 쓰려고 고민한 적 없다. 나는 가사가 나올 때 곡을 쓰거든. 어떤 감정이 확 일었을 때.

가사가 떠오른 후 멜로디를 붙이나? 멜로디와 가사가 동시에 만들어진다. 어떤 심상으로 노래를 부르다 보면 특정 단어가 튀어나온다.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감정이 중요하고 가사는 그걸 대변해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앨범에서 이 노래만은 꼭 들어줬으면 하는 곡을 꼽아보자. 인트로. 다른 곡은 다 개별적인 곡인데 인트로는 So!YoON!이라는 캐릭터를 구상하며 만든 곡이다. 밴드 사운드에 트랩 비트가 올라간다. 묘할 수도 있다. 그게 이번 앨범을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나는 밴드도 하고 솔로도 하는 사람인데 그 사이에서 어떻게 이것들을 섞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 So!YoON!이라는 인물이 이번 앨범에서 들려주려는 음악을 잘 설명해주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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