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비와이

메탈릭한 소재의 셔츠, 그레이 팬츠, CD 로고 벨트 모두 디올 맨(Dior Men).

래퍼 비와이

화이트 언밸런스 셔츠, 블랙 트라우저, 커머번드, 검지에 낀 태양 문양의 실버 링, 앵클부츠 모두 지방시(Givenchy), 약지에 낀 링은 본인 소장품.

래퍼 비와이

선명한 색상 조합과 번개 모양 자수가 돋보이는 니트 스웨터, 레더 셔츠, 블랙 팬츠, 더블 랩 스타일의 나일론 벨트와 레더 벨트, 스터드 장식 블랙 슈즈 모두 프라다(Prada).

래퍼 비와이

화이트 자카드 재킷, 안에 입은 톱, 블랙 팬츠, 스카프 모두 김서룡(Kimseoryong), 첼시 부츠 던힐(Dunhill). 링은 본인 소장품.

래퍼 비와이

블랙 울 코트, 데콜타주 네크라인의 니트 풀오버, 실크 시스루 톱, 팬츠, 러버솔 부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페도라 유니버셜 케미스트리(Universal Chemistry).

한옥에서 화보를 촬영했다. 한옥에 온 건 오랜만이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건축물은 아니다 보니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원래 한옥을 좋아하고 어릴 때부터 나중에 한옥 스타일로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옥은 운치가 있는 것 같다. 그냥 멋있다.

7월 25일에 발매한 정규 2집 <The Movie Star>는 어떤 앨범인가? 비와이가 가진 무기, 비와이의 색깔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전곡을 직접 프로듀싱했는데, 앨범 제목을 <The Movie Star>로 정한 만큼 영화적인 사운드를 많이 넣었고 나만의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흔하지 않은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찾아 직접 편집해 사용하고, 트랩 스타일의 비트를 벗어나 테크노를 접목하는 식이다. 내 음악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향할 거라고 믿는데, 외국 사람들이 들을 땐 메시지보다는 소리에 먼저 반응한다. 그들이 내 음악에 귀 기울이게 하려면 뭔가 색다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른 장르와 조합을 많이 시도했다. 총 12곡을 수록했고, 들었을 때 제일 신나며 공연장에서도 즐기기 좋은 11번 트랙 ‘가라사대’를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대한민국 래퍼로서 비와이가 가진 생각이 앨범 전체에 담겨 있다. 이 중 딱 한 곡만 대중에게 들려줄 수 있다면 어떤 트랙을 고르고 싶나? 4번 트랙 본‘토’. 힙합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 본‘ 토’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고향의 지명을 말한다. 근데 힙합 팬들은 ‘본토’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미국을 떠올린다. 물론 힙합 음악과 그 문화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미국의 것만이 힙합은 아니다. 그러니 나는 ‘탈본토’를 하고, 미국이 아닌 내가 밟고 있는 우리 땅을 본토라고 재정의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노래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영향을 받은 앨범이라고 들었다. 평소에도 영웅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인가? 그렇다. 특히 ‘아이언맨’을 가장 좋아한다. 본인의 것을 계속 가져가며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이언맨이 항상 완벽하지는 않다. 가끔은 외로운 내면을 보이기도 한다. 비와이도 이를 느낀 적 있나? 이에 대한 생각을 담아 7번 트랙 ‘장미는 아름답지만가시가있다’를 만들었다. 직업상 대중의 반응을 신경 안 쓸 수 없다. <쇼미더머니 5> 우승 이후 사람들이 방송에서 보여진 모습만을 원하는 것 같았다. 장미인데, 가시는 없는 모습 말이다. 그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을 채워주지 못하면 비난이 들리고 별로다, 구리다는 소리를 듣는다. 타당한 근거가 있을 땐 인정하지만, 그‘ 냥 싫다’가 이유라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장 납득할 수 없는 평가는 뭔가? ‘비와이의 랩은 다 똑같다.’ 내가 두각을 나타내는 곡들이 자극적인 편이다 보니 그 안에서 플로나 라이밍을 다르게 하고 톤에 변화를 줘도 비슷하다고 느끼는 듯하다. 더 다르게 하려고 노래하는 트랙도 만들어봤는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 같아 아쉽다.

9번 트랙 ‘초월’은 도입부가 웅장하지만 반전이 있는 노래다. ‘초월’ 바로 전 트랙인 ‘찬란’이 아주 자극적이다. 원래 ‘초월’에서 더 빡세게 달리려고 했지만 그러면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 비트의 일부분을 지워버리고 새로 만들었다. 도입부는 일종의 맥거핀으로 노래와 상관없는 웅장한 사운드를 넣었다. ‘찬란’을 다 듣고 ‘초월’이 시작되면 ‘비와이가 또 똑같은 랩을 하겠네’라고 판단하겠지만, 도입부 이후 잔잔한 기타 리프가 이어진다. 절친한 씨잼이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했는데, 요즘 씨잼이 음가를 많이 넣으며 랩을 하니 잘 어울릴 것 같았다.

<The Movie Star>의 앨범 소개에 ‘주연에서 주인공으로. 나는 영화가 되었다’라고 적혀 있다. 스스로 주인공이 아닌 주연배우라고 느낀 때는 언제인가? 힙합 음악을 알게 되고 랩을 시작한 순간부터 정규 1집 <The Blind Star>를 만들기까지. 이 기간에 나는 ‘미국 래퍼’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을 따라 하며 ‘연기’를 했다. 당연히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미국 래퍼를 모방하는 게 나쁘다는 뜻도 절대 아니다. 하지만 멋과 음악, 더 나아가 나의 삶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The Blind Star> 이후 2년 동안 심경의 변화가 있었고, <The Movie Star>에 그 결과가 담겨 있다.

음악 작업을 안 할 땐 주로 뭘 하나? 요즘엔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끔씩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취미는 쇼핑인데, 미래를 위해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쇼미더머니 8>에 프로듀서로 출연하고 있다. 참가자일 때와 비교해보면 어떤가? 참가자는 당장 앞에 있는 목표에만 힘을 쏟으면 되는데, 프로듀서는 전체를 봐야 한다. 각 래퍼들이 다양한 프로듀싱에 두루 잘 맞을지, 이번 무대는 어떤지, 다음 무대에서는 어떨지 등을 고려하며 평가한다. 막상 해보니 프로듀서의 역할이 훨씬 어렵다.

<쇼미더머니> 시즌 5와 시즌 8 사이에 한국 힙합 신이 달라졌다고 느끼나? 많이 달라졌다. 나도 적응이 필요할 정도로 빨리, 계속 바뀌고 있다. 래퍼들이 표현하는 색깔도 아주 다양해졌다.

개성이 중요한 시대다. 힙합 신에서 비와이가 가진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나처럼 랩을 하는 사람이 없다. <The Movie Star>처럼 거대하고 웅장한 스케일의 음악을 하는 사람도 지금 없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이자 멋은 신앙이다.

비와이가 유일한 아티스트로 소속돼 있는 데자부 그룹을 직접 이끌고 있다. 레이블 단위의 작업을 해보고 싶지는 않나? 물론 나도 레이블에 들어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고, 다른 래퍼들과 함께하며 시너지를 일으키길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레이블을 만들고 나만의 공동체를 꾸리겠다는 목표를 빨리 이루려는 생각이 컸다. 앞으로 데자부 그룹을 확장할 예정이다.

<The Movie Star>가 이센스의 <이방인>, 씨잼의 <킁>과 함께 올해의 앨범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앨범들과 같이 언급된다는 것 자체로 무척 감사하다. 이센스 형은 래퍼들의 영웅으로 꼽히기 때문에 함께 후보로 설 수 있어 영광이다. 씨잼도 내가 무척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고 <킁> 또한 멋진 앨범이다. 과거에는 내 노래가 음원 차트에 올라가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The Movie Star>는 그렇지 않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시도하고 싶나? 내 음악에 팝 사운드를 더해보고 싶다. 그래서 요즘 브리트니 스피어스, 마룬 파이브, 찰리 푸스 등의 음악을 많이 듣는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Mr. Blue Sky’를 부른 밴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도 좋아한다. 제일 자주 듣는 노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Toxic’이다.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여전히 빌보드를 꿈꾸나? 빌보드도 그래미 어워드도 당연히 꿈꾼다. 최종 목표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비와이의 음악이 더 비와이의 것이 되고 세계적으로 성공했으면 좋겠다. 전 세계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고 ‘한국에도 이런 음악, 이런 사람이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세워둔 계획이 있나?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미국판 <쇼미더머니>라고 불리는 <리듬 앤 플로(Rhythm + Flow)>에 나갈 거다. 그냥 나가고 싶다. 처음 봤을 때 피가 끓었다.

주인공이 된 비와이가 만들어갈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비와이가 점점 커지는 것.

현재 그 영화는 얼마큼 상영됐나? 전엔 결말에 다다른 줄 알았다. 근데 전혀 아니었다. 지금은 뭔가가 갖춰진 기분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배워 나가고 계속 발전할 거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래퍼 비와이

스카프 디테일의 재킷, 니트 터틀넥, 팬츠, 옷핀 모양 브로치 모두 디올 맨(Dior Men), 첼시 부츠 던힐(Dunh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