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오 배우강태오

보머 재킷과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태오 배우강태오

코듀로이 셔츠와 버건디 스웨터 모두 코스(COS).

강태오 배우강태오

피케 셔츠와 레드 재킷 모두 프레드 페리(Fred Perry), 안에 입은 티셔츠와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서 꽃선비, 요섹남, 순정남 ‘차율무’ 역을 맡았다. 유일하게 원작에 없는 캐릭터이자 가장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지금껏 작품을 하면서 좋은 역할은 많았지만, 이 인물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어필한 역할은 처음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더없이 완벽한 사람으로 나오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가장 큰 반전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그가 드러내는 이중적인 면에 매력을 느꼈다.

캐스팅을 한 이유 중 하나가 ‘한복이 잘 어울려서’라는 말이 있던데, 혹시 감독님에게 이유를 물어봤나? 궁금하긴 한데 왠지 쑥스러워서 못 물었다. 글쎄, 내 열정적인 의지를 좋게 봐주신 걸까? 아니면 율무의 이중성을 내게서 발견하셨을 수도 있고.(웃음) 나중에 종방연 할 때 물어봐야겠다.

배우로서 자신이 가진 것에 관해서 생각해본 적 있나? 타고난 건 없다. 오히려 가지지 못한 점이 많다. 전에는 발음이 심하게 좋지 않았다. 잘못 인지하고 말하는 단어가 많았다. 예를 들어 시옷(ㅅ)은 혀를 아래로 내려 발음해야 하는데, 나는 혀를 위에 대고 말했었다. 그래서 한동안 몸으로 하는 연기만 할 정도로 콤플렉스가 심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배우는 말을 하는 직업인데 말하는 걸 이렇게 두려워해서 되나 싶은 마음이 들더라. 그때부터 엄청나게 노력했다. 매일 집에서 몇 시간씩 발음 연습을 해서 겨우 고쳤다. 아마 이런 게 무기가 아닐까 싶다. 재능은 없지만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배우가 되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무엇인가? 손 떨지 마. 술도 못 마시는데 이상하게 카메라에 잡힐 때면 손을 떨 때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민망한 말이다.

강태오 배우강태오

데님 팬츠 리바이스(Levi’s), 안경 스틸러(Stealer), 빈티지 스웨트셔츠와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렇게 운을 띄우는 걸 보니 쑥스러운 칭찬인 것 같은데, 어떤 말인가? 절대 어필하려는 건 아니다. 우수에 찬 눈빛을 가졌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아마 대체로 짝사랑하는 역할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사랑하는 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면 주변에서 ‘우수에 찬 눈빛’이라면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다.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인가? 그렇진 않다. 사실 나의 이미지를 특정 짓지 못하겠다. 내 연기를 보면 오히려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날 보면 무슨 색이 떠오르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 답으로 나를 알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주로 어떤 색이라는 말을 듣는 편인가? 생각보다 다양한 색이 나온다. 짙은 회색일 때도 있고, 주황색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가장 많은 건 갈색이다. 왜냐고 물어보면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들은 “네 피부가 까맣잖아”라고 하고, 구수한 이미지가 있어서 그렇다는 대답도 나온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파란색이 아닐까. <오늘도 청춘> <쇼트>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 청춘을 그린 작품이 유난히 많다. 청춘물을 찍을 때 나를 가장 많이 드러내는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다른 작품에 비해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상대적으로 편하게 임한다. 그중에서도 <쇼트>의 ‘호영’이라는 인물이 내 실제 성격과 가장 비슷하다. 장난치는 걸 좋아하지만 심드렁한 면도 있고, 솔직하고 열정적인 성격의 호영이를 연기하면서 나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2013년에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으로 데뷔했으니, 이제 6년 차 배우다. 배우라는 직업에 완벽히 적응한 것 같나? 시간이 무척 빨리 흐른 것 같다. 6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낯가림이 심해서 새 작품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매번 가까워지는 데 얼마간의 시간이 든다. 배우라는 직업은 늘 낯섦을 맞닥뜨리는 직업인데, 어떤 방식으로 적응하나? 아직도 방법을 못 찾고 극복하려 애쓰는 중이다. 10년쯤 지나면 적응할 수 있을까?

배우로서 삶의 주기를 살펴봤을 때, 진폭이 큰 삶이었나? 연기를 하면서 크게 스펙터클한 일을 겪진 않았다. 나는 낮은 계단을 천천히 하나씩 올라가고 있는 쪽이다. 몰랐던 걸 조금씩 알게 되고, 두렵고 긴장되던 일도 이제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 여기고,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가끔은 실수를 번복하기도 하면서 올라가는 것 같다.

내 삶에 영화적인 순간이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때는 없나? 그런 순간을 겪어보고 싶긴 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게 좋지 않은 쪽이면 어쩌나 싶고. 어쨌든 지금은 이런 삶에 만족한다.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떻게 올라가느냐보다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연기하면서 실수하지 않고 조용히 올라가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그렇게 얇고 길게 조금씩 나아가다가 어느 순간 사람들 곁에 머무는 배우가 되고 싶다.

굉장히 안정 지향적인 삶이다. 직업은 배우인데 마인드는 회사원이다.(웃음)

연기하면서 희열은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지금과 정반대로 어릴 때는 ‘관종’이었다. 학교 다닐 때 반마다 가장 목소리가 크고, 말할 때 모두가 자기를 지켜봐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가 꼭 하나쯤 있지 않나. 그게 나였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다. 배우가 내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목소리를 크게 내고 주목받으려는 행동이 창피한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급격히 내성적으로 변하긴 했지만, 연기를 하고 싶은 꿈은 그대로 간직했다.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무대 냄새를 맡으면서 조명을 받고, 관객과 보이지 않게 소통하면서 희열을 느꼈다. 그때부터 연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순간이 훨씬 많다. 매체에 상관없이 연기를 하는 순간에는 언제나 희열을 느낀다.

처음 시작할 때 꿈꾸던 모습에 얼마큼 다가갔다고 생각하나?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본 작품이 <태극기 휘날리며>였는데, 보면서 펑펑 운 기억이 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진심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가 될 거라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아직 먼 것 같다.

연기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겁먹지 않으면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것. 드라마 <오늘도 청춘>을 하기로 했을 때 덜컥 겁부터 났다.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는데 잘할 수 있을까, 베트남에 가서 촬영하는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상대 배우랑 말이 통하지 않을 텐데 괜찮을까 등등 온통 겁나는 일 투성이였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되더라. 말이 안 통하니까 서로의 행동과 눈빛을 바라보면서 더 집중할 수 있고, 익숙한 곳이 아니라서 오히려 여행하듯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그 작품을 마치고 나서 겁먹지 않아도 일단 해보면 재미있게 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에 대해 알게 된 점도 있나? 생각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 친구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더러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나도 내가 그런 줄 알았는데, 연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남들이 봤을 때는 ‘그냥 하면 되지’ 하는 일도 혼자서 계속 다른 변수에 대해 생각한다.

그런 태도가 연기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나? 연기할 때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 초반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사 하나하나 숨 쉬는 지점까지 준비해 간 때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오니까 감독님의 디렉팅과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 너무 많더라. 결국 준비한 건 하나도 못 하고, 너무 열심히 준비한 나머지 긴장해서 오히려 실수만 연발했다. 그게 티가 났는지, 친한 스크립터가 조언을 해줬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현장의 흐름을 느껴보라고. 그 말을 듣고 혼자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기보다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 뒤부터 조금 편해진 것 같다.

주변의 조언을 빨리 받아들이는 편인가? 그런 부분에서는 고집이 별로 없다. 내 생각대로 안 되는데 옆에서 조언해주면 빨리 갈아 끼우는 편이다. 그런데 그것도 안 되면? 또 다른 조언을 찾아 듣고. 될 때까지 찾는 스타일이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봤을 때 스스로 인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꾸준함. 어릴 때부터 한 우물만 파는 스타일이었다. 학원도 10년 동안한 군데만 다닐 정도였다. 연기도 초등학교 4학년 때 배우가 되겠다고 큰소리 떵떵 친 이후로 한 번도 뒤돌아본 적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 가다 보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언젠가 물도 나오고 기름도 나오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회의가 들거나 정체기가 온 적은 없었나? 내 연기에 대한 고민 말고 직업에 대한 고민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유일무이한 삶을 사는 것 같다. 어릴 때 친구들한테 연기할 거라고 말하면 다들 심드렁하게 ‘그래’라고 했는데, 지금은 다들 부러워한다. 어릴 때 꿈을 지금도 꾸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그때 꾼 꿈의 정점에 언제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10년 뒤? 30대 중반에는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얼마 전에 점을 봤는데, 30대 중반에 잘된다고 했다. 정확히 서른여섯.

강태오 배우강태오

폴라플리스 레터맨 점퍼, 안에 입은 데님 셔츠와 베스트, 타이, 팬츠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