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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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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미도리카와(Midorikawa), 발라클라바 라프 시몬스 × 템플라(Raf Simons × Templa), 브로치 로샤스(Rochas), 팬츠 커먼스웨덴(CMMN SWDN), 벨트 존 로렌스 설리번(John Lawrence Sullivan),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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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안에 입은 라이더 재킷, 팬츠 모두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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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베스트, 셔츠, 팬츠 모두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이어링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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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티셔츠 빈티지(Vintage), 스니커즈 컨버스(Converse), 네크리스 먼데이 에디션(Monday Edition),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1인 회사 프라이빗 온리(Private Only)를 설립한 지 반년쯤 지났다. 어떤 변화가 생겼나? 혼자 다니는 일에 익숙해졌다. 오늘처럼 동행하는 사람 없이 스튜디오를 찾아오는 건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일종의 보호막이 사라진 듯한 기분인데, 내게 직접적으로 오는 것이 많아 아플 땐 더 아프고 기쁠 땐 더 기쁘다. 프라이빗 온리를 설립한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아티스트들이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 어려움을 겪거나 음악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 다른 아티스트를 영입할 단계는 아니고, 내가 먼저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 설립 이후 작업한 앨범 <PRVT 01>을 발매했다. 기분이 어땠나? 바로 다음 작업을 시작하느라 새 앨범 발매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는 못했다. ‘나오는구나, 이제 시작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정도였다. 대중은 발매됐을 때 <PRVT 01>을 처음 만나지만, 나는 그 전에 수없이 반복해 들었고 유통사에 보내고 나면 내 손을 떠난 셈이다. 그래서 완성 후에는 딱 내려놓았다.

<PRVT 01>은 어떤 앨범인가? 총 16곡을 수록했고, 트랙 수는 많지만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통일성 있는 앨범이다. 프로듀서 3명과 작업했으며 그중 이언 퍼프(Ian Purp)는 트랩, 세인트 레너드(Saint Leonard)는 록 기반의 음악에 독보적이다. 두 느낌을 모두 좋아해 나중에도 꾸준히 함께하고 싶다. 걸넥스트도어(GXXD)는 3~4년째 협업 중이고 그와 만든 곡이 무려 1백여 곡에 이른다.<PRVT 01>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솔직함’ 이다. 타이틀곡을 생각하지 않는 등 많은 걸 고려하지 않았는데, 처음이니까 할 수 있는 도전이었다.

언제 ‘Hard to Love’를 타이틀곡으로 정했나? 타이틀곡을 결정해야 하는 날 바로 고르고 그 이후 고민하지 않았다. 수록곡을 하나씩 듣고 ‘Hard to Love’가 가장 타이틀곡답다고 생각했다. 내 진심이 제일 잘 담긴 곡이기도 한데, 내가 이 곡을 만들 때 느낀 감정을 사람들이 공감하면 좋겠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아티스트가 한 명도 없다. 10곡쯤 완성했을 때 피처링 아티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내 경험상 처음부터 함께 만들지 않은 곡에 피처링을 부탁한 적이 없어 이번에는 내 목소리로만 채웠다. 어떻게 보면 <PRVT 01>은 스스로 남기는 기록이기도 하다.

앨범 작업 기간이 꽤 길었을 것 같다. 그다지 길지는 않았다. 3~4개월 만에 곡을 모두 만들었고, 그 전에 만든 노래는 다 버렸다. 완성해놓고 몇 달 지나니 질리는 느낌이 들었다. 프로듀서들이 아깝다고 한 곡들은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리기도 했다. 앞으로는 질리기 전에 많이 발표하려고 한다.

발표한 후에 후회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 실제로 <PRVT 01>에도 그런 곡이 있다. 하지만 그게 다음 앨범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수년간 아무것도 못 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평소에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편인가? 원래 꼼꼼한 편이지만 음악 할 때만큼은 일부러 성향을 조금 바꿨다. 즉흥적으로 해야 작업이 더 재미있기도 하다. 일단 나부터 즐겁게 작업하면 듣는 사람들도 그 기운을 느낄 거라고 믿는다.

가사를 쓰는 스타일은 어떤가? 녹음하기 전에 미리 써놓지 않는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엔 미리 써둔 가사의 정돈된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다. 곡의 분위기에 맞는 단어를 나열하는 등 의식의 흐름을 따라 한두 마디씩 바로 녹음하는 편이라 이번 앨범 수록곡의 가사를 보고 ‘이게 무슨 말이지?’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가사가 오히려 생각할 거리를 남기기도 한다.

일과에서 작업이 비중을 얼마큼 차지하나? 작업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다. 녹음뿐 아니라 노래를 듣는 것부터 오아시스 등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영상을 보고 음악 하는 친구들과 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 내게는 작업의 일부고 자연스레 일상에 스며 있다.

일과 일상이 구분되지 않으면 힘들지 않나? 그래서 작업실에 침대가 없고 집에는 음악 장비를 가져다 놓지 않았다. 일과 일상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그 정도의 선은 지키고 있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언제인가? 좋은 노래를 만들고 그걸 들으며 집에 갈 때. 한 달쯤 전부터 차를 직접 운전하지 않고 버스를 타고 작업실과 집을 오가기 시작했다. 버스가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거쳐 가는데, 내 음악을 들으며 그곳을 바라보면 기분이 참 묘하다.

웹 드라마 작가가 되어 시놉시스를 구성하고 대본을 집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 <더 로맨스>에 출연할 예정이다. 재미있을 것 같아 출연하기로 결심했다. 음악 외에도 되도록 많은 일을 해보고 싶고, 앞으로도 다양한 제안을 받았을 때 흥미를 느끼면 큰 고민 없이 할 것 같다. 각 분야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계획을 세워두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맡기려고 한다.

연기도 꾸준히 할 예정인가? 최근 <메기>를 보고 연기에 대한 욕심을 다시금 확인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주는 힘을 느낀 것 같다. 지난 7월 개봉한 <굿바이 썸머>에서 주연한 후 독립영화를 몇 작품 더 찍어보려고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다. 밑바닥 생활을 하는 불량스러운 인물이나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반영한 인물처럼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을맡아보고 싶다.

어릴 때 영화감독을 꿈꿨다고 들었다. 감독으로 활약하는 모습 또한 기대해도 좋을까? 물론이다. 그래서 연기를 하며 현장에서 연출 방법도 습득하려고 노력한다.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틈틈이 적어두는데, 영화 연출과 프로듀싱 등 현재의 나와 다른 내 모습을 떠올리다 보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연을 많이 할 예정이다. <PRVT 01>을 내고 음원 차트를 보니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도 내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외국에 나가 청중의 얼굴을 보며 공연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규모가 어떻든, 라이브로 직접 들려주고 싶다. 다음 앨범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건 없지만 앨범 발매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좁힐 생각이다.

2020년의 목표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며 ‘즐겁게 사는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다.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고 재미있게 활동하려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이 아주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