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그린 셔츠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핑크 재킷 코스(COS), 데님 팬츠 고샤 루부친스키(Gosha Rubchinskiy), 타이와 타이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페이즐리 문양 셔츠 프레드 페리(Fred Perry), 재킷 르메르(Lemaire), 빈티지 타이 구찌(Gucci).

일단 자기소개부터 하자. 경제환은 어떤 음악을 하는 뮤지션인가? 듣기에 어렵지 않은 음악. 사운드도 그렇지만 가사도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 화법을 구사한다. 장르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어쿠스틱한 음악을 선호한다.

경제환이라는 이름은 본명인가? 왠지 음악과 잘 어울린다. 전에 잠깐 ‘먹’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별명이 ‘귀먹’이었는데, 애들이 짧게 ‘먹’이라고 불렀다. 별 뜻은 없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게임을 할 때도, 잠깐 웹툰을 그릴 때도 아이디를 먹이라 써서 음악도 같은 이름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그 이름이 어쩐지 갇혀 있는 느낌이더라. 그래서 본명으로 바꿨다.

웹툰 작가에서 뮤지션으로 진로를 바꾼 계기가 있나? 정확히 말하면 웹툰을 그리며 작가를 꿈꿨었다. 학창 시절에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우고 싶어서 학원에 갔는데 수강료가 생각보다 많이 비쌌다. 그래서 진로를 바꾸기로 했다. 고민하던 차에 집에 있는 피아노로 코드 몇 개를 치면서 곡을 만들어봤는데, 막상 해보니 참 재미있더라. 만든 곡도 꽤 괜찮은 것 같고. 그래서 음악으로 진로를 바꿨다.

독학으로 음악을 만든 건가? 잠깐 학원에서 레슨을 받긴 했는데 그건 입시용이었다. 작곡, 작사, 편곡, 보컬 모두 혼자 익혔다. 사운드클라우드에 음악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한 지 5년이 넘었다.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느끼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했나? 처음부터. 다른 사람 의견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스스로 내가 만든 곡이 기존 곡보다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답답했다. ‘왜 좋은 노래를 안 듣지?’ 싶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들어보면 그 정도 실력이 아니었다. 괜한 자만심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제대로 들을 만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건 2년이 채 안 됐고, 그 전엔 아무것도 아니었다.

유튜브와 SNS에서 ‘지질미 있는 음악’, ‘을의 노래’로 주목받고 있다. 지질 감성. 을의 감성. 솔직하다. 이런 반응이 많다.

어떤 댓글이 가장 마음에 드나? 핑크색 사람 일러스트를 커버로 한 앨범이 있는데 그거 보고 ‘분홍 소시지 같다, 미니 타노스 같다’고 한 말. 음악 얘기도 좋긴 한데 이 말이 더 기억에 남는다. 워낙 웃긴 걸 좋아해서.

또 난 너의 어장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어/ 결관 이미 나와 있지만 작은 희망을 걸어(‘을’), 니가 웃던 표정이 가짜가 아니길 바래/ 내게 표한 관심이 어장이 아니길 바래(‘너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아’) 이런 을의 심경을 대변하는 가사는 어떻게 탄생한 건가? 고등학교 때 십센치의 ‘스토커’를 듣고 엄청 공감했다. 가사가 당시에 내가 가장 쓰고 싶던 주제를 다루기도 했고. 그런데 솔직히 저 가사들처럼 과하게 지질하지는 않았는데, 음악을 만들 때는 감정의 밑바닥까지 드러내게 되더라. 듣는 사람이 더 와닿는다고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얘기를 확장한 부분도 있고.

음악을 만들면서 가사의 비중을 크게 두는 편인가? 가사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멜로디나 비트 위주로 만든 곡도 좋게 들릴 순 있다. 그런데 이런 곡들도 가사까지 좋으면 두 배로 좋지 않나. 반대로 멜로디가 별로라도 가사가 좋으면 다시 듣게 되고. 그래서 무조건 가사가 1순위다. 가사를 쓸 때 지키는 원칙이 있는데 되도록 쉽게 들리도록 구어체로 쓰고, 문법도 다 지키려고 한다. 어려운 표현은 지양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가사는 뭔가? ‘걱정에서 어른까지’라는 곡에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다 보내면 돼/ 굳이 붙잡을 필요 없이 고민도 이제 그만/ 내 방향은 또 생각관 달라질 텐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노래 써야 할지 고민이 많을 때 쓴 곡이다. 그때 고민만 하다 보니 오히려 더 혼란스럽더라. 그럴 때 고민을 살짝 덜고 가볍게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나. 스스로 환기해보려고 쓴 가사인데, 다 만들고 나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일기도 쓰나? 일기를 가사에 쓴다. 전에는 SNS에 짧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거 밤에 올리면 다음 날 후회하지 않나. 그래서 지금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에만 푼다.

음악을 하면서 제일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곧 정규 음반이 나온다. 준비하면서 느낀 건데,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 걸 하면 듣는 사람에게 재미있지도 와닿지도 않는다는 것.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쓴 적도 있는데 결국 재고로 남았다. 지금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음악으로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

요즘 어떤 생각을 하나? 멀리 떠나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도피하려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빨리 성공하고 싶어서 5~6년 동안 거의 쉼 없이 작업만 했다. 그 때문인지 요즘은 여유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빨리 성공하고 싶다’라는 말에서 성공은 어떤 의미인가? 그냥 유명해지는 것. 특히 전에는 스스로 음악을 잘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고, 내 이름도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했다. 사실 고등학교 다닐 때 유명해질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일부러 허튼짓 안 하려고 하고 조심한 적도 있다. 혼자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혹시라도 유명세를 겪을까 봐? 혹시가 아니라 반드시. 괜한 일로 나중에 발목 잡히면 안 되니까.(웃음)

첫 정규 음반에서는 어떤 음악을 들을 수 있나? 이야기도 장르도 전보다 풍부하고 다양하다. 사랑 노래를 써도 전처럼 지질한 얘기보다는 좀 더 성숙한 생각을 풀어냈다. 전에는 모든 작업을 혼자 했는데, 정규 음반에서 처음으로 프로듀서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과 같이 했다. 혼자라서 해보지 못했던 것을 이번 음반을 준비하며 다 시도해봤다. 그 덕분에 완성도 높고, 개인적인 만족도도 높은 음반이 나왔다.

언제 어디서 들으면 좋은 음악들인가? 전에는 짝사랑을 하거나 연인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사람, 아니면 혼자만의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방에서 혼자 들으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음반은 다르다. 여행 브이로그에 배경음악으로 깔릴 만한 곡이 많다. 그래서 여행하거나 여행 가고 싶을 때 들어보라고 추천한다.

이번에는 진짜 유명해질까? 아마도. 그런데 그게 당장 음반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할 거란 식의 자신감은 아니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더라도 꾸준히 오래 들을 만한 음악이라는 점에 가지는 확신이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결과물이고, 주변 반응도 좋기 때문에 자신 있다. 유명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