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롱 코트 미우미우(Miu Miu).

블랙 원피스 발렌티노(Valentino).

라이트 브라운 스트라이프 셋업 수트 끌로에(Chloe), 베이지 니트 스웨터 페타르 페트로브 바이 무이(Petar Petrov by MUE), 크림색 로퍼 레이첼 콕스(Rachel Cox).

슬리브리스 원피스 끌로에(Chloe).

블랙 셋업 수트 셀린느(Celine), 아이보리 니트 톱 에잇 바이 육스(8 by YOOX), 블랙 부츠와 실버 이어링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새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의 첫 회 방영을 앞두고 있어요. 해결되지 않은 실종 사건의 망자들이 모인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에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이들을 둘러싼 진실을 좇아 사건을 해결하는, 판타지가 가미된 이야기예요.

장르물 맛집으로 알려진 OCN의 신작이에요. 여타 장르물과 다른 이 작품만의 매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장르물이지만 그 안에 따뜻한 기운이 있어요. 그 점이 다른 것 같아요. 저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우리나라에 해결되지 않은 실종 사건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 안에 담긴 사연도 천차만별이고요. 그 중 몇몇 이야기가 이 작품에 들어 있어요. 할머니, 연인, 어린아이, 심지어 강아지까지 아주 많은 존재의 삶이 담겨 있어요. 이들의 사연을 해결하면서 통쾌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가슴이 따뜻해지거나 먹먹해질 때도 있어요. 그게 좋아요.

9급 공무원이자 화이트 해커, ‘이종아’ 역을 맡았다고요. 종아는 대단히 정의롭고 똑똑한 사람이에요. 컴퓨터도 굉장히 잘 다루고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공무원으로 살다가 퇴근을 하면 욱(고수)을 도와 화이트 해커로서 망자들의 사건 해결을 돕는 일을 자청해요.

영화 <부산행>에서 쫓기는 역이었다면 이번에는 쫓는 쪽이네요. 그때는 ‘피해야 한다, 살아야 해’ 하는 생각만 하면서 도망갔는데, 쫓는 쪽이 되어 보니까 할 일이 많더라고요. 사건 자료도 조사해야 하고, 현장에도 가야하고, 어떤 때는 리더십을 발휘해 욱을 이끌기도 해요. 생각보다 바쁘죠. 다층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것 같아 더 재미있어요.

장르물은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들의 서사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때 가많아요.대본을 보면서 극에는 나오지 않는 종아의 서사를 어떻게 그렸나요? 감독님, 작가님과 얘기하면서 종아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늦둥이 딸로 설정했어요. 늘 부모님의 걱정과 사랑 아래 있어서 오히려 더 독립적이고 싶어 하고, 그래서 자신의 재능과 힘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어 있어요. 개인적으로 생각한 건데, 종아가 화이트 해커로 활동하는 걸 공무원으로 일할 때 만나는 주민센터 사람들은 모르거든요. 그렇게 뒤에서 정의로운 작당모의를 하는 걸 꽤 즐기는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밝은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이에요.

설명을 들으니 종아라는 인물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거란 기대감이 드네요. 저에 대해 아이돌일 때의 귀여운 모습이나 조용하고 낯 가리는 면을 떠올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거예요. 불의를 마주했을 때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싸우는 장면도 있고, 반면 공무원일 때는 타성에 젖은채 일하는 모습도 나오거든요.

<부산행> 개봉 당시에 한 인터뷰에서 ‘안소희 연기하네’가 아니라 제가 연기한 그 인물로 보이면 좋겠더라고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종아로 보이고 싶은 마음일 테죠? 그럼요. 아이돌로서 제 이름으로 활동한 기간이 있기 때문에 제가 어떤 역할을 맡아 연기하든 ‘저 연기를 하는 사람은 안소희다’라고 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작품을 할 때 만큼은 제가 연기하는 인물로 보이고 싶어요. ‘저런 사람 있지 않아? 본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드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작품은 현실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배우는 연기로 대중을 납득시켜야 하니까요.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다시 봤어요. 13년 전 작 품인데도 겉모습이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볼살이 조금 빠졌어요.(웃음)

외적으로 큰 변화가 없다는 게 배우로서 득이 되나요? 아니면 실이 될 때가 많나요? 득일 때도 있고 실일 때도 있어요. 그런데 억지로 성숙한 이미지로 바꾸려 하진 않아요. 어차피 나이는 계속 들고 그러면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언젠가 변화를 줘야 할 때가 오겠지만, 그 시간을 무리하게 앞당기고 싶진 않아요. 나중에는 나이 어린 역할을 맡고 싶어도 못할 수 있잖아요. 할 수 있을 때, 지금의 제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잘 풀어내고 싶어요.

배우로 살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갇히지 않는 것. 멈춰 있지 않는 것. 정체되지 않는 것.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사람을 탐구하려고 해요. 사람을 관찰하다 보면 시야가 넓어 지고 얻는 것도 많거든요.

최근에는 어떤 사람들을 탐구하고 있나요? 지금 찍는 드라마 현장의 사람들이요. 70명 정도 되는데, 놀랍도록 다 달라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하기는 했지만, 사실 현실적으로 쉽진 않거든요. 그래서 되도록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겠어요. 사소한 행동을 보고 ‘저런 친구였구나’ 하고 생각하고, 대화하면서 ‘이렇게 말하네’ 하며 말하는 방식을 알아 내는 재미가 있어요.

현장에서 여유가 생겼다는 말로도 들리네요. 그런가요? 요즘 배우로서도, 삶을 사는 데도 타인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해요.

3년 전, 마리끌레르와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 연기에 대해서 스스로 욕심쟁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은 연기에 어떤 욕심을 가지고 있나요? 일단 욕심은 아직도 많아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어떤 욕심을 가지기보다 욕심의 크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욕심을 과하게 부리면 어두운 감정이 따라올 때가 있잖아요. 지나치게 앞서 나가서 나를 누를 때도 있고요. 그러지 않을 정도의 욕심을 가지고 연기하려고 해요.

들뜨지 않으려고 하나요? 조금요. 들뜨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까 너무 안 들떠서 이제는 조금 들떠도 되지 않나 싶어요.

유튜브 영상에서는 조금 들떠도 되지 않을까요? 얼마 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어요. 기대하지 못한 인물의 등장이라는 반응이 많던데요. 하려고 마음먹은 지는 꽤 됐어요. 생각해보니까 원더걸스의 소희, 연예인 안소희, 배우 안소희로 보여준 건 있는데 거기에 ‘사람 안소희’는 없더라고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평상시에는 어떻게 사는지를 사람들이 알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편하게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채널 이름을 다른 수식 없이 ‘안소희’로 지은건가요? 네. 뭘 보여주려 하기보다 저 자체를 드러내려고 해요.

‘사람 안소희’를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았나 봐요. 팔로어가 벌써 10만 명을 넘었어요. 이렇게 빨리 팔로어가 늘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요즘 기분이 좋아요. 영상은 앞으로도 계속 올릴거예요. 참고로 다음은 ‘왓 츠 인 마이 백’ 콘텐츠가 올라갑니다. 많이 봐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