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YCH 코스 태우 살바토레 페라가모

레더 재킷 와이씨에이치(YCH), 니트 베스트 코스(COS), 레더 팬츠 태우(TAEWOO), 슈즈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이준 펜디 르메르

코트 펜디(Fendi), 터틀넥 르메르(Lemaire).

이준 애드오프 에스티유 코스 컨버스 테스

블레이저 애드오프(ADDOFF), 셔츠와 팬츠 모두 에스티유(STU), 터틀넥 코스(COS), 슈즈 컨버스(Converse), 링 테스(tes).

이준 언루크 프라다

셔츠 언루크(Unluke), 팬츠 프라다(Prada), 타이와 타이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달에 버려진 연구 기지에 의문의 샘플을 회수하러 가는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이 사라진 황폐한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온전히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법한 미래를 다룬 작품으로 그 의미가 크다.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서고 배두나와 공유, 그리고 이준이 합류해 큰 화제를 모은 <고요의 바다>. 새 작품에 임하는 이준이 보여줄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3년 만의 화보 촬영입니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기분이 어때요? 어색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놀랐어요. 사진작가님의 힘이 아닐까 싶은데요.(웃음) 서른세 살, 지금의 제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제대 후 합류하는 첫 작품입니다. 현재 촬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겠어요. 지난 추석 연휴에도 촬영장에 있었어요. <고요의 바다>는 촬영 초반이기도 하고 처음 경험하는 촬영 환경이라 적응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아마 ‘달’이라는 특수한 배경 때문인 것 같은데 결과물이 어떨지 예상이 되지 않거든요. 마치 모래주머니를 찬 것 같은 우주복을 입고 촬영하는 과정도 신선한 경험이고요.(웃음) 제 나름대로 상상해 연기하고 있는데, 나중에 완성물을 보면 저도 신기할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고요의 바다>는 우주와 달을 배경으로 해요.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상상 속 공간에서 연기하기 위해 어떤 걸 가장 많이 고민했어요? 캐릭터나 표현에 대한 고민에 앞서, 오랜만에 연기하는 것 자체로도 긴장됐어요. 그리고 직접 경험해볼 수 없는 데서 오는 답답한 부분은 분명히 있죠. 살면서 달에 가본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어요.(웃음) 그래서 우주에 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나 우주 비행사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들을 봤고 몇 달 전에는 천문대에 다녀왔어요. 밤에 달을 관측하는데, 생각보다 달이 가깝고 뚜렷하게 잘 보이더라고요. 눈이 아플 정도로 밝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다행스러운 건, 제가 원래 우주에 관심이 많아요. 아무도 감히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경외심이 있어요.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인간은 왜 존재할까’ 이런 근원에 대해 고민하면서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원래 관심이 많았다면 이번 작품이 무척 반갑겠어요. ‘어떻게 이 작품이 나한테 왔을까’ 싶을 정도로 반갑죠. 워낙 좋아하는 분야인 데다 대본이 아주 재미있어서 무조건 하겠다고 손을 들었지만, 감사한 만큼 부담도 커요.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이렇게 대본을 손에 쥐고 있잖아요.(웃음) 시간이 날 때마다, 차로 이동 할 때도 대본을 계속 읽고 또 읽어요. 그리고 저는 드라마를 찍을 때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고요의 바다>는 대사를 조금이라도 바꾸면 의미가 아예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새롭게 도전하는 작품이에요.

애드리브를 많이 한다는 건 극 중 인물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는 말로 들려요. 캐릭터 해석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어떤 작품에 임할 때,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저여야 해요. 이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가장 많이 대본을 볼 테고, 매 순간 인물에 대해 생각하고, 몰입하고, 파고들고, 체화하려고 노력하니까요. 그 후에는 캐릭터에 제 색깔을 좀 더 입혀서 디테일을 살리려고 해요. ‘이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까?’ 하는 고민이 이어지죠.

<고요의 바다>에서 맡은 ‘류태석’ 대위는 위험한 임무를 자청하는 인물이죠. 이번 캐릭터는 어떻게 해석했어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류태석은 굉장히 나이스한 사람이에요.(웃음) 저는 모르겠는데 감독님은 실제 저와 닮은 부분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만 저는 모험을 즐기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요. 연기를 위한 변신이나 도전이라면 그 자체를 목표로 삼기는 해요. 제가 도전해 잘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하려고 하는데, 음… 가끔은 일단 질러놓고 ‘어떻게든 잘할 수 있을 거야!’ 하고 과감히 도전할 때도 있는 것 같네요.(웃음)

최항용 감독님과 어떤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눴어요? 동명의 단편영화 <고요의 바다>를 보고 무척 놀랐어요. 감독님의 졸업 작품이라고 알고 있는데, 적은 제작비로 어떻게 이렇게 퀄리티 높은 영화를 찍을 수 있었을까 싶어 존경심이 들더라고요. 감독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생겼죠. 대화를 이어가면서 깨달은 부분도 있어요. 저 나름대로 캐릭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갔는데, 감독님과 대화하다 보니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도 많았거든요. 보통 작품을 할 때 ‘이 장면은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하고 의견을 많이 내서 조율해가는 편인데, 이번에는 “감독님 생각이 다 맞는 것 같아요. 저도 100% 동의합니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한 기억이 나요.(웃음)

최 감독님의 단편영화에서 이번 드라마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요? 아마 단편영화와는 많이 다를 거예요. 지금은 딱 여기까지 이야기할 수 있어요.(웃음) 하지만 단편영화를 보면 감독님 영화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요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다루는 작품이 많은데 <고요의 바다>는 이 이야기들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요. SF 장르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앞으로 우리 미래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예요. 예를 들어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은 SF영화를 보면 무척 재밌지만 우리 미래의 현실이라기보다는 판타지적 요소가 더 많잖아요. 그런데 <고요의 바다>는 아주 현실적이에요. 그래서 드라마틱하거나 과장된 느낌을 주기보다는 최대한 진짜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해요. 잘 표현해낸다면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킬 작품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일종의 사명감(?)도 들어요.(웃음)

이준 르메르 맨온더분 처치스

니트 스웨터 르메르(Lemaire), 팬츠 맨온더분(Man on the Boon), 슈즈 처치스(Church’s),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준 테스 디올

셔츠와 팬츠 모두 디올(Dior), 이어 커프 테스(tes), 안에 입은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번 작품을 하며 얻고 싶은 게 있어요? 연기력을 인정받고 싶다거나 무언가 큰 걸 얻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그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뿌듯하고 자부심을 느껴요. 원래 욕심도 많지 않고요.

바꿔 말하면, 작품의 한 부분이 되어 협업하는 것 자체를 중시한다는 말인가요? 네. 어떤 작품의 구성원으로서 제가 맡은 자리를 최선을 다해 잘 지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배두나, 공유 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있죠. 세 배우의 시너지가 더욱 기대되네요. 제가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편인데, 선배님들이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굉장히 빨리 가까워졌어요. 쉴 때도 같은 공간에서 상황극을 하며 놀 거든요.(웃음) 무거운 우주복을 입은 채 몸을 쓰는 장면을 찍고 나면 스르르 잠이 들 때가 있는데,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장난을 치기도 하고요. 촬영은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지만 현장 분위기는 굉장히 화기애애해요.

연기 외에도 현장에서 배우는 점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럼요. 그동안 단막극부터 50부작까지 다양한 호흡을 가진 작품에 출연했는데, 어떤 식으로든 경험을 많이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름 다양하게 경험해봤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놓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특정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길러지고 선배들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도 배우고요. 그걸 흡수하면서 저도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발연기를 하는 배우, 뱀파이어 탐정, 사이코패스, 변호사 등 그간 다채로운 캐릭터를 맡아왔는데, 참여하고 싶은 작품의 공통된 결이 있나요?매번 달라서 말로 설명하기 참 어려워요. 그냥 어떤 느낌인데요. 제 느낌으로 작품을 파악한 뒤에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오래 고민하는 타입이에요. 30대가 되면서 두려움이 생긴 것 같아요. 사실 <고요의 바다> 이전에도 작품을 제안받았는데, 조금 겁이 나더라고요.

그건 스스로에게 느끼는 두려움일까요? 아니면 대중의 반응에 대한 걱정일까요? 제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죠. 어떤 작품에 최선을 다한 후라면 어떤 피드백이든 받아들이는 것 또한 제 몫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배우로 살아가면서 두려움과 기쁨 중, 어떤 감정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50:50이요. 연기를 취미로 한다면 늘 기쁜 감정이 들 것 같은데, 직업인데 재미있을 수만 있겠어요?(웃음) 어떤 일이든 직업이 되면 전문성과 책임감이 따르잖아요.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도 분명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해냈을 때 느끼는 희열. 그걸 못 잊어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스트레스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걱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원히 안고 가야겠죠.

꾸준히 운동하며 스트레스를 푼다면서요? 촬영장 근처에 헬스장이 꼭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요. 아니요.(웃음) 물론 순서의 문제일 수 있는데,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운동을 왜 한다고 했을까’ 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운동을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아, 운동해야 하는데’ 하고 스트레스 받죠. 그런데 결국 그 순간을 이겨내고 운동을 모두 마친 후에는 스트레스가 싹 풀려요. 특히 샤워할 때 ‘아, 하길 잘했다!’ 하면서 희열을 느끼죠. 어떻게 보면 연기랑 비슷한 면이 있네요.

현재 <이준의 영스트리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얻는 긍정적인 에너지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제게 라디오는 편안한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특정 컨셉트를 잡을 필요도 없고 꼭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어요. 그래서 무리수를 많이 던지기도 하지만요.(웃음) 그러다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 딱 친구들과 있을 때 제 모습이에요. 작품을 촬영하다 보면 심신이 지칠 때가 있는데, 이런 스트레스를 라디오 하면서 깨끗이 털어낼 수 있어 좋아요. 그리고 저는 아주 솔직해요.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라면 그렇다고 이야기하거든요. 앞으로도 솔직한 DJ가 되고 싶어요. 거짓말은 계속 쌓이기 마련이고 결국엔 진실이 드러나니까요. 전에는 제가 말하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은 타인의 말을 듣는 태도도 생긴 것 같아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얻는 에너지들이 있죠.

이준의 취미 중에 ‘<그것이 알고 싶다> 시청’도 있더군요.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준비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다양한 사건 케이스를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꼭 챙겨 보는 프로그램이죠. 저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늘 화를 내요. 옆에서 어머니가 그렇게 매번 분노하고 감정을 소모하면서 왜 보느냐고 말씀하실 정도로 몰입하는데, 그래도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여러 사례를 보면서 돕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때로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차도에서 차에 치인 고양이를 구한 적도 있어요. 차량을 통제하고 고양이를 구해 병원으로 달려갔죠. 그 바람에 중요한 약속 시간에 한참 늦었지만, 이런 이유로 늦으면 당연히 아무도 뭐라고 안 해요. 다행이라고, 잘했다고 하죠. 그럴 때면 느끼는 점이 참 많아요.

우주의 근원을 궁금해하는 것도 살아있는 것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맞아요. 하지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플 때가 있어요. 흔히 우주에 비하면 인간은 먼지만도 못한 미미한 존재라고 하잖아요. 그런데도 서로 적으로 간주하며 싸우고,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매일 분노할 수밖에 없는 많은 사건을 만들어내니까요.

그래서 결국 인류는 <고요의 바다> 같은 미래를 맞이하겠죠. 필수 자원이 고갈된 황폐한 지구요. 맞아요. <고요의 바다>는 인류와 환경에 관해 말하는 작품이에요. 연기를 하면서 이때쯤 되면 분명히 이럴 수 있겠다 싶고, 절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어쩌면 머지않아 인류가 맞이할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번 작품을 봐주세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궁극적으로 이준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욕심 없는 사람이요. 뭐든 적정선을 유지해야 제 페이스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로서는 거짓 없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사실 이게 참 어려운데, 그래도 최대한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야죠. 진실된 배우가 되는 것. 네, 지금은 그게 전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