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칼라 실크 블라우스 아모멘토(Amomento), 슬립 원피스 르비에르(LVIR), 롱 체인 이어링 파나쉬 차선영(Panache Chasunyoung).

최성은

첫 장편 독립영화 영화 <십개월>이 처음 출연한 장편 독립영화다. 남궁선 감독님의 전작을 좋아하는 터라 기대되는 작품이었고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인다. ‘미래’를 처음 만났을 때 임신과 출산이 크게 와닿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이해해보려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지금은 주변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사람이 하나둘 늘어 예전보다는 미래의 상황을 좀 더 이해한다. 촬영할 때 머리로 이해했다면 지금은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영화를 통해 보는 세상 작품을 하다 보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이 넓어지는 느낌이다. 그동안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하고 무심코 흘려보냈던 과거의 어떤 순간들을 파고 파내서 내가 맡은 역할에 대입해 쓰기도 한다. 나라는 사람 안에 있는 우물을 계속 파고 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는 우물 바닥에 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럴 때면 또 새로운 방향을 찾아 나에게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나갈 것이다. 한때 ‘내가 연기를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연기를 하고 싶으면 열의에 불타서 신나는 마음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즐기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5일 내내 촬영하고 일상으로 돌아온 어느 날 촬영장에 너무 가고 싶었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연기하고 싶게 하는지 특정 단어로 정의할 순 없지만, “액션” 하는 디렉션과 함께 그 장면에 빠져드는 순간의 몰입감 때문에 연기가 재미있다.

나에게 독립영화는 날것인 원석의 느낌. 하지만 원석을 갈고닦아 보석을 만들어간다기보다는 막 발굴한 싱싱한 날것의 느낌에 더 가깝다. 그리고 독립영화는 비주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감독의 색깔을 자유롭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창작자들이 활발하게 소통하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끌린다.

<벌새>와 <윤희에게> 오늘 생각나는 독립영화는 <벌새>와 <윤희에게>.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에 눈길이 간다. 영화를 관객으로서만 볼 수 없는 입장이다 보니 여자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게 더 재미있고뭔가 많이 얻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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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개월

“너 샬롯 브론테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임신으로 죽었어. 임신하고 오조증으로 토하다 죽었어. 그때는 입덧만 해도 겁나 욕먹었거든. 모성을 거부하는 거라고.” 어느 해 여름, 20대 후반의 미혼 여성 ‘미래’는 임신한 사실을 알고 무척 당황한다. 이 중대한 일에 대해 가족과 연인, 국가는 저마다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미래는 임신한 사실이 여전히 혼란스러울 뿐이다.

감독 남궁선 출연 최성은, 백현진

 

 

오버사이즈 재킷 악토버31(Oct31), 니트 터틀넥 스웨터와 와이드 팬츠, 가죽 부츠 모두 렉스 핑거 마르쉐(Lexx Finger Marche).

윤혜리

영화의 시작 연기를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단편영화 <대자보>를 찍은 후 이를 계기로 좋은 기회가 많이 생겨 조금씩 활동하고 있다. 이번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어제 내린 비>가 상영된다. 결혼하기로 한 남자친구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담긴 동영상 때문에 파혼을 결심하는 상황이 우스꽝스럽다. 희극적인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지만 대놓고 웃기려고 하지 않아 이 작품에 더 끌렸다. 주인공의 상황은 심각한데 보는 사람들은 웃게 된다.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고 희극 연기에 능한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독립영화가 알려주는 세상 많은 예술 장르가 그렇듯이 독립영화는 각각의 독립된 문화를 서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가령 최근에 본 <실버택배>라는 단편영화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 인력을 활용한 택배 서비스를 다룬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세상에 그런 일이 존재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독립영화에는 다양하게 풀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 세상의 많은 것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한 사람의 세계관을 몇 장짜리 시나리오로 전부 파악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다. 감독마다 관심 있는 부분이 다르다 보니 저마다 다른 세계관을 지닌 감독들과 작업하는 동안 서로의 세계가 합쳐지며 넓어지는 것 같다.

배우로서의 일 <어제 내린 비>의 ‘민조’가 겪은 상황을 내가 겼었더라면 민조처럼 반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민조가 왜 이런 선택과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 보편적인 행동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여자는 분명 이상한 여자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인데 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의 의견을 들으면서 맞춰가는 과정이 배우로서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나는 영화도 늦게 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극장에 몇 시간이고 앉아 영화 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연기를 시작하고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을 알게 됐다. 영화란 누구 하나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연출자와 연기자 모두 한 공간에 모여 각자의 역할을 잘해낼 때 비로소 한 편의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것 같다. 여전히 연기가 내게 어떤 존재인지 모르겠다. 그저 멈추지 않고 잘해내고 싶다.

내 인생의 독립영화 김태용 감독의 <거인>. 지금 이대로도 안녕한지 물음을 던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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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린 비

결혼 준비로 바쁜 ‘민조’. 어느 날 남자친구가 밤새 연락이 되지 않고, 다음 날 인터넷에서는 술에 취한 그가 지하철에서 오줌을 싸는 영상이 화제가 된다. 영화는 선풍기로는 도저히 열이 가시지 않는 여름, 결혼이 아닌 파혼 준비로 바쁜 민조의 하루하루를 따라간다.

감독 송현주 출연 윤혜리, 서벽준

 

 

셔링 디테일 가죽 미니 원피스 아치 더(Arch The).

장해금

<우리는 서로에게> 지난해 파리한국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한 김다솜 감독님의 영화다. 이 영화로 합천수려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았다. 엄마 ‘용녀’와 딸이자 독립영화 감독인 ‘선우’, 그리고 딸처럼 용녀를 돌보는 ‘혜수’의 이야기로, 이 작품에서 혜수를 연기했다. 오늘 촬영한 ‘내가 사랑하는 독립영화의 한 장면’을 연기하는 영상을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배우상을 받은 이 영화의 한 장면을 해보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독립영화 박석영 감독님의 <재꽃>. 내 데뷔작이어서 마음이 더 간다. 감독님의 <바람의 언덕>도 좋아한다. 선배 배우들의 연기가 마음에 그대로 와닿는다. 곧 시작하는 서울독립영화제에도 어서 가서 그동안 보지 못한 영화를 실컷 보고 싶다. 친구들이 독립영화가 무얼 말하는지 물어보면 풍경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촬영하는 영화라고 답한다. 꾸미기보다 실제 공간에서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그곳에 실제 사는 사람처럼 인물이 존재하는 영화.

나에게 연기는 처음 해본 연기는 공부하면서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과목인 수학보다 훨씬 쉬웠다. 그리고 할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내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 뿌듯하기도 하다. 엄마한테 화내거나 친구와 다투는 일처럼 장해금으로는 해보지 않은 일들을 작품을 하며 경험할 수 있다. 독립영화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중이다. 모든 스태프가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내가 감정을 충분히 잡을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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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살

열두 살 ‘해금’이는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가던 길에 ‘아이를 찾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여인을 만난다. 많은 사람이 외면하며 지나가지만 해금이는 그 아이가 몇 살인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저 순수한 마음만으로 그 아이를 찾아주려고 한다.

감독 박성진 출연 장해금

 

 

블루 옥스퍼드 셔츠와 와이드 팬츠 모두 아더에러(Ader Error).

김우겸

배우로서의 고민 단편영화 <우리의 낮과 밤>을 만나기 전에 배우로서 고민이 깊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오려고 했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빵집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일을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비행기 티켓까지 예매했는데, 때마침 김소형 감독님에게 함께 작업할 수 있느냐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시나리오를 받아 보았고 꼭 하고 싶었다. 결국 여행을 취소하고 작품을 하게 됐다. 산티아고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배우로서 내가 너무 수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출연 제안을 받는 작품들을 내가 능동적으로 선택하기보다는 이번에 거절하면 다른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고, 사람들이 나를 잊을 것 같아 수동적으로 임하는 것 같았다. 이런 고민은 여전히 조금 남아 있다. 작품을 한다는 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고, 그만큼 새로운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일이지만 내가 여유가 없으면 새로운 시선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영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에너지와 생각을 배우가 충분히 받아들이고 고정되지 않은 시선으로 작품을 읽어내야 하는데 그게 잘되지 않을까 봐 고민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우리의 낮과 밤> 공간 연출이 좋은 작품이다. 카메라와 인물 간의 거리가 느껴져 인물의 감정과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집의 풍경이 굉장히 자연스러워 담백하게 느껴지고, 청춘들의 이야기를 덤덤하고 일상적으로 풀어가서 그 감정이 마음에 잘 와닿는다. 청춘은 힘들어도 젊으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현재 청춘을 변호해주는 것만 같다. 그리고 영화에 내가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내 모습이 담겨 있어 감독님에게 깊이 감사한다.

독립영화가 주는 위로 독립영화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한 고민과 시각이 담겨 있다.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볼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나만 이상한 사람인 건 아니구나.’(웃음)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시선, 색을 보면 힘이 난다. 외롭지 않고. 내가 지닌 상처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영화의 시선이 닮아 있을 때 위로가 된다. 깜깜한 극장 안에서 영화를 보며 이런 감정을 느끼는 시간이 좋다.

<4등>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을 무척 좋아한다. 지금도 가끔씩 다시 보곤 한다. 가장 좋은 건 박해준 선배님의 연기.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 정확하게 연기한다. 언젠가 나도 그렇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계속 열심히 연기하며 내게 일어나는 일을 잘 받아들이면서 물처럼 잘 살아가고 싶다. 목표를 가지고 달리기보다 잘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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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낮과 밤

낮에 일하는 ‘지영’과 밤에 일하는 ‘우철’. 한 집에 살지만 이들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우철이 퇴근하고 지영이 출근을 준비하는 아침의 한 시간이다. 바라는 건 함께 있는 시간뿐인데 이마저 여의치 않은 청춘들의 사랑에 응원을 보내게 되는 영화.

감독 김소형 출연 김우겸, 김소형

 

 

오버사이즈 가죽 코트와 블랙 스웨트셔츠 모두 아더에러(Ader Error).

우지현

나에게 독립영화는 인큐베이터.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장우진 감독의 장편 독립영화 <새출발>이 첫 영화다. 첫 작품이라 감독님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많이 했다. 배우로 살아가는 방향성의 제시해준 시간이었다. 여러 독립영화에 참여하며 많은 감독과 작업자, 그리고 동료배우들을 만나 많은 것을 느끼며 배워가고 있다. 나는 젊을 때보다 지금 조금 더 나은 배우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초창기의 연기를 지금 다시 한다고 과연 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독립영화 현장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며 예술가로서 시작하는 창작자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그들의 순수한 재능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는다. 이런 에너지를 목격할 때마다 현장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름들 올해 보며 가장 공감한 영화는 <작은 빛>과 <남매의 여름밤>이다. 두 작품을 보며 어떤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 기술적인 것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남매의 여름밤>을 보며 느꼈고, 경쟁자이면서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나이를 먹는다는 게 어떤 감정인지 <작은 빛>을 보고 알았다. 내 인생의 독립영화를 한 편 꼽는다면 단편영화 <이름들>. 첫 시집 <이름들>을 막 출간한 한 젊은 시인이 자취방 열쇠를 고향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그날 하루에 해야 할 일이 많고, 그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들은 여러 이름을 남긴다는 내용이다. 관객으로서 보는 독립영화는 영화 속 세상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다.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 같다.

배우라는 일 연기를 하며 인생을 좀 더 선명하게 살 수 있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로애락을 선명하게 느끼며 산다. 만약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면 아마도 연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영화 속 다양한 이유로 고난에 처한 인물이나 그 사람을 돕는 다른 인물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공감하고 나도 내 인생을 잘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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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맨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에서 홈리스로 살아가는 ‘태산’은 먼지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미술을 전공한 ‘모아’를 만나 자신의 그림을 보여준다.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둘은 교감하고 영감을 주고받으며 상처를 조금씩 극복해간다. 그렇게 먼지조차 아름다워진다.

감독 김나경 출연 우지현, 심달기

 

 

풍성한 샤 블라우스 미스지 컬렉션(Miss Gee Collection), 브라운 와이드 팬츠 와이씨에이치(YCH), 화이트 골드 이어링 페르테(Xte).

방민아

강이 영화 <최선의 삶>에서 ‘강이’를 연기했다. 대본을 본 후 읽은 원작 소설 속 강이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잊고 있던 10대 시절의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다 읽고 나서 그 힘든 감정 때문에 몸이 아픈 것만 같았다. 학창 시절에 친구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촬영할 때 감독님은 소녀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특히 집중했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함께 작업한 다른 배우들과 친구처럼 친하게 지냈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이런 노력이 모이고 모여 색다르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최선의 삶>은 강이의 정서뿐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느낄 수 있는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루기 때문에 연기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두려웠지만 그럼에도 꼭 강이를 연기하고 싶었다. 마음속에서 회오리치는 게 느껴질 만큼 내게 크게 다가온 작품이고 인물이다.

<최선의 삶> 이후 <최선의 삶>을 마친 후 인간 방민아도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오늘 마리끌레르 영상을 위해 1년 만에 영화 속 대사를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강이에 대해 노트에 적어봤다. 재미있는 건 <최선의 삶>을 촬영할 때 적은 것과 지금 드는 강이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거다. 내가 강이로 살았기에 지금은 그가 더 잘 살았으면 하는 응원의 마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늘 노트 3권을 가지고 다닌다. 하나는 방민아, 또 하나는 연기, 나머지 하나는 노래를 위한 것이다. 강이를 연기하며 노트에 쓴 내용을 지금 보면 많이 아팠지만 아주 조금 나 자신이 달라진 게 확실히 느껴진다. 이런 작품은 아마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인생의 독립영화 <4등>. 예리하고 현실적이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작품이다. 그 아이와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선생님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게 된다.

나에게 독립영화란 가렵지만 대놓고 긁지 못하던 부분을 긁을 수 있는 공간. 좀 더 날것에 가까운 것들을 이야기하는 곳.

영화에 담고 싶은 것 늘 나의 최선을 담고 싶다.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갑자기 여유 시간이 늘어나 책을 많이 읽었다. <최선의 삶>도 다시 읽었다. 그러다 감독님에게 전화해 강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이제야 보이는 중요한 지점을 놓친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는 분명 내 최선을 다해 연기했을 거다. 최선에는 늘 아쉬움이 따른다. 다음에는 좀 더 나은 최선을 담아내고 싶다. 그게 나의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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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친구 사이인 고등학생 ‘강이’, ‘소영’, ‘아람’. 이 셋은 가출을 감행하지만 세상은 쉽지 않고 이들의 사이마저 나빠진다. 첫 번째 가출이 실패로 끝나고 셋은 여전히 현실은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고 하루하루 나빠지기만 한다. 처음 대하는 감정을 겪으며 방황의 시간을 보내는 소녀들의 이야기.

감독 이우정 출연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

 

 

더블브레스트 재킷과 블랙 팬츠 모두 렉스 핑거 마르쉐(Lexx Finger Marche), 코듀로이 터틀넥 티셔츠 아모멘토(Amomento), 화이트 스니커즈 컨버스(Converse).

오경화

좋아합니다 단편영화 <무협은 이제 관뒀어>의 마지막 대사, “계속 부르면 나타날까요? 고양이처럼. 좋아합니다”에는 영화의 분위기와 구성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본 내 친구가 마지막 대사에 대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의견을 들려주었다. 대사에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무협에 대한 마음이, 또 누군가에는 자신의 인생이.

나에게 독립영화는 한없이 끌리는 장르다. 그중에서도 단편 독립영화를 사랑한다. 짧은 시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제약 없이 표현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살짝 날것 같기도 하고, 뭔가 까끌까끌한 느낌인데 이런 점이 오히려 현시대를 반영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게 많은 위안을 준다. 오늘 아침에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졸업 작품인 엄하늘 감독님의 <피터팬의 꿈>을 봤다. 참 좋은 영화다. 이렇게 위안을 주는 단편 독립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제 막 영화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적은 자본으로 좋은 영화를 완성해가는 모습이 멋지다. 연기를 시작하고 영화를 촬영하면서 독립영화에 더 마음이 간다.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고, 그런 현장에서 같이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이 직업이 좋다. 사실 난 배우가 되기 전에는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연기를 시작한 뒤 자꾸 영화를 보며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영화를 계속 보게 된다.

오늘 떠오르는 영화 <신의 딸은 춤을 춘다>. 얼마 전 <무협은 이제 관뒀어>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함께 상영한 단편영화다. “와, 정말!”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연기하는 즐거움 없다. 연기할 때의 감정을 100퍼센트라고 했을 때 딱 1퍼센트 재미있다. 그 1퍼센트 때문에 연기를 하게 된다. 재능이 없는 내가 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배우가 가져야 할 끼와 애티튜드가 아예 없는 사람이어서 고민도 많고 자괴감도 든다. 하지만 그 1퍼센트가 나를 자꾸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나머지 99퍼센트를 채우는 건 외로움과 고독, 슬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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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은 이제 관뒀어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존재했던 검의 시대 중심에 있던 무협인들이 사실은 현대에도 곳곳에 숨어 살아가고 있다. 무협을 계승하려는 구씨 가문의 딸과 시대에 맞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고 싶은 진씨 가문의 아들 이야기.

감독 장형윤 출연 곽민규, 오경화

 

 

화이트 니트 톱 르비에르(LVIR), 오버사이즈 가죽 재킷 (Neul), 골드 드롭 이어링 파나쉬 차선영(Panache Chasunyoung).

김시은

나에게 <빛과 철>은 영화 <빛과 철>은 무척 힘든 촬영이었다. 가해자의 아내라는 역할 자체도 힘들었고, 이 힘든 인물을 어려운 문제를 멋지게 풀어내듯이 소화하고 싶었지만 어렵고 답도 모르겠더라. 그래서 많이 헤맸고 그야말로 용쓰며 찍었다. 파도의 흐름을 읽고 멋있게 그 위에 올라타야 하는데 그냥 파도에 휩쓸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그러다 끝난 것 같은 느낌이다. 내게 <빛과 철>은 애증의 대상이다. 함께 출연한 (염)혜란 선배가 연기를 워낙 잘하니 내 부족한 부분이 더 크게 다가왔다. 좌절도 많이 하고 한계도 느끼고.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스스로 연기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빛과 철>을 만나고 내가 연기를 계속해도 될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좀 쉬고 나니 괜찮아졌다. 예전에는 한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이 없으면 불안한 나머지 부지런히 작품을 찾아다녔는데 <빛과 철>을 마친 후에는 가만히 있었다. 작품을 잠시 하지 않은 후에야 엄청 높은 산을 겨우겨우 기어서 넘었으니 다음에는 좀 더 멋지게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영화의 의미 내게 독립영화는 굉장히 따듯한 곳이다. 상업 영화 현장은 훨씬 규모가 크기 때문에 포근하기보다는 차가운 느낌이 강하다. 내 작업 현장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반면 독립영화 현장은 대부분 아는 스태프들이고 촬영 규모가 크지 않아 모든 사람과 친해진다. 그런 따듯함을 느끼고 싶어 자꾸 독립영화를 찾는 것 같다. 관객으로서는 레퍼토리가 정해져 있지 않아 신선하게 다가온다.

세계의 확장 독립영화를 통해 알게 되는 세상이 많다. 얼마 전 최창환 감독님의 <숨어드는 산>이란 작품을 찍었는데, 그때까지 몰랐던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생각이 열리는 경험을 했다.

영화에 담고 싶은 마음 작품을 할 때마다 거기에 담고 싶은 마음이 다르다. 그런데 작품마다 어떤 특정 마음이 나도 모르게 담긴다.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이번 영화와 닿아 있는 마음이 뭔지 계속 생각하며 찾아가곤 한다. 그렇게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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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철

교통사고가 일어나 가해자로 지목된 운전자는 사망하고 피해자인 운전자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시간이 흐른 후 가해자의 아내가 일하게 된 공장에 피해자의 아내가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의 교통사고에 대해 깊이 알수록 사고에는 아내들이 몰랐던, 그리고 회피하고 싶었던 그들만의 사연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감독 배종대 출연 김시은, 염혜란

 

 

포켓 장식 셔츠와 블랙 팬츠 모두 코스(COS), 가죽 앵클부츠 토즈(Tod’s).

곽민규

독립영화 배우 독립영화 위주로 배우 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사는 세상>으로 데뷔했고, 올해 <파도를 걷는 소년>과 <이장>이 개봉했다. 코로나19로 힘든 한 해였지만 꿋꿋하게 개봉해서 관객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해준 작품들이다.

나에게 독립영화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곽민규라는 배우를 유심히 지켜봐준 곳? 배우 생활을 하다 보면 기회가 찾아올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나는 독립영화를 사랑해서 계속 문들 두드렸고 독립영화는 그런 나를 유심히 봐주고 있다. 그래서 내게 고마운 곳이다. 독립영화는 상업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만큼 작가들의 개성도 많이 담겨 있다. 그렇게 다채로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것이 묻어나는 점이 좋다.

영화를 만드는 일 사람 사는 일이자 나를 알아가는 일. 연기를 위해서는 내 안에서 극 중 인물과 맞닿은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나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필요하다. 보고 싶지 않은 걸 마주해야 하니까 그 과정이 때론 고통스럽고 또 때론 수치스럽다. 괴롭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좀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게 한다. 영화는 나를 알아가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좋은 부품이 되고 싶다. 영화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마음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지만 꼭 잘해내고 싶다. 그럴 때 살아 있을 만한 가치가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 참 행복하다. 좋은 사람들로 이뤄진 현장에서 촬영 중이기 때문이다.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만난 덕분에 나를 끝까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일이 마지막 촬영인데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은 빛> 가장 좋아하는 독립영화는 조민재 감독의 <작은 빛>. 너무 좋아서 충격적이었다. 새로웠고, 진짜 같은 이야기였다. 영화를 본 후 마치 새로운 체험을 한 것 같아 멍했다. 올해 극장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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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지는 밤

고향 무주로 돌아와 군청에서 일하며 엄마와 사는 ‘민재’와 민재의 오랜 고향 친구이자 애인인 ‘태규’. 태규는 할머니를 간병하며 오래된 할머니 집에서 산다. 그런 태규에게 자꾸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보인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 함께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떠나간 사람에 관한 영화.

감독 김종관, 장건재 출연 강진아, 곽민규

 

 

화려한 플라워 프린트 블라우스와 롱스커트 잉크(EENK).

문혜인

배우의 일 남의 삶에 들어가서 그 면면을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고 즐긴다. 촬영을 하게 되면 어떤 공간에 가기 마련이다. 특히 독립영화는 세트보다는 실제 동네나 집에 들어가서 촬영하는 일이 많아 그 현장에서 어떤 삶이 펼쳐지고 있는지 관찰하는 일이 재미있다. 보통 작품 속 캐릭터와 나의 접점을 찾아서 연기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물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경험이나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지 되짚어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과거의 특별한 경험이 새롭게 떠오를 때가 있다. 이런 식으로 그냥 지나쳤던 시간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순간도 배우로서 즐거운 일이다.

나에게 독립영화란 배우뿐 아니라 관객으로서도 독립영화를 좋아한다. 독립영화는 짧은 시간에 한 사람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한 시기를 밀도 높게 보여준다.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독립영화 현장은 매번 새로운 과제를 마주하는 곳이다. 이 과제를 해결해가면서 연기의 근육을 키운다. 11월에 개봉하는 <에듀케이션>은 주연을 맡은 첫 장편이다. 헌신하듯 몰두하며 이 영화를 준비했다. 여름 한 계절 동안 주변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고 카페와 연습실만 오가며 대본을 보고 연습했다. 그 때문인지 촬영이 끝난 뒤에는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번아웃이 왔고 그러면서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하는 모든 과정이 내 삶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치열한 과정을 거치며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동료들의 작업 과정을 보며 앞으로 연기의 지향점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에 담고 싶은 마음 영화를 만든다는 건 세상에 없던 걸 창조하는 일이다. 그래서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 상상력이 누군가를 살리는 것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한다. 영화나 내가 연기한 인물을 본 관객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에듀케이션>의 의미 촬영하며 어려움이 많았지만 좋아하는 영화다. 엄청 거칠면서 섬세하고 잔잔하면서 강렬하며 일상적이면서 낯설다. 이 이상한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강렬한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영역에 쉽게 선을 긋고 다른 사람의 영역에 넘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내가 그은 선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도 잘 참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타인을 향해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생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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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케이션

한국을 떠나 스페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성희’는 장애인 활동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행 자금을 모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서 생활하는 중증 장애인의 집을 배정받는다. 누워서 지내는 사람이니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홀로 엄마를 돌보던 고등학생 ‘현복’이 성희를 계속 성가시게 한다.

감독 김덕중 출연 문혜인, 김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