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 남주혁 영화 조제

한지민 남주혁 영화 조제

한지민이 입은 브라운 케이프 원피스 JW 앤더슨(JW Anderson), 부츠 브리아나(Briana), 가죽 베레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남주혁이 입은 플로럴 프린트 셔츠와 니트 스웨터 모두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팬츠 아미(Ami), 슈즈 디올(Dior).

한지민 남주혁 영화 조제

브라운 코트 와이씨에이치(YCH), 터틀넥 톱 랑방(Lanvin).

한지민 남주혁 영화 조제

한지민이 입은 크롭트 카디건 자크뮈스 바이 무이(Jacquemus by MUE), 패치워크 프린트 원피스 티비 바이 분더샵(TIBI by BoonTheShop), 앵클부츠 트윙클제니(Twinkle Jenny). 남주혁이 입은 셔츠 피어 오브 갓(Fear of God), 그레이 니트 터틀넥 베스트와 팬츠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슈즈 르메르(Lemaire).

 

과거에 대한 오해로 웅크린 채 자신만의 세상에서 사는 조제와 그런 조제가 사는 세상의 문을 느리고 조심스럽게 열어주는영석’. 영화 <조제>는 각자의 세계에서 사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며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담는다. 꽃잎이 지는 건 꽃이 죽는 것이기도 하지만 봄이 빚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인 것처럼 조제와 영석이 나누는 사랑의 끝은 쓸쓸하지만 삶의 어느 순간에든 불쑥 등장하고 마는 기억으로 남는다. 버려진 것들이 새로운 쓸모를 찾는 조제의 집과 조제가 용기내어 영석을 불러세우는 골목길에서 둘은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간다. 어딘가에서 여전히 화양연화의 시간을 문득 떠올리며 생을 잘 살아가고 있을 조제와 영석을 배우 한지민과 남주혁이 연기했다.

시나리오로 처음 만난 조제와 영석의 첫인상이 어땠어요? 한지민 조제는 자신 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어요. 하지만 그 세계가 한정적이지 않고 책이나 위스키를 수집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죠. 그런 조제의 세계가 궁금했고, 그 세계로 들어가보고 싶었어요. 영석이란 인물은 취업을 앞둔 젊은 청년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느껴지는 인물이에요. 조제와 영석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솔직한 모습이 현실에 맞닿아 있죠. 남주혁 조제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요. 그 안에서 영석을 만나 서로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며 점점 마음을 열어가죠. 영석은 굉장히 현실적인 캐릭터에요. 그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은 특별하지만 그 특별함이 튀어 보이지 않고 일상과 맞닿아 있기를 바랐어요. 조제를 대하는 영석의 마음은 이런 거였어요. 조제의 발에 어떠한 것도 묻히고 싶지 않은 마음. 세상 밖으로 나온 조제의 발에 절대 때를 묻히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영석을 연기했어요.

조제와 영석은 서로 정반대 지점에 있는 인물이기도 해요. 조제는 프랑수아즈 사강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자신의 이름이라고 할 만큼 캐릭터가 독특해요. 반면 영석은 또래의 다른 사람들처럼 취업을 준비하는 평범한 인물이죠.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물들이 가진 서사가 중요했을 거예요. 한지민 조제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있어요. 그 일 때문에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닫죠. 영석을 만나기 전 늘 닫힌 마음으로 살아가던 조제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했어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나 가보지 못한 세계를 마치 가본 것처럼 표현하는 조제의 언어가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조제는 언어가 특별한 사람이에요. 표정이나 분위기로 전달해야 하는 부분도많았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대본에 적힌 글 이면의 감정을 어느 부분까지 표현할지 정하는 게 중요했어요.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요.

김종관 감독님과 극 중인물에 대한 생각의 접점을 쉽게 찾았나요? 한지민 아니요.(웃음) 처음 저와 (남)주혁 씨, 감독님 이렇게 셋이 리딩을 했어요. 그때 각자 생각한 조제가 달랐어요. 맞춰가는 과정에서 이견도 있었고요. 조제가 삶을 어 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감독님이 생각을 말씀하시면 저는 제 의견을 얘기했어요. 조제는 자신만의 취향이 분명하기 때문에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더 풍부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감독님과 의견을 맞춰갔는데 막상 현장의 공간으로 들어가니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또 달랐어요. 공간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죠. 조제는 제가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중 또렷하게 정의하기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서 어려웠지만 그랬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재미있기도 했어요. 남주혁 영석은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이다 보니 불안정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커요.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떠나 무엇보다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어요. 한지민 이에 덧붙이자면 그런 영석의 선한 마음 때문에 조제와의 만남이 시작돼요. 영석은 넘어져 있는 조제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듯하고 선한 사람이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원작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많은 부분이 달라졌겠지만 원작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던 감정선과 반대로 전혀 다른 지점이 뭔지 궁금해요. 한지민 원작을 오래 전에 봤는데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보진 않았어요. 김종관 감독님의 시나리오에 드러난 조제를 온전히 그려가는 데 집중하려고 했죠. <조제> 편집본을 본 후 원작을 다시 봤어요. 두 영화의 공통점이라면 열심히 살아가던 남자 주인공이 어느 날 우연히 조제를 만나고, 점점 가까워지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겪게 된다는 점 정도예요.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레는 감정과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랑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만 선택하기 위해 용기를 낸 것. 그리고 둘이 만나서 사랑하는 동안 마냥 뜨겁기보다 현실을 생각해야 했던 상황들. 그런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것이 두 영화의 닮은 지점이에요. 반면 원작에 이별하는 과정이 자세히 담겼다면 <조제>는 사랑하게 되기까지 과정을 좀 더 중요하게 담았어요. 남주혁 문득 <조제>와 원작은 색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작이 해뜨기 전 새벽에 볼 수 있는 짙은 파란색이라면 <조제>는 겨울 아침 해 뜰 무렵 추운 가운데 느껴지는 따듯한 색감이 떠오르죠. 차가운 기운이 도는 노란색이요.

 

한지민 남주혁 영화 조제

한지민이 입은 캐멀 컬러 롱코트 머티어리얼 바이 무이(Materiel by MUE), 오렌지색 원피스 티비 바이 분더샵(TIBI by BoonTheShop), 블랙 사이하이 부츠 레이첼 콕스(Rachel Cox). 남주혁이 입은 프린트 코트 우영미(WooYoungMi), 안에 입은 니트 터틀넥 톱 김서룡(Kimseoryong), 팬츠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한지민 남주혁 영화 조제

브이넥 니트 스웨터 로샤스(Rochas).

한지민 남주혁 영화 조제

화이트 터틀넥 톱과 그레이 울 뷔스티에, 그레이 울 스커트 모두 페이우(FAYEWOO).

한지민 남주혁 영화 조제

모헤어 카디건과 안에 입은 미니 원피스 모두 미우미우(Miu Miu).

한지민 남주혁 영화 조제

한지민이 입은 크림색 가죽 코트 르비에르(LVIR), 카키 니트 원피스 분더캄머(Wnderkammer). 남주혁이 입은 니트 터틀넥 스웨터 루이 가브리엘 누시(Louis- Gabriel Nouchi), 팬츠 크리스타세야(Cristaseya).

한지민 남주혁 영화 조제

한지민이 입은 크롭트 카디건 자크뮈스 바이 무이(Jacquemus by MUE), 패치워크 프린트 원피스 티비 바이 분더샵(TIBI by BoonTheShop), 앵클부츠 트윙클제니(Twinkle Jenny). 남주혁이 입은 셔츠 피어 오브 갓(Fear of God), 그레이 니트 터틀넥 베스트와 팬츠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슈즈 르메르(Lemaire).

 

멜로드라마라는 장르에서 중요한 건 두 인물의 교감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들의 케미도 감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겠죠? 한지민 사실 낯선 사람과 오래도록 눈을 보며 얘기하면 편하지 않잖아요.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촬영할 때 제가 주혁씨에게 제 눈을 한없이 바라보며 얘기해도 편한 상대가 되기를 바랐어요. 전작에서 이런 작업을 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편안한 관계에서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죠. 촬영 초반에는 제가 주혁 씨에게 질문을 많이 했어요. <조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많이 물어봤고 그때마다 주혁 씨는 솔직하게 답해주었죠. <눈이 부시게>때 반대로 제가 주혁 씨한테 의지하고 의견을 많이 물었어요. 그리고 영석과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제가 화면에 등장하지 않아도 제 감정을 100퍼센트 전해주고 싶었어요. 주혁 씨 에게 연기뿐 아니라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감에 대해서도 많이 털어놓았죠. 제 고민을 모두 얘기할 수 있는 상대배우였어요. 상대배우 앞에서 잘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거나 NG가 나면 창피할 수도 있는데 이번 현장에서는 전혀 그러지 않았어요. 아, 갑자기 상대 배우를 칭찬하는 답변이 되어 버렸네요.(웃음) 작품과 연기뿐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도 허물없이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수다로 꽉 채워진 현장이었죠. 그렇게 얘기를 많이 했는데 도 늘 할 얘기가 많았어요.

서로 많이 의지한 현장이었겠어요. 한지민 이런 날도 있었어요. 유독 연기가 잘 풀리지 않는 날이었어요. 분명히 다 쏟아냈는데도 못한 것만 같았죠. 촬영이 끝난 다음 술이라도 한잔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그런데 주혁 씨도 딱 그런 날이었던 거예요. 그날 제 기분과 달리 유독 예뻤던 하늘빛도 생생히 생각나요. 남주혁 신기하게 저도 그날 촬영이 힘들었어요. 영석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공부했고 현장에서도 편하게 연기했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여러 감정을 연기해봐도 확신이 서지 않았죠. 한지민 재미있는 건, 그날은 저도 주혁 씨 눈을 보는데 영석의 눈이 아니더라고요.(웃음) 우리 둘 다 그날은 조제와 영석이 아니었던 거죠. 제가 미안하다고 했어요. 조제가 에너지를 잘 전해줘야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지금 주혁 씨가 힘든거라고. 그만큼 상대의 온도를 느낀 거죠. 남주혁 밀도 높게 완성하고 싶은 장면이었는데 영석으로서 몰입되지 않는 것만 같았어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 열심히 준비하는 건데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날 술마시면서 서로를 응원하지는 않았어요.(웃음) 각자 푸념만 했죠.

김종관 감독님의 멜로영화라는 점도 <조제>를 기대하게 해요. 무엇보다 공간과 대화의 방식이 궁금한데, 감독님과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눈 대화 내용이 무언가요? 남주혁 이번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소통 자체예요. 소통하며 작품을 만들어갔죠. 연기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그래서 많은 경우를 상상해 볼 수 있기도 하고요. 작품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누며 만들어가는 과정이 참 좋았어요. 한지민 전 주혁 씨와 상황이 좀 달랐어요. 영석이란 인물을 주혁 씨가 연기하면서 감독님도 일찌감치 편안해졌어요. 주혁 씨가 아주 빠르게 ‘영석화’ 되었거든요. 본연의 기질 자체가 모나거나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아 영석과 닮은 지점이 많았기 때문에 감독님도 영석에 대해서는안심하고가는부분이 많았어요. 반면 조제에 대해서는 좀 더 디테일한 의견을 주었죠. 촬영 초반에는 그런 점이 어려웠어요. 그리고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한 작품이에요. 감독님은 무척 섬세한 분이어서 빛을 활용하는방식도 남달라요. 가령 영화 <밤을걷다>에서 사람이 마치 그림자처럼 보이는 컷들이 있잖아요. 인물은 검은색으로 떨어지고 배경만보이는. 그런 장면이 <조제>에도 등장해요. 소리에도 민감해서 우리끼리 얘기를 나누다 우리는 미처듣지 못한 소리를 캐치해요. 그렇게 주변의 작은 소리까지 모두 담아내고 싶어했죠. 개 짖는 소리, 새소리, 인부들이 밖에서 대화하는 소리까지 일상의 많은 소리들이 장면을 이루는 요소가 돼요.

조제가 여러 비범한 면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영석은 현실에서 쉽게 볼 수있을 법한 인물이죠. 그런 점이 배우로서 연기하기에는 큰 숙제일 것 같아요. 남주혁 너무 어려웠어요. 영석이 실제로 바로 우리 옆에 살고 있는 사람 처럼 보이도록 연기하고 싶었거든요.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에 존재하는 사람처럼요. 그래서 선배 배우들의 20대 시절 연기를 많이 찾아 봤어요. 제가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연기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자신에게 갇혀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영석을 연기해내기 위해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죠. 선배들의 과거 작품을 찾아보며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연기하나 싶어 놀라웠고요. 한지민 주혁 씨가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공부를 엄청 많이하는 편이에요. 조제는 특색이 강한 캐릭터여서 제게 숙제였고, 반면 영석이는 그렇지 않아 어려웠죠. 하루는 제 촬영이 없는 날 현장의 감을 익히기 위해 촬영장을 찾았는데 현장에서 주혁 씨가 영석이 되어 있었어요. 액션영화가 아닌데도 자연스레 몸을 쓰며 나오는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걸을 수 없는 조제는 대부분의 감정을 앉아서 눈빛과 말로 전달해야해요. 이번 작품을 하며 가장 어려운 점 중하나였죠. 영석을 바라볼 때 담긴 조제의 감정이 무엇인지 아는게 제게는 가장 큰 숙제였어요. 남주혁 그런데 전 그 눈을 봤을 때 감정이 다 느껴졌어요.

한지민이라는 배우가 조제를 연기했기에, 남주혁이라는 배우가 영석을 연기했기에 어떤 인물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나요? 남주혁 쓸쓸하고 힘들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조제만의 세계와 눈빛을 지민 선배이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현장이 두렵지 않았던 건 지민 선배의 눈만 봐도 연기를 잘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선배는 조제 자체였어요. 한지민 고맙다.(웃음) 주혁 씨가 영석을 연기했기에 20대 청춘이 가진 투명함과 맑음이 더 잘담겼어요. 조제를 대할 때의 솔직하고 진솔한 마음이 남주혁이라는 배우를 통해 더 잘 표현되지않았나 싶어요. 남주혁 지금까지 많은 좋은 선배들과 촬영했어요. 항상 100퍼센트를 다해주는 선배들과 연기하면서 저 역시 그런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죠. 한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에도 전부를 담아야 해요. 유독 연기하기 힘들었 던 날은 제가 진짜 영석이 된 것 같지 않은 데도 지민 선배가 최선을 다해 연기해주는 모습을 봤어요. 좋은 선배들과 함께 좋은 작품을 하며 좋은 현장이 어떤 건지 느꼈죠. 늘 모니터 밖에서도 최선을 다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조제>를 떠올리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뭔가요? 한지민 아려요. <조제>는 엉엉 눈물이 나는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보고 나면 생각이 많아지죠. 제가 <조제>를 선택한 이유는 조제와 영석이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영석이 덕분에 세상 바깥으로 나갈 용기가 생겼고, 한 걸음 더 나오게 됐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고 성장한 조제는 분명 잘 살아가고 있을 거예요. 그런 조제가 제게는 마음이 아려요. 그의 사랑과 용기, 이별에 대해서도 배운 점이 많아요. 과연 나라면 저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되죠. 아마 전 조제처럼 해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남주혁 전 쓸쓸해요. 너무나 다른 세상에 있던 두 사람이 만나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 영석이 조제에게 했던 말 중에 지키지 못한 말들, 그런것들이 가슴 아파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행복이란 감정도 남아요. 마냥 즐거워서 느껴지는 행복이 아니라 많은 감정을 경험하고 다양한 상황 끝에 온 행복 같은 느낌이요. 한지민 제게 <조제>는 성장통을 겪은 시간이기도 했어요. 작품을 마치고 제 인생에서 연기에 대한 부분과 저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마치 성장통을 겪듯이 많이 했어요. 작품의 여운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생겼거든요. 이별로 인한 쓸쓸함만을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분명 행복했던 기억도 있으니까요. 이런 감정을 영화에서 제대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몰라 겁이 났어요. 어쩌면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해서 불안했던 걸지도 몰라요. 여러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어서 성장통을 겪게 한 작품인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본 관객과 어떤 감정을 공유하고 싶나요? 남주혁 관객과 수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영화 속 장면과 감정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하며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요. 한지민 조제의 사랑과 언어를 한정지어서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이들의 사랑이 어땠노라 규정하기도 힘들고요. 저도 이들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관객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조제와 영석의 사랑을 한마디로 명확하게 정의하기보다는 긴 여운을 공유했으면 해요. 사랑을 하더라도 매일매일 상대에 대한 감정이 다르잖아요. 좋다가도 미워지고 다시 불안해지기도 하고. <조제>는 그런 다양한 감정들을 음미해야 하는 영화인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그 감정의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