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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주얼리의 메카로 통하는 프랑스 파리의 방돔 광장에는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고 원하는 하이 주얼리 숍들이 마치 아트 갤러리처럼 조용하게, 하지만 진중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샤넬의 워치 앤 주얼리 부티크 역시 방돔 광장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데, 지난 3월 샤넬의 초대로 직접 둘러본 이 특별한 공간은 에디터에게 매순간 놀라움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이 곳에서 샤넬이 독보적인 존재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주얼리 부티크와 워크숍을 동시에 갖춘 브랜드이기 때문.

 

샤넬 하이 주얼리 워크숍에서 폴리싱 중인 장인.

샤넬 하이 주얼리 워크숍에서 폴리싱 중인 장인.

샤넬 고유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긴 1층의 부티크를 지나 위층으로 이동하면 하이 주얼리 제조 공정의 모든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갖춘 워크숍이 나타난다. 상상했던 것과 달리 거대한 스케일로 압도하는 대신, 아늑하고 자그마한 작업실에서 불과 17명의 장인이 이토록 완벽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 워크숍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제품 디자인부터 주조 과정, 수공 커팅과 폴리싱까지 모든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니 하나의 주얼리가 탄생하는데 왜 그토록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자그마한 주얼리 하나를 만드는 데 2천 시간 넘게 걸린다고 한다). 모든 제작 과정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광을 더하는 폴리싱 공정이었는데, 단 한 명의 장인이 여러 굵기의 실을 이용해 섬세한 부분을 폴리싱하는 모습은 경이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장인들이 현재 제작 중인 주얼리에 주목하세요. 샤넬이 새롭게 선보이는 ‘시그너처 드 샤넬(Signature de Chanel)’ 컬렉션입니다.” 공방 투어가 끝나갈 무렵, 직원이 야심차게 소개한 새로운 주얼리는 하우스의 상징적인 퀼트 패턴을 테마로 한 첫 번째 컬렉션이다. 가브리엘 샤넬 고유의 퀼트 패턴을 적용해 특유의 볼륨감과 유려한 라인이 돋보이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 탄생했는데, 몸의 움직임을 따라 유연하게 흐르는 듯한 형태로 완성된 것이 특징이다. ‘우아함은 라인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던 마드무아젤 샤넬의 철학을 충실히 따른 이번 컬렉션은 서로 다른 48가지 아이템으로 선보이며 착용하는 부위에 착 감기듯 자연스럽게 안착해 눈길을 끈다. 다이아몬드 외에도 진주, 그레이 마더오브펄 등 다채로운 주얼 스톤을 가미한 제품 역시 매력적이다. 특히 영롱하게 빛나는 블루 사파이어를 장식한 라인은 유색 보석에 관심 없던 에디터조차 단번에 마음을 뺏길 정도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굳이 장황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샤넬은 그 자체로 하나의 특별한 이름이자 상징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명성이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완벽한 절차를 거쳐 견고해졌다는 사실을 이번 하이 주얼리 워크숍 방문을 통해 실감했다. 무엇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롭게 거듭나는 창조 정신이 바로 샤넬 하이 주얼리를 빛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과거와 현재를 지나 미래의 모습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브랜드 샤넬은 언제나 대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