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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이 아이템을 이토록 섹시하고 멋지게 연출할 수 있는 여인은 리한나뿐이다.” 최근 인스타그램과 각종 패션 웹사이트를 뜨겁게 달구며 화제가 된 ‘이 아이템’은 바로 아노락이다. 알렉산더 왕의 쇼에 참석하며 선보인 그녀의 스타일은 그야말로 ‘아노락의 재발견’이라 할 만큼 매력적인 모습. 사실 그동안 아노락은 등산과 스키 등 야외 활동에 열광하는 이들이나 스트리트 컬처와 힙합에 푹 빠진 크루들 사이에서만 사랑받았다. 다시 말해, 이 두 분야와 연관이 없는 ‘보통 여자’라면 아노락 재킷을 눈여겨볼 기회가 딱히 없었다는 얘기. 하지만 올해 가을과 겨울엔 어떤 아우터보다 아노락의 인기가 뜨거울 전망이다.

 

그 시발점은 최근 몇 시즌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패션 왕’으로 떠오른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 컬렉션이다. 베트멍을 통해 증명한 독보적인 패션 DNA와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의 만남이라니,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동시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의 첫 컬렉션을 지켜봤다. 물론,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그 중심엔 선명한 컬러의 아노락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었다.

 

발렌시아가 외에도 아노락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쇼는 꽤 많았다. 해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컬렉션을 선보인 프라다 역시 클래식한 아노락 재킷을 대거 등장시켰고, 뉴욕식 스포티즘과 스트리트 문화를 설파한 DKNY와 퍼블릭스쿨, 라코스테 컬렉션에 힘을 실은 아이템 역시 아노락. 특유의 스포티한 무드를 덜어낸 후 모던하게 변주한 겐조와 클로에도 흥미롭다. 게다가 런웨이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리한나, 켄달 제너, 벨라 하디드 등의 슈퍼스타들과 애드리안 호, 베로니카 헤일부르너 등 패션 피플이 슈프림부터 미우미우까지 폭넓은 브랜드의 아노락을 근사하게 스타일링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아노락의 위상이 이토록 높아진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지금 패션계의 흐름과 적절하게 맞물린 ‘타이밍’ 덕분이 아닐까 싶다. 과거의 아노락이 날씨 변화에 민감한 영국식 스타일이나 스포티즘 트렌드를 타고 잠시 이름을 알리는 데 그쳤다면, 최근엔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지지를 얻으며 하나의 영역으로 굳건히 자리 잡은 스트리트와 보드, 힙합 문화와 함께 주목받으며 하이패션 무대로 성공적으로 진출했으니 말이다. 슈프림과 스투시, 팔라스 등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인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고, 유명 디자이너들 역시 이런 하위문화에서 컬렉션의 아이디어를 얻는 요즘, 아노락의 인기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기능성을 우선한 과거와 달라요. 이제 아노락은 유스 컬처를 상징하며, 트렌디한 스타일을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거듭났죠.” 애드리안 호가 전했듯, 지금 패션계는 아노락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패션의 지금’을 상징하는 요소가 한데 어울린 쿨한 아우터, 아노락 쇼핑에 나서야 할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