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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S/S 시즌, 크리스토퍼 케인 쇼에 난데없이 크록스가 등장했다. 입버릇처럼 내 아이에게도 신기지 않을 거라며 무시했던 신발을 캣워크에서 보게 된 사실이 꽤 쇼킹했지만, 웬걸 쇼에 등장한 알록달록한 보석이 달린 크록스가 그렇게 신선해 보일 수 없었다. “브랜드의 힘이 99%예요. 이미지 싸움이죠. 쿨함과 촌스러움은 한 끗 차이예요.” 유명한 스타일리스트 케이트 영의 말에 공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2016 F/W 시즌 컬렉션에서도 촌스럽다고 치부하던 아이템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의 반전 매력과 파급효과는 꽤 폭발적이다. ‘쿨 키즈’를 자처하는,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뎀나 바잘리아는 베트멍 쇼에 커다랗고 각진 어깨 패드를 넣은 트랙 수트와 벨벳 테일러드 재킷을 등장시켜 히트를 쳤고, 발렌시아가 쇼에서는 잘록한 허리 라인과 널찍한 어깨 라인을 강조한 글렌 체크 재킷(아저씨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을 선보이며 유례없는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동남아시아 각국 시장에 가면 흔히 볼 법한 ‘짜뚜짝 가방’의 럭셔리 버전,바자 쇼퍼백은 또 어떤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피식 웃음이 날 만큼 어이없었지만, 정작 패피들은 열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엘러리의 초히트 아이템, 판탈롱 플레어 팬츠며 프릴, 핑크, 시스루, 젬스톤 등 로맨틱하다 싶으면 죄다 동원하는 알레산드로 미켈레 식 구찌 옷들은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할 만큼 사랑받고 있다.

 

유스 컬처가 트렌드로 자리한 지 오래지만, 일명 ‘추리닝’으로 불리는 트랙 팬츠가 쿨하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언제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세팅하기로 유명한 올리비아 팔레르모조차 컬렉션장에 트랙 팬츠를 버젓이 입고 등장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스포츠 양말’로 통하는 흰 양말과 하이힐의 엉뚱한 조합이 구찌 쇼에도 보란 듯이 등장했다. 결론은 쿨함을 정의하는 기준이나 뚜렷한 법칙은 없다는 것. 자신의 기준에 쿨해 보이면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 현 시대 패션 고수들의 옷 입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