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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공허할 정도로 간결한 모더니즘과 퓨처리즘이 범람하는 이번 시즌,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포크(folk)는 자신만의 방주를 제법 잘 구축한 것처럼 보인다. 대자연을 본뜬 프린트와 민속적인 문양으로 채워진 피날레에 그 어느 때보다 큰 박수갈채가 쏟아졌으니까.

‘포크의 시즌’이 도래했음을 알리며 멀버리나 에트로, 코치의 컬렉션을 예로 드는 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완성도 높았던 룩과 별개로, 그들에게 포크는 너무도 익숙한 레퍼토리이자 주특기이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 길게 늘어선 포크의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특급 디자이너들의 예를 살펴본다면 금세 수긍하게 될 것이다.

조나단 앤더슨은 특유의 세련된 무드와 카우보이 햇의 조화로 지극히 로에베다운 포크를 완성했다. 반면 아크네 스튜디오의 조니 요한슨은 예술적 감성을 적절히 섞어 내는 방식을 택했다. 파울 클레의 작품에서 감을 얻은 그의 룩은 대단한 표현 없이도 엄청난 존재감을 발한다. 한편 알렉산더 맥퀸의 사라 버튼과 마우리지오 페코라로, 발렌티노의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는 패치워크에 집중했다. 이들이 차분한 분위기를 고수하는 동안 스텔라 진은 역사상 가장 힙한 페전트풍의 포크를 완성해냈는데, 패턴과 패턴의 절묘한 조화와 독특한 색감, 그리고 전쟁의 아픔을 겪은 지역과의 협업은 포크의 스타일뿐 아니라 정신까지 계승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대 패션계의 주역답게 이들의 모든 룩에는 저마다의 개성이 녹아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자유분방함’이라는 분명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자, 이제 다가올 추운 날에는 포크를 걸쳐보자. 이국적인 문양의 드레스나 품이 넓은 누비 재킷, 무엇이든 좋다. 포크 스타일의 완성은 아이템이 아니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쿨한 태도이니까. 세기의 디자이너들이 말하고 싶었던 21세기 포크란 그런 것일 테니까.